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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Sep 27. 2024

강원도 양구 수세미꽃

어머니댁 다녀오는 길이예요

수세미꽃이 예뻐서

보내드립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카페에 앉아 있다가

보내주신 꽃선물을

덥석 받아 들고서

설레는 마음으로

꽃을 들여다봅니다


돌담을 쌓고 그 담장 아래에

수세미를 몇 포기 심으면

담장을 타고 수세미 노란 꽃이

아기 웃음처럼 깔깔거리며

피어날 테지요


꽃만 보아도 마음이 이리 좋은데

열매가 열리면 어떨까요

하루하루 눈뜨면

새 날 또 새 날이

신나게 열릴 거예요


열매는 대나무 광주리에 넣어

가을볕에 말려 두었다가

기관지가 약한 손님에게

차로 내어 드려야겠어요


요모조모 쓰임새가 많은

수세미를 닮고 싶어

제 두 손으로 

세상에 좋은 일을

주렁주렁 매달 수는 없을까

골똘히 생각하는 저녁입니다


수세미 샛노란 꽃이

등불처럼 환하게

제 마음을 밝혀주네요


돌담에 수세미가 열릴 때

대나무 광주리에서 수세미가 

꾸덕꾸덕 마를 때

아니면 함박눈이 펑펑 쏟아질 때

돌담이 아늑한 저희 집에 놀러 오세요


마음은 벌써

수세미꽃 닮은 노오란 등불

환하게 켜고

버선발로 저만큼 마중 나갑니다






수세미꽃 사진은 K.H.Y님이 찍으신 사진을 허락을 받고 사용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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