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동 야영장에서

by 남효정

다음 행선지는 설악동 야영장이다. 나는 내비게이션에 입력한다.


강원도 속초시 철봉로 25


하조대 해수욕장에서 양양을 거쳐 속초에 들어왔다. 동해고속도로를 타니 79킬로미터의 거리를 1시간 25분 걸려서 도착했다. 고단하지만 새로운 장소로의 이동은 늘 약간의 두려움과 기대감이 혼합되어 기름에 물감을 섞은 것처럼 마아블링 된다. 그 부드러운 섞임이 좋다.


해가 설악산 능선을 타고 서서히 내려오자, 설악동 야영장엔 새로운 날의 신선한 공기로 가득 찬다. 불어오는 바람조차 아침해살에 금빛으로 나에게 스며든다. 야영지 입구에 들어서면 높고 짙은 소나무들이 길을 지키듯 서 있고, 그 너머로는 캠핑카들이 나란히 주차된 모습이 평화롭다. 각각의 캠핑 공간은 나무 울타리로 구분되어 있어 마치 작은 마을 같다. 숨을 크게 들이쉰다.


이곳에는 캠핑카 전용 야영지가 13동이 있다. 캠핑카 전용 야영지의 가장 한적한 장소에 캠핑카 파란 바람을 세운다. 코인 샤워장에서는 물소리가 리듬을 타고 들려오고, 개수대 옆에서는 캠핑객들이 저녁 준비로 바삐 움직인다. 카라반 내부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웃으며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고, 밖에서는 커피를 내리는 향긋한 냄새가 주변 공기와 어우러져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신선한 원두 냄새가 좋다.


'와플과 커피를 판 돈으로 산 식량으로 한동안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 거야.'


먹고사는 걱정은 내 인생에 끝없이 따라다녔다. 나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에게서 독립하고 싶었다. 나를 보호해 주고 키워주는 고마움 뒤에는 무언가 답답하고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했다. 연줄에 매달린 연처럼 나는 내가 가진 실을 최대한 풀어서 높이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곤 했다. 찬바람이 살을 에이는 차가운 날씨에 빈 공터에서 연을 날리는 여자 아이의 모습은 사람들의 눈에도 특이해 보였나 보다.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힐끗 거리며 나를 보곤 했다.


산에 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고, 길가에는 등산 스틱과 배낭이 쉴 틈 없이 오르내린다. 저 멀리 보이는 권금성 케이블카는 잠시 후 사람들을 태우고 구름 속을 유영하듯 부드럽게 움직일 것이다.


캠핑카를 세우고 주변을 산책한다.

7월 말 설악동 야영지의 캠핑카 존은 짙푸른 숲과 정갈한 숲의 내음을 머금은 바람이 어우러져 있다. 산책길에는 솔잎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소나무들이 굵은 줄기로 서늘한 그늘을 드리운다. 서울은 7월 25일 36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곳은 안전하다. 자연이 나를 감싸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준다. 이른 아침엔 이슬을 머금은 들국화와 야생화들이 흙냄새와 함께 수줍게 피어 있다. 꽃들을 마주 보는 시간을 나는 사랑한다. 시멘트 돌틈에서 자라 꽃을 피우는 쑥부쟁이나 민들레들도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다.


"나이도 어린애가 꽃을 그렇게 들여다봐. 또야는 참 신기한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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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여기서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남효정의 브런치입니다.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는 가족이야기, 자녀와 친구처럼 살아가기, 어린이와 놀이, 교육, 여행 이야기 등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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