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선착장에서 바다를 본다.
끝도 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지루한 여름의 끝. 한낮의 뜨거운 볕이 남아있지만 습도가 낮아져 스치는 바람조차 보송보송하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서해바다와 발을 간질이는 무성한 풀들의 일렁임이 하나의 물결로 이어지는 듯하다. 10킬로 백팩을 메고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오니 바람에 먼지를 일으키며 트럭 몇 대가 덜컹거리며 다가온다.
"어서들 오셔. 짐 무거운데, 얼른 타유~ 여기서 야영장까진 꽤 걸어야 혀.”
"혹시 점심 식사 예약한 사람만 타나요?"
"아니유~ 굴업도 나려 오신 분 덜~ 얼른 트럭에 타시겨! 돈 안 받아유."
"고맙습니다. 그럼 신세 좀 질게요."
"에이~ 우리가 더 고맙지유. 이런 데까지 와주셔서 참말로 반갑구만유. 섬이 조용허니께, 쉬엄쉬엄 놀다 가시겨~"
나도 얼른 트럭에 올라탔다. 이장님의 트럭이다. 트럭 바닥에 종이상자를 깔아놔서 낡은 트럭이지만 마음 편하게 바닥에 앉을 수 있었다. 섬의 좁은 길을 달리며 덜컹거릴 때, 떨어질까 트럭의 가장자리를 움켜쥐고 앉은 백패커들 사이로 바람이 분다. 풀 냄새, 바다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온몸으로 스며드는 자유라는 이름의 느낌이 온몸에 가득해짐을 느낀다. 눈을 살짝 감았다가 떴을 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학생 같아 보이는데 혼자서 왔어요?"
"네. 지금은 휴학 중이지만 학생 맞습니다. 혼자서 캠핑하는 거 좋아해요."
"어린 학생이 대단하네요."
40대 중반의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 중에 세련된 커트머리를 하고 마른 체형의 여자가 말했다. 첫 캠핑이라고 했고 몇 년을 벼르고 별러서 오게 된 캠핑이라고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웃었다. 옆에서 여자를 바라보는 남편인듯한 남자는 키가 크고 약간 곱실거리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한 차에 8~10명 정도의 사람들이 탔고 덜컹거리며 시골길을 달리면서도 놀이기구 탈 때처럼 약간의 흥분을 즐기는 듯 보였다.
설악동 야영장에서 인천 연안부두까지 240km를 달린 후 임시주차장에 캠핑카 파란 바람을 하루 동안 주차하기로 했다. 이곳 굴업도는 캠핑카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이곳은 자연보호 섬이라 최대한 백팩킹을 통한 여행을 권하는 곳이다. 캠핑카 파란 바람을 떠나 초록이 일렁이는 섬에서의 하루를 보내보기로 한 결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인 것 같다.
굴업도의 8월 말은 고요하면서도 강렬하다. 햇살은 섬 전체를 금빛으로 물들인다. 바다는 짙푸른 색으로 깊게 가라앉고, 해변의 모래는 발끝에 따뜻하게 감긴다. 트럭에서 내려 섬으로 오른다. 개머리언덕의 억새는 허리춤까지 자라 있다. 바람이 불면 억새밭이 물결처럼 흔들린다. 배낭을 메고 숨을 몰라 쉬느라 잠깐 멈추었을 때 소나무 사이로 세 마리의 사슴이 걸어가다가 나를 보고 멈춰 선다. 그들은 사람을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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