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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며 차 마시는 시간

by 남효정

나는 종종 차를 마신다. 마음이 편안한 휴일에는 더 자주 마신다. 떡도 몇 개 올리고 과일도 찾아 내놓는다. 홍차나 녹차 가루를 우려 작은 잔에 따라 마신다.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놀다가 심심하면 찻상을 차리고 가족들을 불러 모은다.


"같이 차 마시자."


하나 둘 가족들이 모이고 이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차를 마시자는 제안에 순순히 모이는 가족들이 신기하고 고맙다. 자극적인 음료가 사방에서 손짓하는 요즘, 순한 맛의 차를 함께 마시겠다고 모인 사람들. 이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이내 차는 두 번째이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모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창문을 열면 가을이 소리도 없이 거실 가득 들어온다. 선선한 바람에 풀벌레 소리까지 참으로 낭만적이다. 오늘은 씀바귀꽃을 꽂은 수반도 있어서 차를 마시는 시간이 더욱 즐겁다. 꽂을 꽂는 자그마한 그릇을 선물 받았는데 이름을 정확히 모른다. 이름을 모르면 어떤가. 꽃이 있고 차가 있고 가족들이 얼굴을 마주 본다. 그리고 가을풀벌레 오케스트라의 멋진 연주가 시작된다. 엄마가 입원하시고 나니 반복되는 작은 일상들이 모두 감사하다. 엄마가 오늘은 혼자서 화장실에 다녀오셨다고 동생이 기쁨의 문자를 보내왔다. 많이 불편하고 아프실 텐데 대단한 엄마. 자식들 걱정할까 봐 식사도 일부러 잘하려고 하고 똑바로 걸으시려고 하고 화장실도 애써 혼자 가보는 엄마. 그 의지와 노력에 가슴이 짠해진다.


2주 후 엄마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 엄마가 심어놓은 꽃들이 얼마나 예쁜지 그 꽃밭 옆 평상에 앉아 주렁주렁 열린 감들을 보며 엄마와 차를 마시고 싶다. 갑자기 엄마 말씀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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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여기서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남효정의 브런치입니다.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는 가족이야기, 자녀와 친구처럼 살아가기, 어린이와 놀이, 교육, 여행 이야기 등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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