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중심으로
나의 유년시절을 떠올려 보면 그림책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았던 경험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엄마는 우리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셨고 우리는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 권의 그림책으로 시작해서 어떤 날은 서너 권, 어떤 날은 열 권, 스무 권도 넘는 그림책을 가져와 연이어 읽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래도 엄마는 싫은 내색 없이 모두 재미있게 읽어주셨다. 덕분에 농사를 짓던 우리 집은 우리가 어릴 적엔 밭에 풀도 매지 못해 낫으로 풀을 베는 일도 있었지만, 엄마는 기꺼이 우리가 한글을 알기 전 영유아기엔 부지런히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놀이하였다.
찬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나 함박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날 빨간 담요에 발을 넣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그림책을 읽던 모습은 지금도 내 마음 깊은 곳에 식지 않는 난로처럼 자리하고 있어 삶이 녹녹지 않을 때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곤 한다.
영유아기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활용한 문학교육이 왜 중요할까?
영유아기는 언어와 정서 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그림책을 통한 문학교육은 아이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핵심적 활동이다. 그림책을 통한 문학교육이 영유아기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자.
첫째, 그림책은 언어 발달을 촉진한다. 다양한 어휘와 문장 구조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여 표현력과 이해력을 확장시킨다. 이 부분은 우리가 가장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그림책을 활용한 문학교육의 이점이다. 실제로 나의 영유아기는 엄마가 도란도란 책을 읽어주고 그림책을 함께 보던 경험이 또렷하게 생각난다. 아이는 그림책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책 속의 표현을 정확한 엄마의 발음을 통해 들으며 수용언어 발달과 표현언어발달을 더 잘 이루어 간다.
둘째, 그림책은 정서 발달을 돕는다. 그림책을 읽는 시간은 따뜻하고 다정한 정서를 경험하는 시간이다. 이야기 속 인물과 상황을 통해 그들과 감정을 공감하고 아이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게 한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주인공 맥스가 화가 나서 집을 뛰쳐나가 괴물들의 나라로 떠나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분노와 두려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안도감을 얻는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의 감점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주인공 맥스가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파도야 놀자>에서는 아이와 파도가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그렸는데 아이는 파도와 만나면서 설렘, 즐거움, 아쉬움 같은 다양한 감정을 체험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글이 없어서 아이가 그림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해석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공감 능력과 감정 표현력을 키우게 된다.
셋째, 그림책은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한다. 현실과 다른 세계를 경험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고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다.
라푼젤을 읽다가 우리는 이런 토론을 한 것이 있다.
"어떻게 하면 공주가 갇힌 성에서 나올 수 있을까?"
"크게 소리 질러서 사람들을 불러야 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