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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Jun 08. 2024

새벽 고요 속에서

작은 나무를 생각하다

동터오는 새벽 고요 속에서 호박과 우엉으로 만든 따뜻한 차 한잔을 준비하여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봅니다. 마음도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지요.

멀리 수평선부터 여린 빛으로 시작하여 점점 밝기를 키워가는 새로운 빛이 보입니다. 작은 풀이나 나무들이 태양의 빛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듯이 저도 태양의 에너지를 받고 살아가는 작은 생명임을 깨닫는 시간입니다.


삶에서 저는 '작은 나무' 생각을 종종 합니다.

맞아요.  포리스트카터의 자전적 소설로 널리 알려진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 나오는 체로키족 소년 말입니다. 작은 나무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4년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면서 자신의 영혼에 깊이 새겨지는 이야기와 삶을 경험하게 됩니다. 읽고 나면 잔잔하고 따뜻하며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이 오랫동안 남게 됩니다.


"자, 봐라, 작은 나무야. 나는 네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단다. 만약 내가 그 송아지 못 사게 막았더라면 너는 언제까지나 그걸 아쉬워했겠지. 그렇지 않고 너더라 사라고 했으면 송아지가 죽은 걸 내 탓으로 돌렸을 테고, 직접 해보고 깨닫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표지그림 속 작은 나무



저는 이 책에서 작은 나무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 지혜로운 삶을 물려준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체로키족에게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가슴에 새길만한 이야기들이 많았고 작은 나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생활하며 지혜가 필요한 바로 그 순간에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간직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아이가 배운다는 것은 직접 경험하고 스스로 깨닫고 삶으로부터 지혜를 얻는 과정이 아닐까요? 작은 나무의 조부모님은 훌륭한 교육자로 작은 나무를 키웁니다.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이 책을 저는 많이 사랑합니다. 이런 책은 생명이 있어서 사람들의 마음에 씨앗을 심어주는 것 같아요.


작은 나무가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의미 있는 이야기는 또 있습니다.


남에게 무언가를 그냥 주기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훨씬 좋은 일이다. 제 힘으로 만드는 법을 배우면 앞으로는 필요할 때마다 만들면 되지만, 뭔가를 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평생 동안 남이 주는 것을 받기만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사람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인격이 없어지고 자신의 인격을 도둑질당하는 셈이 되지 않겠는가


여러 이야기 중에 저는 작은 나무와 할아버지가 새벽녘에 딱딱한 빵과 요깃거리를 싸가지고 높은 산에 올라 어둠이 조금씩 가시고 여명의 시간에 주위의 나무와 바위, 멀리 보이는 산들을 함께 경험하는 장면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저의 삶에서도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고 보다 내면을 단단히 하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사람마다 모두 자신만의 삶이 있듯이 책도 책마다 각각 다른 삶을 산다고 해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데요, 작가의 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하다가 작가 사후 15년이 지난 시점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참 다행입니다.


여행을 갈 때, 종이책을 딱 한 권 챙겨야 한다면 저는 이 작은 나무 이야기를 챙길 거 같아요. 작은 나무의 진실된 이야기, 삶에 힘이 되는 이야기를 알아보는 분들이 점점 더 늘어나길 기원하는 아침입니다.


세상의 모든 작은 나무들이 자신의 본성대로 건강하게 잘 자라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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