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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Sep 05. 2023

외국 사람들은 수돗물 먹어도 멀쩡할까?

더러운 물 다 쏟아버리기 전에는...... 




표리부동 - 겉으로 드러나는 언행과 속으로 가지는 생각이 다름. 

 

통상 겉과 속이 다를 때 쓰는 사자성어는 표리부동이다. 교회 마당에 있는 물탱크는 이 지역 주민들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다. 곳곳에 하수도에서 나오는 수도꼭지가 있지만, 교회 마당에 있는 물탱크는 물이 공급되지 않을 때 비사용으로 사용한다. 물탱크가 지어진 지 약 5년이란다. 나는 그때는 이 지역에서 사역하지 않았으니 보지 못했다. 


어린이집 건물을 공사하면서 우측에 있던 초록색 물탱크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놓였었다. 당시 고민은 물탱크를 없애면 지역 주민들이 아쉬울 거다. 그냥 두고 건물을 짓자니 면적이 너무 좁다. 결국 고민 끝에 좌측공간으로 옮겨야겠다는 결론이 났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함께 동역하시는 선교사님은 왼쪽에 물탱크 지지대를 벽돌로 쌓아 올리고 사람들과 힘을 합쳐 그 위로 물탱크를 옮겨 놓았다. 수도꼭지도 새로 바꿨고, 주변도 이전보다 더 정갈하게 단장했다. 지지벽돌만 바꿨을 뿐인데 물탱크가 번듯해 보였다. 


지난 주일 주민 중에 한 명이 선교사님에게 제안하나를 했단다. 말인즉, 애들이 거기서 물을 많이 먹는데 컵을 하나 달아 놓으면 어떻겠냐는 거였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혀를 내둘렀다. 같이 너도 나도 쓰는 문화는 한국 문화도 아니거니와, 이들이 그렇게 쓴다고 한들 서로 입에서 입으로 병균이 옮을 텐데 그건 아니지 않냐는 논쟁이었다. 남아프리카 사람들은 Tap Water를 먹는다. 기본적으로 남아공 물에는 '석회'가 많다. 집에서 수돗물로 설거지하거나 물을 흘리고 나면 물 자국이 하얗게 남는다. 석회 잔여물이다. 그 물로 밥도 해 먹고, 국도 끓인다. 정수 필터를 이용하지만 얼마나 잘 필터링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냥 몸 안에 석회가 쌓이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먹는다. 이럴 때마다 한국의 아리수가 무척 그립다. 식당에 가서 주는 무료 물은 모두 tap water다. 그러니까,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물이 귀하기도 하지만, 돈 주고 물을 사 먹을 수 없는 형편인 사람도 많다. 식당에서는 수돗물을 식수로 무료로 주지만 병에 담긴 물을 사 먹는 사람도 꽤 있다. 그래도 수돗물은 그냥 주지 않고 슬라이스 레몬을 하나 띄워주기도 한다. 


"저 물탱크 안에 오만 잡다한 벌레가 다 알을 깠을 텐데, 애벌레가 득실득실 할 텐데 저거 저대로 둬도 되나 모르겠어요." 


주일에 물탱크와 컵 이야기를 하다가 선교사님 이야기를 듣고 아차 싶었다. 그렇다고 항상 물을 갈아 줄 수도 없는 일이고, 비상시를 위해 보관해 두는 일인데 어찌해야 하나 싶은 순간이었다. 그 순간 아이들은 두 손으로 물을 받아 들이키고 있었다.  


"저런 물을 먹고도 탈이 안나는 현지인들이 너무 신기할 뿐이에요. 우리는 저 물 먹으면 며칠은 수액 꽂고 누워야 할 텐데요." 


실제로 한 지인이 흑인 마을에 가서 대접하는 물을 받아먹고 일주일을 링거 꽂고 누워있었다. 죽다 살아났단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물갈이 경험은 있었는데 남아공 와서는 없었다. 안 먹는 게 현명한 거다. 


몇 달 전, 예배 후에 수돗물로 손을  씻고 있을 때였다. 한 꼬맹이가 나에게 와서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Why are you washing your hands?" 


그렇게 묻고는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한 손으로는 물이 흘러버리지 않게 입에 바짝 댄 채로 물을 마셨다. 그리고 손등으로 입을 닦고 뒤로 돌아 뛰어갔다. 당시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나보고 왜 손 씻냐고 묻는 것 같았다. 나중에 말을 들은 남편은 "자기네 식수인데 왜 손 씻냐고 한 거 아니야?" 하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이 사람들도 저 물로 세수하고 손 씻고, 샤워하고 빨래하고 다 하는데 설마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무튼 이야기를 나누다가 속은 더러운데 겉은 멀쩡한 물탱크를 보면서 사람 속내가 생각났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떠올랐다. 늘 속으로는 아닌데, 겉으로는 날 위하는 척했던 누군가가 말이다. 속으로는 나를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했던 오래 전의 그 누군가가 떠올랐다. 


나는? 나는 어떤데? 너는 겉과 속이 같아? 


순간적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무슨 생각하나 싶었다. 남 이야기 할 때가 아니란 생각에서 멈췄다. 

그 누군가를 비난할 마음은 없다. 그저 겉과 속이 다른 물탱크를 보면서 자아성찰적인 시간을 잠시 가졌고, 바로 이들의 건강과 저런 물을 먹고도 아무렇지 않은 치유력의 연관관계가 어떤 관계가 있을지 생각했다. 


병이 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어쩌면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장염이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원인이 물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을 수도 있다. 지하수도 더럽다.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내 보낸 오물이 다 흙속에 스미고 제대로 정화조 하나 없는 물길이 깨끗할 리 없다. 

 

필터를 달아 주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을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속 안은 썩어 문드러졌지도 모르는 물탱크가 꼭 속 사람 속 같다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틀 내내 생각하고 있다 결국 글로 적는 걸 보면. 

사람 마음이 그렇다면 어떤 필터를 쓸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다 결국 또 글로 돌아왔다. 

속 안에 있는 것들을 거스르지 않고 다 글로 쏟아 낼 수 있다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어차피 더러운 물을 다 퍼내야지만 깨끗해지는 법이니까. 






글 못 쓰는 건 당신 책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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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with3mom/22319884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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