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되는 습관적인 말
여느 때처럼 식사 시간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별과 엘 형제 그리고 남편과 나. 5식구가 앉는 자리에는 이름표도 없지만 늘 같은 자리에 앉는다. 우리집 꼬맹이들은 할 말이 많은 편인데 어느 때에는 참 다행이다 싶다가도 가끔은 귀가 따갑다. 더러 내 입에서는 "고만, 고만 좀 해봐봐." 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아마도 아이들이 말이 많은 건, 학교에서 보내는 반나절의 시간 동안 영어만 써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뼛속까지 한국인인 우리가 한국말로 내 마음을 실컷 말할 수 있는 자유는 누려야 속이 시원하니까.
밥을 먹다가 별이랑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별아 교복 치마 안 작아? 너 이제 좀 작을 거 같은데 안 끼니?"
"네. 아직 괜찮아요."
"옷 작아지면 알려줘야 엄마가 준비해주니까, 미리 이야기 해. 꽉 끼면. "
"괜찮아요. 다른 작아진 옷은 다 빼 놨어요."
옆에서 냠냠 거리며 밥을 먹던 여덟 살 꼬맹이가 한 마디 거든다.
"옷이 작아진 게 아니고, 몸이 커진거지. 어떻게 몸이 작아져!"
꽤나 진지하고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나와 별이를 번갈아 본다.
잠깐의 정적이 후 웃음이 터졌다.
"맞네. 맞아. 그래 니 말이 맞네. 오~ 똑똑해."
이 말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전에도 '옷이 작아진다'는 표현으로 아이들과 이야기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막내가 한마디 던졌었다. 옷은 작아지는 게 아니라 몸이 커지는 거라고 말이다.
은근히 살면서 하는 말 중에 말이 안되는 말이 있다.
같은 맥락으로 몇가지 문장을 생각해 봤습니다.
신발이 작아진 게 아니라, 발이 커진거죠.
집이 좁아진 게 아니라, 물건이 많아진거죠.
"내가 진짜 요즘 바빠서 통 그걸 못하겠네."
이건 일정이 바빠진게 아니라 우선 순위가 바뀐 겁니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고 썼던 말 중에 따지고 보면 이상한 의미로 쓰고 있는 말이 아마도 찾아보면 더 있을 겁니다. 그래서 말할 때 오류가 많은 사람은 글 쓸 때도 오류가 종종 납니다. 문장의 형용사 부사를 적절한 위치에 넣지 못해 꾸며줘야 할 단어가 아닌 엉뚱한 단어를 수식할 때도 이런 오류가 일어나기도 하고요.
그냥 되게 웃기고 깔깔 거리는 타임있었는데, 막내의 한 마디에 저는 혼자 골똘해져서 보물 찾기 하듯이 또 그런 문장 없나, 또 그런 단어 없나 찾고 있네요.
문장 찾기, 지나치는 말을 일상과 연결, 글쓰기와 연결, 생각과 연결하면서 계속 사색을 하면 생각이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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