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내지 않으면 모르는 삶
이사 시작부터 집안 정리까지 2주, 새롭게 리뉴얼된 프로그램 코칭 적응하느라 2주.
한 달이 금세 흘렀다. 그리고 그 사이 출판사와 두 번째 책 퇴고 작업 중에 있다.
브런치가 내게 잔소리를 한다. 글 쓰라고.
매일 퇴고하고 글도 쓰고 있었는데, 브런치에 글을 안 썼으니 알턱이 없다. 쓰다가 저장해 둔 글만 몇 개인지, 시작했으면 꼭 마무리를 지으라고 회원들에게 잔소리하면서 나는 저장만 해두니 브런치가 잔소리를 해준다. 어서 돌아오오. 오히려 고맙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지 안 쓰고 있는지를 다른 사람들은 브런치나 블로그, SNS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아니면 빨리빨리 책을 써서 많이 출간하던지 말이다. 그래야 작가가 작가답게 살고 있다고 소리라도 칠 수 있지 않냐는 말이다. 어쨌든 무언가 보이는 결과가 있어야 아는 세상이다. 혼자 조용히 사부작 거려봤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마음을 전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때론 쓸데없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문제를 만드는 때도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할 말이 있다면 전해야 알고,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야 안다. 하고 싶은 말, 해야 하는 말 하지 않고 마음속에 꼬깃꼬깃 접어 넣어두면 알 턱이 없지 않은가. 표현해야 알고, 말해야 안다.
이사 후 인터넷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남편 탓이 아닌데, 괜히 남편한테 빨리 해결해 내라며 투정을 부렸다. 그 탓에 옥신각신하다가 괜히 안 해도 될 말을 하는 바람에 남편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평소에는 콕 집에서 말을 해주지 않아서 안 하는 일이 있는데, 이번에는 알면서도 안 해주는 것 같아서 심통이 났다. 게다가 내 일에 지장을 받고 있는 이 상황이 불편했고 불만스러웠다. 남편은 내 꼬락서니를 보고는 머리를 굴리고 서치를 해가면서 상황을 해결해 주려고 애썼다. 그리고 2-3일에 걸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 될 실마리가 보였다.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데 꼬락서니를 너무 내놓은 탓인지 자존심에 바로 "고마워" 이 한마디가 나오질 않았다. 해야 하는 말을 안 하고 있으니 입이 근질거리고 마음이 무거웠다.
다음 날, 옆을 지나가면서 은근슬쩍 한 마디 던졌다.
"오... 능력자."
히죽 웃는 남편의 얼굴을 보고 한 술 떴다.
"어제 보다 좀 잘 되는 것도 같네."
평소 같았으면 약간의 호들갑을 섞어 "역시!" 라며 엄지를 치켜줬을 건데, 그게 며칠 걸렸다. 그리고 며칠 지나서 "오 ~ 잘 돼. 잘되네~~ 이제 괜찮아." 라며 점층적 칭찬을 늘어놓았다.
나를 드러내는 일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지내는지, 누구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물안궁인 TMI일지라도 때론 나를 드러내 어필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긴다. 때론, "뭐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해 본다. 부러 나를 드러내는 일이 자칫 교만하고, 밥 맛없는 잘난 척이나 하는 사람으로 비추어질까 염려되어하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가끔 약간의 똘끼를 잠시 데려와 칩을 깔아 끼우듯 기능도 하나 넣어본다. 자신감 있게 나를 드러내는 일과 잘난 척하는 일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2주 동안은 새벽 2시에 잠든 날이 많았고, 출간 계약 후 탈고까지의 달리기 때문이었다고.
그 사이 강의도 듣고 영어 코칭에 시간을 쓰고, 아이들을 챙기고 있다고.
그리고 틈틈이 책 쓰기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새로운 강의를 공고하고 모집해야 하는데 머리가 아파 죽겠다고.
구시렁거리며 잠시 고요히 자던 브런치 공간을 이렇게 깨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