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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투 더 빨 투 더 리와

계절 통



비 온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중이다.

그러니까, 봄 비 인듯하다.

겨울 추위에 비하면 가볍지만, 요 며칠 날씨가 스산하니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든다.


그립다.

추운 겨울,

코트에 부츠에 목도리까지 칭칭 매고 총총걸음으로 눈길을 지나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선다.

친구의 안경에 김이 서려 내 손으로 직접 닦아 주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도통 실내 온기라곤 어디서도 깊이 느껴볼 곳 없는 남아프리카에서는 실내 난방 시스템이 그립다.

따뜻한 코코아 한 잔,

김서린 창문에 입김 불어 손가락으로 그림이라도 그리고 싶은 기분이다.

커피보다 코코아가 생각 난 건 어린 시절이 그리워서 일까?


오늘이 그런 아침이다.

스산한 추위에 닭살이 돋는 창가 옆 내 자리 데스크 탑.

이 자리도 창가까지만 빛이 들어오는 탓에 일부러 옮긴 위치인데 오늘은 유난히 더 춥게 느껴진다.

맑게 '지저귀는' 새소리가 그래도 하늘의 온도는 쾌적할까 싶다.


SNS에 올라오는 휴가 사진을 본다.

제주도로 외국으로, 따뜻하나 나라에서 따뜻한 나라로 여행 간 사람들 사진이다.

추운 겨울인 이곳에서 사진 속으로 들여다보는 계절 온도를 몸으로 느껴보고 싶다.



요 며칠 마음의 계절이 절반으로 나뉜 것 같다.

한쪽은 봄, 한쪽은 한겨울.

그래서인지 신경도 좀 예민하다.

그 탓에 오늘 삼 남매는 엄마의 예민함에 희생양(?)이 되었다.

물론, 타당한 이유가 있는 잔. 소. 리. 였다.

하필 오늘 같은 날 삼 남매가 한 카테고리에 걸친 잘못을 한 게 내 심기를 건드렸다.

아이들은 돌아가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눈물을 보고는 또다시 맘이 약해져 타당성이고 뭐고 나는 지금 아이들을 앉혀놓고 뭐 하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

예민한 별이는 저녁 식사가 마치기도 전에 잘 못 던진 말에 나에게 야단이나 맞고 눈물을 삼키며 밥을 먹었다. 결국 속이 안 좋다며 침대에 누워서 잠들기까지 힘들어했다. 백초로 달래 잠을 재웠지만 내 마음은 편치가 않다.


오늘은 이곳에 자세히 기록하지는 않을 거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당연히 겪고 이겨내야 하는 관계에 대한 부분에는 할 말이 많은 탓이기도 하다.

예민함에서 시작했으나, 아이들만큼은 내가 겪었던 상처나 시행착오를 덜 겪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결국,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 있는 걸 알고, 대신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래도 부모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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