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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출신 지역과는 정말 연관성이 있을까

by 남다른디테일



얼마전 이런 댓글을 누군가 다셨다.


​이상한 영광출신 양아치가 호텔좌지우지하고있습니다 오래안가 호텔명성 바닥으로 떨어질듯...

따로 답변은 안했지만, 나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준 글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사적으로라도 쉽게 꺼내서는 안되는 주제는 종교와 특정 지역 등일 거다.

나 역시 어릴적 학습된 영향으로 지역 감정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런 작은 나라에 무슨 지역 감정이 있느냐며 최대한 사람을 볼때 편견을 가지지 않고 보려고 했다.

나 역시 출신 지역으로 차별 받았던 적이 있었고 "고향이 어디에요?" "대학은 어디 나왔어요?"라는 질문을 받을때면 참 싫었다.

학연, 지연 중심주의를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고 믿고 자라왔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학연, 지연으로 평가할거 같아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다.

어릴적 아버지와 외삼촌 등은 특정 지역 사람을 무진장 싫어하셨다. 아마도 군대에서 크게 당하셨던 듯 했다. 얼마나 당해셨길래 그 지역 사람들하고는 말도 섞지 말라고 하셨는지 ㅠ 그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되면서도 그 다음 시대를 살아갈 나는 그런 걸 없애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오히려 나에게 서울 생활을 하면서는 서울 출신 사람들이 더 별로였고 '깍쟁이'라는 말이 왜 나온지 알겠더라. 별로 웃기지도 않는데 열심히 웃는 그 가식성, 앞에서는 웃고 친한 척 하지만, 뒤돌아 서서 갈때는 뒤도 한번 안돌아 보고 가는 그 차가움....나에게 서울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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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요즘 왜 "어른들 말 하나도 틀린게 없다", "어른들 말 들어서 손해볼 거 없다"는 말이 나온지 실감하고 있다.

나는 최근에 이 특정 지역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다.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당시는 그게 사기인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기였다.

이 사실을 안 누나는 나에게 "사기꾼 한테 사기 당했다고 생각해"라며 전화를 끊어 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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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정지역 사람과 최근 몇개월간 돈과 관련해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느낀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랐길래 이런 생각을 하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사기는 특정 지역 사람만 치는 게 아니다. 일반화의 오류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한번 사기를 당하니 그쪽 출신 사람들을 만날 때면 신뢰가 잘 가지 않고 쉽게 마음을 열기도 어렵고 여러 의심이 드는게 사실이다. 아무리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번 사기를 당하니 그런 편견들이 생기는 거 같다. 본능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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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특정 지역 사람에 대한 편견없이 투자를 하고 대출을 했는데, 막상 해보니 '돈'에 대한 태도나 개념이 전혀 달랐다.

처음엔 세대차이라고 생각했고 자라온 환경이 어떻길래 이렇게 다를까 생각을 했었다.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했다. 그런 편견이 있었다면 돈거래도 하지 않았겠지.

그 사람은 몇년전부터 나에게 투자를 제안했다. 그의 사업 구상은 장밋빛이었다.

"내가 사업을 하게 되면 서로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설거다"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자." “조만간 큰 투자금이 들어오니 그때까지만 잠시 빌려달라”

나는 그를 믿었고, 10여년을 알고 지낸 사람인데 설마 뒤통수를 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돈에 대한 공과 사도 구분하지 못하고, 법도 우습게 알고 횡령을 저질렀다. 법인 돈으로 가족들과 값비싼 식사를 하는 건 예사였고 심지어 지하철까지 회사돈으로 타고 다녔다, 회사돈=개인돈 으로 착각하고 살았다.


10년 이상 알고 지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랍고 실망스러웠다. 설득도 해보고 싸우기도 하면서 간극을 좁히려고 노력했다. 해결점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쉽게 되지 않았다.

왜 '꼰대'라는 말이 나온지 알겠더라. ‘가오’가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버스 지하철까지 회사돈을 쓰나? 내로남불의 전형이었다.

“사람은 절대 안바뀐다"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그런 문제들을 지적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세상에 나와는 너무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말바꾸기도 예사였다. 너가 원해서 투자한거 아니냐는 식 ㅠ

아 그에 앞서 돈을 빌려주면서 나는 그에게 공증을 요구했다.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안좋은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는 거절을 했다. 오히려 나에게 큰 소리를 치며 "너 나 못믿니? 돈 들어가고 귀찮게 무슨 공증이야"라며 거절했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돈 빌려주는 사람이 원하면 해줘야하는게 아닐까? 돈 빌려주는 사람이 불안하면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라도 공증은 해줄 수 있는지 않나? 내가 공증비를 내겠다는데?

큰 돈은 빌리고 싶은데 공증비는 아깝고? 너무나 모순적이었다.

그가 공증을 거절했을때 깔끔하게 돈거래를 하지 않았었어야 했는데 후회가 된다.

지금 와서 후회하면 뭐하나 당한 놈만 바보지.

당하지 않은 사람은 나는 그런 사기 안 당할거야, 당한 너가 바보 아니니? 자기가 당했다고 무슨 지역 감정이 나오니? 라고 하시겠지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릴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꼬임과 말놀음에 놀아났던거 같다.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길래 돈에 대한 태도나 개념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남의 돈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오히려 빌려간 사람이 갑이더라. 5년뒤 연이자 3%로 갚겠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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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사람과 그가 자라온 환경, 그가 자라온 지역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나는 그 특정 지역에 간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잘 모르겠다.

편견을 가지는 것이 좋은지 안좋은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제일 못믿을 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지구상에서 제일 못된 동물 같다.

왜 결혼 안하고 개키우고 고양이 키우며 사는지도 이해가 된다.

어떤 삶을 사는게 바른 삶을 사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나에게 이상한 편견을 가지게 한 그 사람이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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