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 삼촌이 갈비를 알아?

아빠의 DNA

by 무명초

명절 갈비찜 앞에서 나는 잠시 망각에 빠졌다. 이 조카 녀석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그 지독한 핏줄이 어디서 왔는지를 말이다.


"자, 삼촌이 먹기 좋게 다 잘라놨어. 이제 예쁘게 먹자."


나는 세상 다정한 삼촌에 빙의해 가위로 고기를 거의 조사 놓았다. 애 입술에 기름 묻을까, 이빨에 낄까 싶어 정성껏 순살만 골라 대령했더니, 다섯 살 조카 녀석 표정이 심상치 않다.


"삼촌, 지금 나랑 장난해?"


눈으로 욕을 박은 조카는 내가 공들여 해체한 고기 더미를 경멸하듯 밀어버렸다. 그러더니 고사리손으로 냄비 속 대왕 뼈다귀를 하나 낚아채는데, 그 포스가 딱 우리 형이다.


작은 앞니로 뼈에 붙은 힘줄을 '콰직' 끊어내며 고개를 꺾는 각도. 뼈 사이사이 살점을 훑어내는 그 기괴한 집요함까지. 녀석은 지금 고기를 먹는 게 아니라, 자기 몸속에 흐르는, 지 아빠의 DNA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중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공손하게 가위를 내려놨다.


맞다, 형 딸이었지. 내가 아무리 가위질로 문명인인 척 배려를 해봤자, 녀석에겐 그저 고기 맛 버리는 참견일 뿐이었다. 가문의 정통 후계자는 고작 다섯 살의 나이에 뼈를 씹어 돌리며 선언하는 ‘뜯먹파’의 후계자였다.


"삼촌, 고기는 뜯는 거야."라는 표정으로 기름진 썩소를 날리며 다시 뼈다귀로 돌진하는 조카를 보며 생각했다.


저 녀석은 벌써부터 집안의 뼈대를 제대로 세우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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