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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너의 개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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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희 Sep 03. 2024

너의 개

단편소설

너의 개 (4화)



  “태경 씨는 소설을 쓰신다고 하셨죠?”


  너는 멋쩍은 얼굴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는 요즘 쓰는 글이 있는지 물었고 네가 그렇다고 끄덕이자 제목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너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생각하고 있는 제목을 떠올렸다.


  ‘끈.’


  그것은 길고 가는 개의 목줄 같은 거였으나 그에게 말하진 않았다.


  “저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잖아요. 어떤 어려움이든 편하게 얘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너는 어려움을 편하게 말해보라는 그의 말에 난감함을 느꼈다. ‘어떻게’라는 고민을 불러일으키는 면에서는 곱씹어볼 만한 말일까? 곱씹고 있는 너를 그가 물끄러미 보았다.


  “그럼 제가 질문을 드려볼까요? 혹시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누굴까요?”


  “……할머니요.”


  그는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여자 친구나 어머니라는 답변을 예상했다는 거였다.


  “저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그렇군요. 저도 할머니와의 추억이 많습니다.”


  “……“


  “좋습니다. 그럼 혹시 요즘 거슬리는 것, 나를 괴롭히는 무엇이 있다면, 그게 뭘까요?


  “……개 소리요.”


  “개 소리라……“


  “개 울음소리가 더 정확하겠네요.”


  너는 언제부터인가 듣기 시작한 그 소리를 떠올리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깽깽, 하고 멀고도 단순하게 들려왔다가, 이내 강약을 오가며 께엥, 께엥, 신경이며 힘줄을 가닥가닥 잡아 뜯었고, 어느 순간 크후우우우, 채찍처럼 휘감기며 하울링으로 바뀌는 소리였다. 도시에 사는 개들이 하울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늑대의 후예다운 야성적인 습성이기보다는, 주인과 떨어져 낯선 환경에 처한 두려움이나 고통 따위를 표출하는 것이라고도 하는데, 그렇다고 오늘은 뉘 집 개인지 찾고 말리라 박차고 나갈 정도로 지속되는 것은 또 아니어서, 과연 그 개소리가 실제로 담벼락을 타고 창문을 넘어와 고막에 닿은 파동인지 아니면 머릿속에서 맴돌다 사라지는 이명 같은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들개는 아닐까요? 보호자에게 버려진 유기견들 말입니다. 혹시 산 근처에 사십니까?”


  김영준의 말에 너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전 산 근처에 살지 않습니다.”


  “그러시겠죠.”


  “……“


  “혹시 할머니께 그 소리에 관해 물어보셨습니까?”


  “……선생님,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할머니의 정신은, 휘발되었답니다. 남은 육신은 이제 고귀함의 흔적만을 간직한 문화재 같은 것이죠. 혹은 문화재에 불을 지르는 말썽꾼이라고 할까요? 저는 후손으로서 할머니를 돌보고 있으나 대화 상대는 못됩니다.”


  너의 말에 두 눈이 커지던 김영준은 자신의 어머니도 사실 그렇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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