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알았어 네가 '로 시작해'이럴 줄 알았어 내가'로 끝나는 싫어하는 장면들이 생각난다.
남동생과 나는 사이가 좋은 편이다.
7살 터울의 나의 동생은 애교가 많고 딱히 야무지진 않지만 동글동글한 성격의 어른이고 내 눈에는 어릴 적 누나의 떡볶이 심부름을 하던 귀여운 아이로 여겨진다.
나의 사랑둥이 막냇동생. 하지만 남매는 남매다. 싸우지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많다. 시간에 강박이 있는 나는 약속시간 최소 십 분에서 많게는 한 시간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짠다.
외부로 강의를 하러 갈 땐 도로의 상황과 현장 준비상황까지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많고, 그 당시 초보운전자여서 속도내기를 무서워하는 탓도 있었다.
이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지각하는 것은 질색이고, 뭉그적거리는 건 더 질색인데 동생은 여유가 넘치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함께 동행해야 하는 가족행사가 있을 경우 서둘러 준비하길 바라는 나와 엄마, 느긋한 아빠와 남동생의 미묘한 신경전이 생긴다.
뭐가 됐던 지각은 없다.
'그럴 줄 알았어 네가 매번 늦장이지'
사랑스럽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 느긋함이 답답하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자꾸만 객관적이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보고 생각한 틀 안에서만 상대를 판단한다.
이것이 얼마나 오만하고 어리석은 줄도 모르고.
나는 열 가지 중 매번 한 가지를 놓친다.
'이럴 줄 알았어 내가'
바보 같은 실수를 하지만 내가 놓치는 한 가지를 내 동생은 챙긴다.
내 동생은 늦장을 부리지만 시간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한시에 만나기로 하면 한시에 약속 장소에 얼굴을 내보인다.
대부분이 그랬다.
무조건 일찍 도착해야 한다는 것은 나의 생각이고 가치관이다. 상대가 일찍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질책을 하거나 답답해해서는 안된다.
섣부르게 상대를 판단하고, 나를 판단해서 놓친 한 가지들이 얼마나 많을까. 나에게도 여유 있는 생각과 시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크게 한숨을 내쉬었고, 성급한 판단이 들 때 잠시 생각을 한다.
여유 있게 한번 더 생각해
'그럴 줄 알았어 네가 ', '이럴 줄 알았어 내가' 보다 '한 번 더 생각해'가 나를 여유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