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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Dec 14. 2021

쓸쓸하되, 슬프지 않기를

멈춘다고 죽지는 않던데

익숙함이란 감정은 양날의 검처럼 따뜻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익숙해서 좋고, 익숙해서 편안하고, 익숙해서 싫어지고, 익숙해서 멀어진다.


익숙함이란 감정을 원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겨울의 바람이 낯설다. 지금은 매일 추워 겨울의 바람이 익숙해졌만 익숙해지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매년 그렇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다는 것이 몸으로 느껴지 어느 날 시원한 바람이, 더 이상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 말랑거리는 바람이 수분감을 잃은 듯 쌀쌀해질 때, 그때의 나는 쓸쓸했다.


왜인지 겨울의 바람은 쓸쓸하고, 외로운 기분 들게 한다.  


봄바람에 그렇게나 마음이 들떴는데 일 년이 언제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한 해가 빠르게 지나고 있다.


자연은 참 규칙적이다. 바람조차도 계절에 따라 다른 바람을 불어댄다.


바람이 수분감을 머금고 불어대며 계절을 바꾸는 것처럼 나 또한 계절을 바꾸듯 기분을 바꾼다.


규칙적으로, 수분감을 머금은 감정이 몽글몽글 따뜻하게 그리고 폭신폭신하게, 어느 날에는 수분감을 잔뜩 줄이고 쓸쓸하게 사부작 거리는 감정을 만든다.


나는 슬픔과 쓸쓸한 감정의 조합을 싫어한다. 왠지 이 둘의 감정이 무척이나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만드는 것 같아서 싫다. 오늘의 나는 슬프지 않지만 쓸쓸한 기분이다. 그래서 좋다. 슬픈 감정을 싫어하지만 쓸쓸한 기분은 꽤나 괜찮아하는 편이다.


슬픔, 쓸쓸함, 외로움과 같이 그늘진 감정을 잘 받아들일 수 있어야 빛나는 감정도 잘 받아들일 수 있지만 여전히 익숙해지고 싶은 기분은 아니다.


틈틈이 기쁘고, 틈틈이 행복하고 틈틈이 쓸쓸한 지금이 마음이 든다.


슬픔에 익숙하지 않고, 그것에 적응되지 않은 지금이라 참 마음에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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