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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주재원]#35. 테니스를 칩니다.

운동으로 조지기, 손목도..

by 남산


운동의 소중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여러 가지 운동을 혼자서도 해보고 다른 분들과 같이도 해보고, 스포츠와 운동으로 많은 시간을 아내와 동네 지인들과 함께 보낸다. 일주일에 4번 이상은 운동을 한다. 세어보니 테니스로 3일 정도 레슨과 동호회 게임을 하고 있고, 토요일에 아내와 골프레슨도 받고 있다.


처음에 왔을 때는 밤에 아파트에 있는 헬스장에서 걷고 뛰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홀로 하며 시간을 보냈다. 몸에 남아있는 에너지를 없애야 잡생각도 나지 않고, 머릿속이 빈 상태로 잠에 쉽게 들 수 있었다. 그러다가 아파트 테니스 코트에서 코치를 불러 아내와 함께 배우기 시작했다. 코치가 들고 오는 채로 레슨을 시작했다. 학창 시절 배드민턴 좀 쳐봤다고 나름 폼을 재고 쳐보는데 네트 위로 넘어가지 않고 내 코트 쪽으로 쌓여가는 볼들을 보면 꼭 넘기겠다는 전투력이 샘솟았다.


한국에서는 배우는 것도 비싸고 예약도 비싼 운동으로 알고 있고, 주변에 하는 사람들이 없다 보니 선뜻 도전하지 못했다. 역시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1층에서 바로 갈 수 있는 테니스장이 있고 코치를 부르면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레슨을 받을 수 있다. 1시간 풀로, 비싸면 3만 원 정도로 1:1 레슨을 받는다. 한국에 비해 입문의 턱이 외국인 입장에서 아주 낮다. 한국은 PT도 50분 하면 7~10만 원 달라고 하는 요즘인데 말이다.



테니스를 치며 나에게 주는 장점이 3가지가 있고 단점이 한 가지가 있다.


장점 1. 형님들과 사회활동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 하원 후 만나게 되는 학부모들과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다. 테니스를 치며 사업이나 주재원, 투자 등의 목적으로 베트남에 오신 분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대부분 남자다. 영문학도로서, 인사직무를 수행하며 여초 조직에서 살아남은 전례가 있는 나지만, 가족이 생기고 나이가 40에 가까워질수록 이성과의 관계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이는 반대 입장에서만 봐도 그렇다.


주로 남성분들이 주재원으로 많이 오기 때문에 여성분들은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거나 동년배들 간 마음이 맞는 모임들을 만들고 점심을 먹거나, 골프를 친다. 난 여기에 끼지는 못한다. 누가 저희 점심모임 있는데 순아 아빠도 같이 가실래요? 이상하다. 여초 조직에서 지낸 나지만 이 나이가 되어서는 쉽지가 않다.


장점 2. 살이 빠진다.


평생 말라본 적이 없는 나다. PT도 받아보고 1년 헬스장도 끊어보지만 다 상술에 빠져 3개월 이상을 가지 못했다. 혼자 밀고 나가는 의지가 약한 편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끝까지 해내게 된다. 테니스를 하게 되면서 느끼는 점은 이 스포츠 자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거다. 좋아하지 않으면 오래 끌고 갈 수가 없는 운동이다. 몸에 부담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함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별도로 연락해 연습이나 게임을 하게 되는데 서로 불편함 없이 함께 칠 수 있는 형님들이 참 많다. 그러다 보니 덩달아 나도 열심히 하게 되고, 낮에 이미 쳐도 저녁에 같이 치자고 하면 힘들어도 같이 또 테니스 라켓을 잡고 아내에게 조심스레 물어본다. 결국 오늘 몸무게를 재니 3킬로가 빠졌다. 먹는 시간도 진짜 아껴가면서 치고 있다...


장점 3. 말할 수 있는 취미가 생겼다.


첫 만남의 상황이나 친해져가는 지인들과 밥을 먹을 때 주로 어떤 운동을 하시냐, 뭘 좋아하시냐 많이 묻게 된다. 이제 나는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저는 테린이지만 테니스 치는 것을 좋아합니다. 검도, 헬스, 달리기 등 스포츠를 했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단점은 딱 한 가지다.


바로 고질적인 부상이 생겼다. 발목, 손목이다. 매일 치다 보니 손목에 자연스럽게 무리가 가 TFCC라는 손목 부분의 인대가 늘어났다. 아직 치는 자세가 안 잡혀 있기 때문에 몸이 많이 굳어있기 때문이다. 힘을 빼야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이외에는 굉장히 좋은 운동이다.




운동을 하며 여기에서 지내는 동안 스트레스도 풀고 불안의 지수가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끼어들 틈이 없다. 하루가 가득 차고, 아는 사람들도 생겨 말을 나누다 보면 얻게 되는 새로운 정보(?)들도 흥미롭다. 하지만 운동만큼 내 생활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 나 스스로가 대견하고, 갈수록 잘해가는 단계별 성취감도 있다. 대회도 열리기 때문에 목적을 가지고 연습과 게임에 임할 수 있다. 그렇다. 이렇게 난 테린이를 넘어 테친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12월에 여기서 대회가 열린단다. 같이 갈 사람만 있으면 힘들게 연습해서 나가보고 싶다. 목표는 1등이지만 경기를 통해 내 실력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도 좋은 자극이라 생각된다.


좋아하는 운동 하나 가지는 것, 살면서 나를 안정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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