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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비스 샌드위치.

by 남이사장

화요일엔 이틀이지만 장기간 쉰 듯한 휴일이 끝나고 어쩐지 꽉 찬 새로움을 가지고 가게로 간다.

낯설고 익숙하고 친밀하면서도 저 멀리 있는듯한....

화요일이니까 물품 정리를 하고 월요일 들렸었는데 낯설다.

오늘은 물건이 제법 되니까 여유 있다고 생각했는데 버섯도 보이고 소고기 돼지고기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고....

버섯으로 수프 끓이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쳐다보다가 한숨과 함께 '미트볼 해야겠군' 해서

주방이 바쁘다.

미트볼 재료 다 반죽하고 굽느라 정신이 혼미한데 갑자기 손님이 들어오셨다.

" 지금 샌드위치 돼요?"

" 오픈 시간이 열한 시인데요 "

...

"몇 개를 원하세요"

" 네 개가 필요한데... 가격이 얼마예요"

"7000원입니다"

가격이 비싸다고 하시면서 곰곰이 생각하시는데 난 미트볼도 바빴고 내심 어쩌나 싶었다,

" 몇 시까지 필요하세요"라 물으니 급하시다 하셨고 나도 좀 생각하다가 해드리보겠다고 했다.

손님은 예약을 하시고 남은 시간은 15분.

다급하게 미트볼을 정리하고 넣어 두고 샌드위치를 준비한다.

앨비스 샌드위치.

여태까지는 오일장에 가서 야채를 구입하고 마트에서 햄과 치즈를 구입하고 드레싱을 만들었었는데

일월부터는 힘들었다.

야채는 버리는 양이 많았고 햄과 치즈 또한 관리가 어려워서 샌드위치는 잠시 접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앨비스 프레슬리가 생전에 좋아했다는 샌드위치를 생각했다,

땅콩버터가 주 재료인데 때마침 나는 땅콩버터를 만들고 있으니 여분에 버터를 사용할 수 있어서

"됐다" 싶었다,

어울리는 재료를 찾아서...

식빵, 바나나, 베이컨, 계란, 오이 머스터드를 넣기로 정하고 두세장 연습을 하고,,,

앨비스와 같이 리코타와 오이겨자절임을 같이 리코타 오이 샌드위치도 메뉴라인을 정했다.

굉장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흔한 샌드위치지만 애정이 간다.

샌드위치 빵으로 식빵을 선택한 것도 원가를 줄여보기 위한이었지만 미니 바게트보다 자그맣게 팩에 들어가 앉아 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식빵이 구워질 때 풍기는 향이 맘에 든다.

앨비스를 만들어야 하니 맘이 설레고 준비가 급했다.

베이컨과 계란을 굽고 삥을 오븐에 넣고 땅콩잼을 바르고 오이를 개수를 갖춰서 넣고 마우리를 하는데

손님이 들어오셔서는 가만히 만드는 모습을 바라보시더니 " 맛있겠다. 칠천 원 받을만해요" 하고 해 주신다.

샌드위치를 포장해 드리고 미트볼로 돌아와서 오픈 준비를 마치고 오픈을 하고,

잠시 후에 손님이 또 들어오셨다.

"사람들 가져다 드리고 나도 먹고 싶어서 이 따기 5시에 두 개 포장할 수 있어요"

손님이 좋아하시는데 "네"

오전 오후 장사를 하고 다섯 시에 손님이 오셨다.

샌드위치 두 개를 내어 드리니 수프도 사시겠다 하셔서 싸드리면서

미트볼 두 개를 포장해 드렸다.

" 미트볼 두 개는 서비스예요. 레인지에 데워서 드셔보세요"

살짝 웃으시면서 너무 좋아하신다.

하나하나 정성을 다하는 나의 좀 모자란 모습을 봐주시는 것도 감사했고

내 샌드위치를 잘 봐주시는 것도 감사했다.

밤잠을 설쳐가면서 샌드위치 재료를 잡고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 보고 처음에 내놓고 반응이 별반 없어서

실망도 하고 메뉴 접을까 고민했었는데 그런 걱정들이 씻겨지는 마음이다.

작년 11월부터 이게 뭔가 싶게 손님도 없고 의욕도 없고 가게에 앉아 있는 시간이 어깨를 짓누를 는 듯 느리게 흐른다.

쿠킹 클래스도 준비하고 메뉴도 고정화시켜보려고 하고.

갖가지 머리를 써보지만 반응은 없고,

소심해진 나는 이러지도 못하고 날마다 고개 숙이는 기분에 익숙해진다.

지나 갈 거라는 말에도 옆에 건물들에 붙은 "임대"라는 단어에 머리가 텅 비어 온다.

어떻게 헤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냥 내 샌드위치가 누군가의 행복한 한 끼가 된다면 "되었다" 하면서 한번 웃고 견뎌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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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버터와 리코타를 만드는 시간이 행복하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선선하게 지나가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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