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5학년 조카가 있다. 난 그 아이를 '개 쓰리 (강아지 #3)'라 부른다.
(이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wavlo/12)
조카는 실험하는 걸 좋아한다. 오늘도 아무 말 없이 내게 두 개의 짧은 쇼츠 영상을 보냈다.
첫 번째 영상을 볼 땐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진다. “아, 나 저런 거 진짜 싫어하는데...”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런데 두 번째 영상을 볼 땐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어설프게 찍힌 영상이고 고퀄리티도 아니지만, 왠지 자꾸만 다시 돌려보게 된다. 영상 속 물소리는 아름답게 들리고, 어느 순간 작은 물줄기가 거대한 폭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조카는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잠시 갔다가 밤 10시 반까지 혼자 시간을 보낸다. 아빠와 일본인 엄마는 울산에서 조그마한 카페를 운영하신다. 아르바이트생 없이 부부끼리 모든 일을 감당하기에 매일 늦은 밤까지 카페를 지키시고, 조카는 그 빈 시간 동안 게임도 하고, 유튜브도 보며, 혼자 이런저런 쇼츠 영상을 만든다.
하지만 조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엉뚱한 ‘실험’이다.
예전부터 남들이 보면 “이걸 왜 해?”라고 물을 법한 이상한 실험들을 즐겼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내게 보낸다. 나는 조카의 그런 영상들이 참 좋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 아이에게는 흥미로운 놀이가 된다. 알면 알수록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다.
조카의 작은 화면 속에서 나는 내 어릴 적 모습을 발견한다. 메뚜기와 대화하고, 강아지풀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나무와도 이야기하던, 엉뚱하고, 순수했던 그 시절의 나를.
강아지 3호도 이제 6학년이 된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고, 아직은 더 어린아이같은 조카. 이 아이에게도 곧 사춘기가 오고, 이런 영상을 더이상 찍지 않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 난 이 아이가 보내는 엉뚱한 쇼츠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