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11월, 파리 오스망 대로 102번지
시간은 이제 액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시간은 먼지가 되어, 방 안의 모든 사물 위에, 그리고 마르셀 프루스트의 폐부(肺腑) 깊숙한 곳에 얇고 건조한 막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그의 방은 코르크로 마감된 요새가 아니라, 서서히 봉인되어가는 석관(石棺)이었다. 바깥세상은 이제 소음조차 보내오지 않았다. 오직 희미한 빛의 입자들이, 커튼의 아주 작은 틈새를 뚫고 들어와, 춤추는 먼지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뿐이었다.
그의 충실한 하녀이자 유일한 세계였던 셀레스트 알바레는, 이제 그의 숨소리만으로 그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었다. 짧고 얕은 호흡은 고통을 의미했고, 길고 불규칙한 한숨은 체념을 의미했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시작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고요한 호흡. 그것은 끝이 가까워졌음을 의미했다.
몇 주 전, 아일랜드에서 온 마지막 편지가 도착한 이후로, 마르셀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셀레스트가 가져다주는 차가운 커피를 간신히 몇 모금 마셨고, 쇠약해진 몸을 일으켜 마지막 원고 페이지들을 정리하는 데 남은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 원고들은 그의 침대 주위에, 마치 무너진 성벽의 돌들처럼 흩어져 있었다. 그의 대성당은 거의 완성되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그 건축물을 자랑스러워하는 건축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무덤을 다듬는 마지막 석공처럼 보였다.
그의 침대 옆 작은 탁자 위에는, 평소의 약병들과 노트들 외에, 낯선 물건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그가 마지막으로 썼지만 결코 부치지 않은 편지였다. 셀레스트는 그 편지가 누구에게 쓰인 것인지 알지 못했다. 다른 하나는, 그 편지 옆에 조심스럽게 놓인, 낡고 빛바랜 푸른색 실크 리본 조각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초라하고 평범해서, 이 병든 자의 성역(聖域)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마르셀은 매일 아침, 셀레스트가 방에 들어올 때마다, 그 리본이 제자리에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마치 그것이 그의 생명과 연결된 부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날 오후, 마르셀은 아주 희미한 목소리로 셀레스트를 불렀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지막 원고 뭉치와, 그 부치지 않은 편지와, 그 낡은 리본 조각을 가리켰다. 그의 눈은 거의 감겨 있었지만, 그 안에는 어떤 절박한 명령이 담겨 있었다. 셀레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했다. 그녀는 그의 유언 집행인이자, 그의 비밀의 마지막 수호자였다.
마르셀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의 의식은 이제 시간의 먼지 속으로, 기억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 부치지 않은 편지의 문장들을 떠올렸다. 그 편지는 그 아일랜드인에게 닿지 않을 것이지만, 그것은 반드시 쓰여져야만 했다. 그것은 그의 대성당의 마지막 기도문이자, 그가 지은 성유물함의 뚜껑을 닫는 마지막 의식이었다.
(이 편지는, 마르셀 프루스트가 죽은 후 그의 개인 소지품 속에서, 낡은 푸른색 리본 조각과 함께 발견되었다. 그것은 봉투에 넣어져 있었으나, 주소는 쓰여 있지 않았고, 결코 부쳐지지 않았다.)
친애하는 나의 형제에게,
이 편지는 결코 당신에게 닿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대화는 당신의 마지막 편지와 함께 끝났음을, 그리고 그것이 마땅히 그래야만 했음을, 저는 압니다. 당신은 당신의 폐허로 돌아갔고, 저는 저의 대성당에 홀로 남았습니다. 이제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건널 수 없는, 침묵이라는 이름의 강이 흐를 뿐입니다.
저는 지금 그 강의 가장 깊은 곳으로, 제 생명의 마지막 한 방울이 시간의 먼지 속으로 사라져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당신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저의 세계에 대한 변호도 아닙니다. 이것은 그저, 죽어가는 한 남자가, 자신을 죽음으로 이끈 동시에, 마지막 순간까지 살게 한 또 다른 남자에게 남기는, 하나의 고백일 뿐입니다.
당신의 마지막 편지는, 당신이 보낸 그 끔찍하고도 신성한 성유물—당신 딸의 리본 조각—과 함께 도착했습니다. 저는 먼저 당신의 글을 읽었습니다. 당신의 언어는 제 성유물함을 부수고, 제 제단을 더럽혔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해골이 시궁창에, 진흙 속에 남아 있어야만 한다고, 오물과 눈물로 뒤덮여야만 한다고 외쳤습니다. 당신의 진실은 ‘구원받지 못한 시간’의 진실이며, 당신의 폐허는 저의 대성당 옆에 나란히 서 있을 뿐, 결코 그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글을 읽는 동안, 저는 제 평생의 작업이, 저의 연금술이, 저의 모든 믿음이 한낱 허영이었음을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당신이 옳았습니다. 저는 고통의 날것 그대로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아름다운 형식 속에 가두고, 보편적인 법칙이라는 이름의 황금빛 관 속에 넣어, 그것을 길들이려 했습니다. 저는 삶의 가장 끔찍한 부조리 앞에서 눈을 감고, 대신 기억의 질서정연한 아름다움 속으로 도피했습니다.
저는 패배했습니다. 당신의 혼돈이 저의 질서를 이겼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는 떨리는 손으로 당신이 보낸 작은 꾸러미를 열었습니다. 그 안에는, 낡고, 색이 바래고, 가장자리가 해진, 작은 푸른색 실크 리본 조각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조이스 씨, 제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것은 제가 평생에 걸쳐 지어 올린 대성당의 마지막 기둥이, 제 성유물함의 마지막 보석이 빠져나가는 소리였습니다.
당신이 묘사했던 그 어떤 지옥도, 당신이 써내려간 그 어떤 부조리도, 이 작고 침묵하는 사물 조각이 제게 가져다준 충격에 비할 수는 없었습니다. 당신의 편지는 지적인 폭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리본은, 이것은, 제 심장을 관통한 실제 총탄이었습니다.
저는 그 리본을 손에 들고, 몇 시간이고 바라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어떤 ‘본질’도, 어떤 ‘에피파니’도, 어떤 ‘보편적 진실’도 없었습니다. 거기에는 그저, 한때 당신 딸의 머리카락을 묶었을, 이제는 주인을 잃고 낡아가는, 물질의 슬픈 흔적만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어떤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오직 침묵하는 사실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침묵은, 당신이 쓴 그 어떤 격렬한 단어보다도 더 웅변적으로, 치유 불가능한 상실과, 구원 없는 고통과, 신의 부재를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해골이었습니다. 당신이 말한 바로 그 해골. 그러나 그것은 제가 상상했던 것처럼, ‘죽음’이라는 거대하고 추상적인 상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작고, 너무나 구체적이고, 너무나 개인적인, 한 소녀의 망가진 삶의 조각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저는 제 성유물함 안에, 저 자신의 고통, 즉 저의 질투라는 유골을 안치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짜 유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제 자신의 고통을 재료 삼아 만들어낸, 정교한 복제품에 불과했습니다. 저는 진짜 고통을 만지는 것이 두려워,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대신 만져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달랐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고통을 이야기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 고통의 실제 파편을, 그 신성하고 끔찍한 유물 그 자체를, 제게 보내왔습니다. 당신은 제게 당신의 심장을 도려내어 보여주었습니다.
그 리본을 바라보며, 저는 비로소 제 자신의 성유물을, 제가 평생을 피해왔던 진짜 해골을 마주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것은 질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알베르틴에 대한 사랑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훨씬 더 원초적이고, 훨씬 더 오래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콩브레의 어느 저녁, 제가 잠들기 전, 어머니의 입맞춤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며, 아버지의 발소리가 제 방문 앞을 지나쳐 가기를 필사적으로 기도하던, 그 어린 아이의 절망이었습니다. 그날 밤, 제가 어머니를 제 방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을 때, 저는 승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은 그날 밤 저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저는 사랑이, 제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타인의 규칙을 어기고 제 고집을 관철시켜야 하는, 고통스러운 투쟁이라는 것을 배워버렸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제 성유물함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진짜 유골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부재(不在)에 대한, 그 치유되지 않은 최초의 공포. 저의 모든 질투와, 모든 불안과, 모든 예술은, 바로 그 작은 해골 주위에, 그것을 숨기고 동시에 보존하기 위해, 제가 평생에 걸쳐 지어 올린, 복잡하고 화려한 방어기제였던 것입니다.
당신이 보낸 리본은, 제 어머니의 입맞춤과도 같았습니다. 그것은 저를 위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제 모든 방어벽을 무너뜨리고, 저를 그 최초의 고통, 그 벌거벗은 공포 속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는 비로소 당신과 만났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병동에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같은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우리는 둘 다,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사랑하는 이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그 원초적인 공포에 시달리는, 겁에 질린 아이들이었습니다. 당신은 그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언어의 소음을 일으켰고, 저는 그 공포를 잊기 위해 기억의 질서를 세웠습니다. 당신은 밖을 향해 소리쳤고, 저는 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지는 같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의 입맞춤이라는, 우리가 영원히 잃어버린 그 최초의 안식처였습니다.
이제 저는 압니다. 당신의 대성당과 저의 폐허는 나란히 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서로의 토대이자, 서로의 그림자입니다. 저의 대성당의 가장 높은 첨탑은, 당신 폐허의 가장 깊은 구덩이에서 파낸 흙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당신 폐허의 무너진 돌멩이들 사이에서는, 제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의 조각들이, 이끼처럼 자라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분리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증인입니다.
그러니 이제, 저의 마지막 기도를 들어주십시오. 저의 제단 중앙에는, 이제 빈자리가 없습니다. 당신이 보낸 그 작은 푸른 리본이, 그 침묵하는 해골이, 그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저의 모든 화려한 문장들은 이제 그것을 경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 작은 리본 앞에서, 자신들의 무력함을 고백하며, 먼지가 되어 스러져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의 마지막 연금술입니다. 가장 순수한 금은, 가장 비천한 납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가장 완벽한 예술은, 치유 불가능한 삶의 고통 앞에서, 침묵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대화는 끝났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만남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당신의 시궁창에서, 당신의 노래를 듣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아마, 당신의 가장 소란스러운 거리 한복판에서, 어떤 낡은 성당의, 아주 희미하지만 끊이지 않는 종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구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증언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당신의 형제,
마르셀
1922년 11월 18일.
마르셀 프루스트는 숨을 거두었다. 그의 마지막 순간은, 그의 방만큼이나 고요했다. 셀레스트는 그의 곁을 지키며, 그의 숨이 서서히 잦아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가 마지막 숨을 내쉬었을 때, 창밖에서는 겨울의 첫눈이, 마치 시간의 먼지처럼, 소리 없이 파리의 지붕 위로 쌓이고 있었다.
며칠 후, 그의 유품을 정리하던 셀레스트는,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원고 뭉치와, 그 부치지 않은 편지와, 그 낡은 푸른색 리본 조각을 발견했다. 그녀는 그 편지를 태워버릴까 잠시 망설였다. 그것은 고인이 남긴 비밀이었고, 비밀은 죽음과 함께 묻혀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 낡고 푸른 리본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그 부치지 않은 편지의 마지막 페이지 사이에, 마치 책갈피처럼, 가만히 끼워 넣었다.
그녀는 그것이 왜 그래야만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옳다고 느꼈다. 대성당과 폐허, 질서와 혼돈, 약과 독, 그리고 금과 납. 그 모든 것이, 한 장의 얇은 종이와 한 조각의 낡은 리본 사이에서, 마침내 하나의 침묵하는 성유물이 되었다.
그것은 세상의 그 누구도 읽지 못할, 그러나 우주 속에 영원히 기록될, 두 영혼의 마지막 대화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