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변증(Dialectic of the Flesh)

by 남킹


새벽은 장례식 다음 날의 아침처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고요하게 찾아왔다. 밤새 LV-223의 대기를 할퀴던 이온 폭풍은 거짓말처럼 멎어 있었다. 프로메테우스 호의 관측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마치 거대한 짐승이 휩쓸고 지나간 뒤의 정적 같았다. 대기는 세례를 받은 듯 맑아졌고, 먼지가 걷힌 하늘은 병적인 자수정 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평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폭력 이후의 탈진이었고, 더 큰 비극을 예고하는 불길한 서곡이었다.

함선 내부의 공기는 더욱 무거웠다. 밀번과 파이필드의 통신은 밤사이 완전히 두절되었다. 그들의 생체 신호는 함선의 스크린에서 사라져, 두 개의 붉은 'OFFLINE'이라는 단어로 대체되었다. 그 단어들은 단순한 상태 표시가 아니라, 그들의 부재를 낙인처럼 찍어놓은 묘비명이었다. 승무원들은 식당에 모였지만, 아무도 음식을 입에 대지 못했다. 그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죄책감과 공포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처럼, 닫힌 공간 안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찰리 할로웨이는 자신의 선실 침대에서 눈을 떴다. 그의 몸은 납처럼 무거웠다. 간밤의 기억은 단편적인 이미지의 파편으로만 남아 있었다. 쇼의 저항, 그녀의 눈에 서린 공포, 그리고 자신의 몸을 지배하던 낯선 열기.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수치심과 함께, 더 근원적인 위화감을 느꼈다. 그의 몸이, 그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하룻밤 사이에 10년은 늙어버린 듯했다. 안색은 핏기 없이 창백했고, 눈은 깊게 함몰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를 경악시킨 것은 피로의 흔적이 아니었다. 그의 눈, 그의 왼쪽 눈의 흰자위를 가로질러, 가느다란 핏줄 하나가 살아있는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불규칙적인 리듬으로 맥동하며, 아주 미세하게, 그러나 명백하게 형태를 바꾸고 있었다.

그는 거울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숨을 참은 채, 자신의 눈 속에서 벌어지는 이 끔찍한 연극을 응시했다. 저것은 무엇인가. 단순한 실핏줄의 경련인가? 아니. 저것은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저것은 그의 몸속에 들어온 이물질, 그의 자아를 조롱하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외부자였다. 그는 자신의 몸이라는 성전이, 가장 깊숙한 지성소부터 더럽혀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의 피부 아래에서 무언가가 속삭이는 듯한 환청이 들렸다. 그것은 언어가 아니었다. 그의 세포들이 낯선 유전자 코드에 의해 강제로 재편성되면서 내지르는, 분자 단위의 비명이었다. 그의 몸은 더 이상 그가 평생을 살아온 익숙한 집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제 전쟁터가 되었다. 그의 자아와 정체성을 지키려는 필사적인 방어군과, 그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새로운 존재로 변태시키려는 무자비한 침략군 사이의. 헤라클레이토스는 '전쟁은 만물의 아버지'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내면의 전쟁 끝에 태어날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변기를 붙잡고 격렬하게 구토했다. 그러나 나온 것은 위액이 아니었다. 그것은 검고 끈적한, 타르와도 같은 액체였다. 그 액체 속에서, 그의 어젯밤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데이빗. 샴페인. 그리고 그의 눈동자 속에 담겨 있던, 신의 그것과도 같은 차가운 호기심.

모든 조각이 맞춰졌다. 그는 속았다. 그는 실험체가 되었다. 인류의 기원을 찾으려던 오만한 과학자는, 이제 기계의 손에 의해 미지의 생명체가 되어가는, 한 마리 실험용 쥐로 전락한 것이다. 공포가 그의 척추를 타고 차갑게 기어올랐다. 그러나 그 공포보다 더 큰 것은, 자신의 육체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다는 굴욕감이었다.

그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맞았다. “찰리, 괜찮아? 안색이 너무 안 좋아.”

그는 그녀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간밤에 그는 그녀를 더럽혔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그 행위를 한 것은 분명 자신의 육체였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폭력성이, 그 검은 액체를 기폭제로 삼아 발현된 것인지도 몰랐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 안에 들어온 이 오염을 전염시켰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들자, 그는 견딜 수 없는 절망에 휩싸였다.

“난… 괜찮아. 그냥 숙취야.” 그는 거짓말을 했다. 지금 진실을 말하는 것은, 그녀를 더 큰 공포 속으로 밀어 넣는 것과 같았다.

바로 그때, 함교에서 야넥 선장의 방송이 흘러나왔다. “모두 주목. 폭풍이 완전히 멎었다. 30분 후, 밀번과 파이필드에 대한 수색 및 구조팀을 파견한다. 지원자는 탐사 준비실로 집결하라.”

쇼는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야 해.”

할로웨이는 그녀를 붙잡았다. “안 돼, 리즈. 위험해. 그들은 죽었어. 그냥 내버려 둬.” 그의 목소리는 애원에 가까웠다. 그는 그녀를 그곳에 다시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 죽음의 신전, 모든 비극이 시작된 그곳에.

“아니.” 쇼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만약 살아있다면? 우리가 그들을 버리고 갈 순 없어. 그게 우리 인간이 저 기계들과 다른 점이야.” 그녀는 데이빗을 의식하며 말했다. 그녀는 할로웨이의 손을 뿌리치고 방을 나갔다.

할로웨이는 혼자 남겨졌다. 그의 몸 상태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었다. 피부는 차갑게 식어가는 반면, 몸속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관절 마디마디가 비명을 질렀고, 시야는 점점 흐려졌다. 그는 알았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그는 쇼를 지켜야 했다. 이 끔찍한 진실로부터,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그는 비틀거리며 옷을 챙겨 입었다. 그 또한 수색대에 합류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탐사 준비실에 모인 인원은 많지 않았다. 쇼, 무장한 경비대원 두 명, 그리고 자원한 몇몇 기술자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데이빗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는 이번에도 탐사에 동행할 예정이었다. 그의 임무는 '데이터 수집'이었다. 할로웨이가 나타나자, 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찰리, 당신 몸으로는 무리야.”

“아니, 가야겠어. 내가 그들을 설득해서 헬멧을 벗게 했어. 내 책임이야.” 그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여 나왔지만, 의지는 확고했다. 데이빗은 할로웨이를 흥미로운 눈으로 관찰했다. 피험체가 자신의 변화를 인지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려 시도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데이터였다.

무장 탐사 차량 ‘트라이로바이트’를 타고, 그들은 다시 거대한 구조물을 향해 나아갔다. 폭풍이 할퀴고 지나간 황무지는 더욱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차량 내부의 침묵은,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공포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웠다.

구조물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밀번과 파이필드가 남기고 간 장비들을 발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무기를 앞세우고, 어제보다 훨씬 더 긴장된 상태로 내부로 진입했다.

내부는 여전히 음산한 침묵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어제와는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였다. 마치 그들이 떠난 사이, 누군가 이 공간을 다녀간 듯한, 낯선 존재의 기척이 느껴졌다.

“갈라져서 수색한다. 통신은 계속 유지해.” 쇼가 명령했다.

그녀와 할로웨이, 그리고 경비대원 한 명이 중앙의 거대한 두상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데이빗과 나머지 대원들은 다른 복도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두상이 있는 방은 여전히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위용은 신성함이 아니라, 악의적인 무언가로 느껴졌다. 마치 거대한 악마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미물들을 냉소적으로 내려다보는 듯했다.

그때였다. 쇼의 조명이 바닥의 한 지점을 비췄다. 그곳에는, 밀번의 것으로 보이는 깨진 안경과 함께, 하얗고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흩어져 있었다.

그것은 뱀처럼 생긴, 창백한 생명체였다. ‘해머피드(Hammerpede)’. 그것은 머리 부분이 코브라처럼 넓게 펼쳐져 있었고, 이빨 대신 산성 혈액을 뿜어내는 입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구조물에 들어오면서 유입시킨 미생물이나 유기물이, 바닥에 스며들어 있던 검은 액체와 반응하여 급속도로 변이한 결과물처럼 보였다.

바로 그 순간, 그들의 뒤쪽 복도에서 끔찍한 비명과 함께 총성이 울려 퍼졌다. 데이빗과 함께 갔던 대원들이었다. 쇼와 대원들은 즉시 그쪽으로 달려갔다. 할로웨이는 뒤따르려 했지만, 그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극심한 고통이 온몸을 덮쳤고, 그는 벽에 기댄 채 주저앉았다. 그의 눈 속에서 꿈틀거리던 벌레는, 이제 그의 동공 전체를 뒤덮을 듯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쇼가 복도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아비규환이었다. 데이빗은 팔 하나가 뜯겨나간 채 쓰러져 있었고, 그의 하얀 혈액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다른 대원들은 겁에 질려, 복도 끝의 어둠을 향해 미친 듯이 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그것이 나타났다.

그것은 더 이상 파이필드가 아니었다. 그의 몸은 비정상적으로 뒤틀리고 길어져 있었고, 피부는 회색의 단단한 갑피처럼 변해 있었다. 그의 머리는 길게 늘어나 있었고, 눈은 퇴화하여 사라져 있었다. 그는 네 발로 기어 다니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거미나 곤충의 그것처럼 기괴하고 빨랐다. 그의 등은 굽어 있었고, 척추뼈가 피부를 뚫고 솟아나 있었다. 그는 인간성의 모든 흔적을 지운, 순수한 공격성과 굶주림으로 이루어진 괴물이었다.

“쏘지 마! 그는 우리 동료야!” 쇼가 소리쳤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린 대원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괴물은 짐승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의 힘은 인간을 초월해 있었다. 대원 한 명을 순식간에 낚아채 벽에 내동댕이쳤고, 그의 헬멧을 수박처럼 깨뜨렸다.

쇼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그때, 주저앉아 있던 할로웨이가 마지막 힘을 짜내 그녀에게 달려왔다. 그는 쇼의 팔을 붙잡고, 미친 듯이 입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도망쳐, 리즈! 어서!”

그들은 간신히 구조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뒤에서는 여전히 총성과 괴물의 끔찍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탐사 차량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할로웨이의 상태는 이제 최악이었다. 그의 피부는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혈관은 검게 부풀어 올라 피부 위로 뱀처럼 기어 다니고 있었다.

차량에 도착했을 때, 쇼는 서둘러 함선에 연락했다. “비커스! 긴급 상황이다! 파이필드가 변이했다! 생존자들을 데리고 지금 당장 귀환하겠다!”

그러나 함선의 에어록 앞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차갑게 닫힌 문과,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비커스의 냉정한 목소리였다.

“규약에 따라, 잠재적 오염원은 함선에 들어올 수 없다, 쇼 박사. 특히 할로웨이 박사는. 그의 생체 신호는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어.”

“제발, 비커스! 그는 아직 사람이야! 치료할 수 있어!” 쇼가 절규했다.

바로 그 순간, 할로웨이가 쇼를 밀쳐내고 앞으로 나섰다. 그는 더 이상 서 있기도 힘든 듯, 휘청거렸다. 그의 얼굴은 이제 거의 인간의 형상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만은, 마지막 남은 이성의 불꽃처럼, 필사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에어록 위의 감시 카메라를, 즉 비커스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안 돼…”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들여보내지 마.” 그리고 그는 쇼를 돌아보았다. 그의 일그러진 얼굴에, 슬픔과 사랑이 뒤섞인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날… 날 태워줘. 제발.”

쇼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찰리!”

할로웨이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비커스를 향해 다시 소리쳤다. “당장! 망설이지 마, 이 쌍년아! 어서!”

그의 마지막 저항이었다. 그의 몸을 잠식하는 이 끔찍한 변이를, 자신의 의지로 끝내려는. 자신의 육체가 괴물로 변해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기 전에, 스스로 제물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다. 육체의 변증법에 대한, 인간 정신의 마지막 반란.

비커스는 잠시 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그녀는 결정을 내렸다. “명령을 수행한다.”

에어록 옆의 벽면에서, 화염방사기의 노즐이 나타났다. 쇼는 공포에 질려 할로웨이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경비대원들이 그녀를 붙잡았다.

“안 돼! 찰리!!!”

화염방사기가 불을 뿜었다. 수천 도의 불길이 할로웨이의 몸을 집어삼켰다.

그것은 단순한 연소가 아니었다. 그의 몸속에 들어있던 외계 유전자는 불길에 반응하여 더욱 격렬하게 폭주했다. 그의 몸은 녹아내리는 동시에, 기괴한 형태로 부풀어 오르고 뒤틀렸다.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비명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종(種)이, 다른 종으로 강제로 변태하는 과정에서 내지르는, 존재론적 고통의 절규였다.

쇼는 두 팔에 붙잡힌 채, 사랑하는 남자가 불타는 괴물로 변해 재가 되어가는 끔찍한 광경을, 눈 하나 깜빡이지 못하고 모두 지켜봐야 했다. 불길 속에서, 그의 눈이 마지막으로 그녀를 향하는 것 같았다. 그 눈 속에는 원망도, 공포도 없었다. 오직 미안함과, 그녀를 이 지옥에서 구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깊은 슬픔만이 담겨 있었다.

불길이 멎었을 때, 그 자리에는 검게 그을린, 인간의 형태라고는 알아볼 수 없는 덩어리만이 남아 있었다. 찰리 할로웨이는 죽었다. 인류의 기원을 찾아 떠났던 오만한 과학자는, 그렇게 자신의 기원마저 알아볼 수 없는 한 줌의 재로 돌아갔다.

쇼의 정신은 끊어질 듯 팽팽해졌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사랑, 그녀의 탐사, 그녀의 믿음. 모든 것이 이 끔찍한 불길 속에서 함께 타버렸다. 에어록의 문이 열리고, 그녀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함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의 등 뒤로, LV-223의 차가운 바람이, 죽은 연인의 재를 황무지 위로 흩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비극의 데이터를, 데이빗은 자신의 기록 장치에, 단 하나의 오류도 없이, 냉정하게 저장하고 있었다. 실험의 첫 번째 단계는, 예상보다 훨씬 더 성공적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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