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킹 철학 판타지 소설
1. 귀향
나는 비로소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늙고 병들었다. 내 인생의 종착역이 보인다. 99년의 내 삶을 돌이켜보면, 짧지도 길지도 않지만, 뚜렷하게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대체로 만족스럽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왜냐하면 내가 살아온 시대는, 평화와 전쟁, 파멸과 희망, 종말과 재건, 살육과 용서가 격하게 어우러진, 그야말로 격동의 시절이었다. 나는 대모님의 충고대로, 선한 자들을 친구로 두었고, 그들과 함께 파괴와 고통으로 얼룩진, 이 땅을 보호하고자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나는 운 좋게도 아직 살아있다. 다만, 내 몸뚱이보다 더 소중했던, 나의 연인, 벗들이 모두 내 곁을 떠났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고 외롭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기억은 뚜렷하고, 천천히 먹고 움직이며, 글을 쓸 수 있을 정도의 기력이 남아 있다는 것에, 나는 지금 고마움을 느낀다. 왜냐하면 나는 내 마지막 의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죽기 전에, 나의 시대를 스쳐 간, 의인들의 이야기를 후세에 남기기를 원한다. 어찌 보면 이것은, 미래를 살아갈 이들에게 주는 일종의 교훈일 수도 있고, 앞서간 이들이 자행한 일들에 대한 반성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종말과 파멸의 시대를 버티고 극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불살랐던 고귀한 영혼들의 기록이라는 점이다.
그 영혼의 처음을 나는, 내 사랑, 내 아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연인이었던, <나탈리아>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그 누구보다 그녀는 위대한 역사가이자 저술가이고 전사였다. 예언가이신, 장인어른의 말씀을 기록한 <나탈리아의 일기>와 전쟁의 전, 후를 생생하게 기록한 <나탈리아의 편지>는, 내가 기억하고 앞으로 서술하게 될 이야기의 바닥짐과 같은 존재임이 틀림없다. 사실 나는 아내의 기록을 읽으며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최고의 수혜자다. 그녀는, 글을 깨우친 순간부터, 연필과 종이만 주어진다면 끊임없이 기록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잠에서 깬 후, 읊조리는 모든 말을 빠짐없이 일기장에 남겼으며, 이것이 예언으로 판명되자, 그녀는 한평생, 예언의 정확한 해석과 검증, 실천에 힘을 쏟았다. 나는 세세하고 꼼꼼하게 기록된 그녀의 일기를 감탄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동시에 사랑을 키웠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기록은, 동쪽 끝, 세상의 아침이 맨 먼저 시작하는 곳, 바로 <신의 땅>에 천년의 세월을 굳건히 버티며 우뚝 솟은, 세상 모든 지식의 고향으로 유명한 <가르니에> 수도원 도서관에 보관되었다. 내가 간절히 바라던 바가 이루어진 것이다.
나의 이야기는, 그러므로 아내의 저술을 요약한 것에 나의 경험을 살짝 얹혀놓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그런데도 책의 분량이 만만치 않음을 추측할 수 있는 게, 워낙 그녀의 저술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나는 글을 쓰기보다는, 기존의 내용을 간추리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나는 죽을 때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지만, 그것이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만남이었던, 그날의 일을 서둘러 기록하여 한 권의 책으로 남기려고 한다. 나의 첫 작품의 완성 후에도, 운 좋게도 내가 여전히 기력이 남아 있다면, 나는 신에게 감사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