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그녀를 처음 본 건 엘리베이터였다. 변두리 오피스텔로 이사 온 지 일주일쯤 지난 뒤였다. 건물은 더럽고 낡았다. 빈 곳이 많았고 대부분 흐리고 어두웠다. 나는 이곳에 처음 발을 디디며 정이 들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비교적 자유롭지만, 이곳은 감방만큼 우울했다.
나는 허기를 느끼면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는 체질이었는데, 누군가는 습관이라고 하였다. 혹은 의지의 문제라고도 하였다. 그날도 12시쯤 잠자리에 들어 새벽 2시에 깼다. 그리고 한 시간을 그냥 누워있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먹고 싶다는 생각과 참아야 한다는 갈등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식욕은 저주스럽고 걸리적거리는 주제다. 결국, 지친 몸을 끌고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과 컵라면을 해치웠다.
동시에 먹은 것은 아니다. 도시락을 시켜 먹은 뒤, 더 먹고 싶다는 생각과 참아야 한다는 갈등을 대략 10분쯤 한 뒤, 다시 컵라면을 계산대에 올렸다.
늘 그렇듯, 욕망은 뒤끝을 남긴다. 젓가락을 딱 놓는 순간, 후회는 사정없이 몰려온다. 성욕도 마찬가지다. 찰나와도 같은 쾌락이 사정으로 마무리되면, 긴 고통이 주렁주렁 매달려온다. 여자는 내 성기에 홀쭉하게 매달려있는 콘돔을 빼서 능숙하게 묶어 휴지통에 버린다. 그리고 물수건을 손바닥 크기로 접어 내 성기 주변을 닦기 시작한다.
절망이 울렁울렁한다.
새벽 4시쯤. 지나치게 배가 부른 상태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문이 막 닫히려는 순간, 누가 손으로 막았다. 작고 거친 손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올라탔다. 그는 휘청거리며 거동이 어색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나의 맞은편 벽에 쓰러질 듯 기댔다. 여자는 허공으로 길게 한숨을 뱉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아저씨, 4층 좀.”
나는 말없이 버튼을 눌렀다. 허리를 잘록하게 조인 회색 트렌치코트 사이로 미니스커트가 드러났다. 화장품과 술 냄새가 퍼졌다. 그녀는 눈 위로 머리카락이 흘러내린 채, 붉은 입술을 벌리고 무거운 속눈썹을 껌뻑였다. 누가 봐도 화류계의 모습과 표정이었다.
남자는 아담하고 검었다. 하지만 광대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얼굴이었다. 허리끈 위로 배가 쏟아질 듯이 튀어나왔다. 엘리베이터 안전봉을 그러쥔 손등 위에 혈관이 선명했다. 팔뚝의 문신은 흐렸다. 전형적인 공사장 인부 모습이었다. 그는 구토를 느끼는지, 몸을 어색하게 수그리고 잿빛으로 변한 얼굴을 흔들어댔다. 괴로운지 혀 차는 소리도 냈다.
“쯧, 쯧, 쯧.”
나는 불안과 불쾌감을 느꼈다. 안타깝게도 그의 입에서 쏟아질 오물을 상상했다. 한동안 역겨운 쉰내가 좁은 공간에 박힐 것이다. 퀴퀴하기 짝이 없는 그 냄새. 여자는 커튼을 젖힌 적이 없다고 했다. 구석에 초라하게 박힌 자연광. 여자의 공간은 어둠과 붉음이었다. 그리고 샅내와 곰팡내. 나는 헛구역질을 하곤 했다.
엘리베이터가 4층에 멈췄다. 여자가 다시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어진 정적. 남자와 여자는 내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창백한 기운이 물처럼 차고 넘쳤다.
“아저씨, 문 좀 잠시만….”
문이 닫히고 있었다. 나는 닫히는 문에 발을 집어넣었다. 덜컹거리며 기계가 신발을 물고 반항하였다. 그러기를 몇 번. 마침내 여자의 부축을 받은 남자는 다리를 끌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언제든 오세요. 413호예요. 친절한 아저씨.”
외우기 편했다. 나는 134호에 살았다. 나는 엘리베이터 문에 몸을 반쯤 걸친 채 그들이 사라지는 곳을 지켜봤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