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의 영혼은 이제 하나의 팔림프세스트(palimpsest)였다. 제네바의 엄격한 칼뱅주의적 계율과 각인사 뒤코맹의 무자비한 기계적 시간이라는 긁어낸 텍스트 위에, 루이즈 드 바랑스라는 존재가 지울 수 없는 새로운 문장을 새겨 넣기 시작했다. 그녀의 저택은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그곳은 하나의 독립된 우주, 즉 외부 세계의 뉴턴적 인과율과 홉스적 생존 투쟁이 그 문턱을 넘지 못하는, 연금술사의 아타노르(athanor)와도 같은 공간이었다. 이 신성한 용광로 안에서, 길 위에서 주워온 비천한 소년이라는 납(鉛)은 그녀의 의지와 자비라는 현자의 돌(lapis philosophorum)을 통해 순수한 황금으로 제련될 운명에 놓였다. 혹은, 소년 자신이 그렇게 믿기를 선택했다.
그녀는 루소에게 ‘마망(Maman)’이라 불리길 원했다. 그 호칭은 두 사람의 관계를 규정하는 최초의 계약 조항이자, 가장 교묘한 기만이었다. ‘어머니’. 그 단어는 모든 육체적 욕망의 가능성을 거세하고, 관계를 가장 순수하고 신성한 플라토닉적 사랑의 영역으로 격상시키는 방패였다. 그녀는 이 방패 뒤에 숨어, 굶주린 어린 맹수를 길들이는 조련사처럼, 그의 날것 그대로의 영혼을 섬세하게 조율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에게 깨끗한 리넨 셔츠와 부드러운 모직 외투를 입혔다. 낡고 더러운 옷을 벗는 행위는 단순한 교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과거의 정체성을 폐기하고, 그녀의 소유물로서 새로운 존재론적 지위를 부여받는 탈피(ecdysis)의 의식이었다. 그는 그녀가 골라준 옷을 입으며,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뒤코맹의 도제였던 비참한 자아를 벗어던졌다.
그녀의 식탁에 앉아 따뜻한 수프를 먹고, 버터를 바른 빵을 베어 무는 행위는 성찬식(Eucharistia)과도 같았다. 길 위에서의 굶주림이 채워지는 단순한 생리적 만족을 넘어, 그것은 그녀의 자비와 은총을 몸 안으로 받아들이는 신성한 교감이었다. 그녀는 그가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마치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의 경이로운 성장을 지켜보듯, 한없는 관용과 애정이 담긴 미소로 바라보았다. 그 미소 아래서 루소는 처음으로 완전한 안정감, 존재 자체가 긍정받는 듯한 충만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 안정감의 이면에는, 이제 자신의 생존이 전적으로 그녀의 자비에 달려 있다는, 달콤한 동시에 치명적인 예속의 감각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주는 빵을 받아먹는 한 마리 길들여진 새였고, 그녀의 정원은 그의 황금 새장이었다.
이 새로운 에덴동산에서의 교육은 체계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녀는 루소의 지성이 거칠게 깎이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음을 단번에 간파했다. 그녀는 그의 첫 번째 가정교사, 마드무아젤 람베르시에가 시도했던 주입식 교리 교육의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그를 자신의 서재로 이끌었다. 그곳은 책들의 무덤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영혼들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크라테스의 아고라였다. 그녀는 그에게 볼테르의 신랄한 풍자와 몽테스키외의 날카로운 분석을 맛보게 했고, 로크의 경험론적 세계와 라이프니츠의 예정조화론적 우주를 동시에 펼쳐 보였다.
그들은 나란히 앉아 책을 읽었다. 한 권의 책을 공유하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들의 손가락이 스치는 미세한 접촉은 루소의 온 신경을 마비시켰다. 그녀가 특정 구절을 짚어주기 위해 몸을 기울일 때면, 그녀의 드레스에서 풍겨 나오는, 그녀의 체온으로 덥혀진 살내음과 희미한 향수가 뒤섞인 아찔한 향기가 그의 이성을 흐트러뜨렸다. 그 향기는 그의 폐부 깊숙이 스며들어, 마치 오피움 연기처럼,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그는 텍스트의 논리적 의미를 좇으면서도, 동시에 그 텍스트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그녀와의 감각적 교감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다. 지식의 습득은 관능적 체험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의 인식론(epistemology)은 그녀의 존재론(ontology)에 완전히 종속되고 있었다.
음악은 그들의 교감을 더욱 내밀한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그녀는 클라비코드 앞에 그를 앉히고, 바흐의 푸가(Fugue)가 지닌 건축적인 장엄함과 쿠프랭의 롱도(Rondeau)가 보여주는 로코코적인 섬세함을 가르쳤다. 그녀는 그의 등 뒤에 서서, 그의 굳어진 어깨와 서투른 손가락의 움직임을 교정해주었다. 그녀의 가슴이 그의 등에 가볍게 닿을 때,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그의 귓가를 간질일 때, 루소는 건반 위에서 길을 잃곤 했다. 음표들은 더 이상 추상적인 기호가 아니라, 그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전율의 파동이 되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손 위를 덮어 정확한 운지를 가르쳐줄 때, 그는 그 부드럽고 능숙한 압력 아래서 완전한 무력감과 동시에 지극한 황홀경을 느꼈다. 그것은 지배와 순종의 또 다른 변주였으며, 회초리의 폭력적인 각인과는 다른, 부드럽고 지속적인 침투의 방식이었다. 그녀는 그의 영혼의 건반을 조율하고 있었고, 그는 기꺼이 그녀가 연주하는 대로 울리는 악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 목가적인 일상에 첫 번째 균열을 가져온 존재는 클로드 아네(Claude Anet)였다. 그는 바랑스 부인의 정원을 관리하는 정원사이자, 그녀의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집사였으며, 루소가 오기 전부터 그녀의 침실을 공유해온 연인이었다. 그는 루소보다 나이가 많았고, 말수가 적었으며, 식물학에 대한 깊은 지식을 지닌 진중한 사내였다. 그는 루소의 출현을 경계했지만, 주인의 결정에 묵묵히 순응했다.
루소에게 아네의 존재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는 헤파이스토스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아프로디테를 차지한, 이 못생기고 무뚝뚝한 사내를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었다. ‘마망’이라는 성스러운 이름으로 봉인해두었던 그녀를 향한 독점욕과 질투가, 그의 내면에서 독초처럼 자라나기 시작했다. 밤이 되어 각자의 방으로 헤어질 시간이 되면, 루소는 아네가 그녀의 침실로 들어가는 것을 상상하며 자신을 학대했다. 그는 벽에 귀를 대고, 그들의 속삭임과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려 애썼다. 들리지 않는 소리를 상상하는 고통은, 실제보다 더 생생하고 파괴적인 힘을 지녔다. 그는 자신이 그들의 사랑 행위를 엿보고 있는 관음증 환자가 된 듯한 수치심과, 그 장면을 상상하며 기이한 흥분을 느끼는 도착증 환자가 된 듯한 자기혐오에 시달렸다.
이 질투의 감정은 그러나 그가 ‘마망’에게 품고 있던 피학적 욕망을 더욱 복잡하고 정교한 형태로 발전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녀가 자신과 아네를 동시에 사랑하는 이 상황은, 그에게 있어 일종의 시련이자 시험이었다. 그녀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을 확인하는 것은 고통스러웠지만, 그 고통을 감내하고 그녀의 곁에 머무는 행위 자체에서 그는 비틀린 만족감을 느꼈다. 그는 아네에게 복종함으로써, 그녀에게 더욱 완벽하게 복종할 수 있었다. 아네는 그녀의 권위를 대리하는 존재이자,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변덕스럽고 분배될 수 있는지를 상기시키는 살아있는 증거였다. 그는 이 삼각관계라는 부조리한 연극 속에서, 사랑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자양분 삼아, 그녀를 향한 자신의 비정상적인 애착을 더욱 키워나갔다. 그는 그녀의 사랑의 제단에 바쳐진 두 마리의 희생양 중 하나였으며, 다른 희생양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또한 그녀를 향한 헌신의 일부라고 스스로를 세뇌했다.
시간이 흘러 루소의 나이가 스물을 넘기면서, ‘마망’과 ‘아들’이라는 허구적 역할 놀이는 더 이상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그의 몸은 더 이상 소년의 것이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는 굵어졌고, 그의 어깨는 넓어졌으며, 그의 내면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이 용암처럼 들끓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볼 때마다, 어머니의 온화한 미소 뒤에서 연인의 농염한 눈빛을 읽어내려 애썼다. 그는 그녀의 사소한 몸짓 하나하나에서 숨겨진 성적인 암시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에로틱한 서사를 구축했다. 그녀가 정원에서 꽃을 따기 위해 허리를 숙일 때 드러나는 발목의 희고 가느다란 곡선, 그녀가 무심코 혀로 입술을 축이는 순간의 촉촉한 광택, 그녀가 뜨거운 차를 마시며 가늘게 내쉬는 흰 입김.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감질나는 유혹의 언어였다.
바랑스 부인 역시 이 변화를 모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길들인 어린 새가, 이제 자신의 손바닥을 쪼아댈지도 모르는 위협적인 수컷으로 성장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루소의 눈빛 속에 이글거리는, 숭배와 욕정이 뒤섞인 위험한 불꽃을 보았다. 그녀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대로 그를 더 먼 곳, 토리노의 신학교 같은 곳으로 보내 자신의 안전한 왕국에서 추방할 것인가, 아니면 이 위험한 불을 끌어안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그의 영혼뿐만 아니라 육체까지 완전한 지배하에 둘 것인가.
그녀의 결정은 후자였다. 그것은 단순한 정욕의 발로가 아니었다. 그녀의 결정 속에는 복잡하고 이기적인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녀는 루소의 재능과 그의 자신에 대한 맹목적인 헌신을 잃고 싶지 않았다. 또한, 그가 세상에 나가 다른 여인들의 서툰 손에 의해 ‘오염’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의 첫 경험은, 그의 성(性)에 대한 최초의 각인은,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이루어져야만 했다. 그것이야말로 그를 영원히 자신의 영향력 아래 묶어둘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족쇄가 될 것이었다. 그녀는 이 행위를, 타락이 아니라 ‘교육의 완성’이라는 이름으로, 정욕이 아니라 ‘예방적 치료’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했다. 그녀는 그의 영혼의 타락을 막기 위해, 그의 육체를 자신이 먼저 소유해야 한다는, 지극히 도착적인 논리를 구축했다.
어느 늦은 봄날 저녁이었다. 클로드 아네는 약초를 구하기 위해 며칠 일정으로 산에 올라가고 없었다. 집 안에는 오직 루소와 바랑스 부인, 두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저녁 식사 후, 그녀는 평소와 달리 그를 곧바로 돌려보내지 않고, 자신의 작은 살롱으로 이끌었다. 벽난로에는 장작불이 부드럽게 타고 있었고, 방 안에는 포도주와 그녀의 향기가 뒤섞여 감각을 마비시키는 공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루소에게 평소보다 더 많은 포도주를 권했다. 루소는 그녀의 의도를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그 가능성 앞에서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거의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녀는 루소의 맞은편 안락의자에 앉아, 한동안 말없이 불꽃을 바라보았다. 춤추는 불빛이 그녀의 얼굴과 부드러운 목선, 그리고 드레스 위로 드러난 가슴의 골짜기에 흔들리는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깊고 어두워 보였고, 그 안에는 연민과 욕망, 결단과 주저함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방 안의 공기를 진동시키는 묘한 힘이 있었다.
"장 자크... 아니, 내 아이야(mon enfant)."
그녀는 의도적으로 '내 아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그것은 다가올 행위의 성격을 규정하고, 죄의식을 희석시키려는 마지막 안전장치였다.
"너도 이제 어엿한 남자가 되었구나. 세상은 위험한 곳이고, 너처럼 순수한 영혼은 쉽게 상처받고 더럽혀지기 마련이지. 나는 너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단다. 네 영혼뿐만 아니라, 네 육체까지도 말이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루소에게 다가왔다. 루소는 의자에 앉은 채, 마치 코브라 앞의 쥐처럼 얼어붙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그의 의자 팔걸이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쌌다.
"네가 다른 여인들의 서툰 유희에 빠져 네 건강을 해치거나, 저급한 쾌락에 영혼을 파는 것을 나는 볼 수 없구나. 너의 첫 번째 경험은... 너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 아래서 이루어져야 한단다. 이것은 죄가 아니야. 이것은 교육의 마지막 장이란다, 내 사랑."
그녀의 속삭임은 변명이었지만, 루소의 귀에는 신의 계시처럼 들렸다. 그의 모든 윤리적 저항과 사회적 금기는 ‘교육’과 ‘사랑’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 아래 무력하게 녹아내렸다. 그는 그녀의 손길에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술에 닿았다. 그것은 부드럽고, 따뜻하고, 포도주 향이 섞인 달콤한 첫 키스였다. 루소는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듯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의 혀가 조심스럽게 그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와, 그의 입 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능숙하고 대담한 침입이었다. 루소는 서툴게 그녀의 움직임에 반응했다. 그의 심장은 가슴을 뚫고 나올 듯이 격렬하게 뛰었다.
그녀는 키스를 멈추고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승리감과 연민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얇은 실크 드레스 위로, 그녀의 심장 박동과 풍만하고 탄력 있는 가슴의 감촉이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루소의 손이 경련하듯 떨렸다.
"괜찮아, 아가. 두려워하지 마렴."
그녀는 그의 손을 이끌어, 드레스의 끈을 풀게 했다. 루소의 서툰 손길에, 드레스는 힘없이 흘러내려 그녀의 발치에 부드러운 더미로 쌓였다. 속옷인 슈미즈(chemise) 차림의 그녀의 몸이, 벽난로의 불빛 아래 고대 그리스의 대리석 조각처럼 빛나는 실루엣을 드러냈다. 얇은 리넨 천 너머로,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둥근 엉덩이의 윤곽이 아른거렸다.
그녀는 루소를 일으켜 세워, 침실로 이끌었다. 그 짧은 복도를 걷는 동안, 루소는 마치 꿈속을 걷는 듯한 비현실적인 감각에 사로잡혔다. 침실은 그녀의 체취와 마른 라벤더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거대한 사주식(四柱式) 침대 위에는 깨끗한 리넨 시트가 깔려 있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그에게 사랑의 기술을 가르쳤다. 그것은 격정적인 탐닉이 아니었다. 차라리 정교하게 짜인 의식에 가까웠다. 그녀는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 그녀는 그를 침대에 눕히고, 그의 옷을 하나씩 벗겨냈다. 그녀의 시선과 손길 아래, 그의 몸은 마치 해부대 위에 오른 표본처럼 낱낱이 해체되고 탐색당했다. 그는 극도의 수치심을 느꼈지만, 그 수치심은 곧 완전한 복종의 쾌감으로 변해갔다.
그녀는 그의 몸 구석구석을 애무하고 입 맞추며, 그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각의 영역들을 일깨웠다. 그녀의 손길은 때로는 깃털처럼 부드럽고, 때로는 강철처럼 강하게 그를 휘어잡았다. 그녀는 그의 반응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마치 악기를 조율하듯 그의 쾌락의 강도를 조절했다. 그는 그녀의 손 안에서 완벽하게 무력한 존재였다. 그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반응하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신음했다.
마침내 그녀가 그의 위에 올라탔을 때, 루소는 숨을 멈췄다. 그는 아래에서, 그의 몸 안으로 들어오는 그녀를, 그녀의 무게와 온기를, 그리고 두 개의 몸이 하나로 결합되는 경이로운 순간을 느꼈다. 그녀는 천천히, 그리고 깊게 움직였다. 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의 표정 변화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스승의 엄격함과 연인의 열정, 그리고 어머니의 만족스러운 미소가 기묘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루소의 세계는 이 순간을 기점으로 완벽하게 전복되었다. ‘마망’이라는 이름 아래 억압되었던 오이디푸스적 욕망은, 그녀의 주도 아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만개했다. 그는 그녀의 몸 안에서, 태초의 자궁으로 회귀하는 듯한 안락함과 동시에, 금기를 위반하는 짜릿한 쾌감을 맛보았다. 그는 그녀의 제자이자 아들이었고, 동시에 그녀를 만족시켜야 하는 노예이자 연인이었다. 이 다층적이고 모순적인 관계의 정점에서, 그는 마침내 절정의 순간을 맞았다. 그의 몸이 격렬하게 경련하며, 그의 첫 경험은 그녀의 몸 안에 뜨거운 흔적을 남기며 끝이 났다.
그들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안고 누워 있었다. 루소는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몽롱했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그녀의 가슴에 묻었다. 그녀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그는 완전한 평온을 느꼈다. 그는 이제 진정으로 그녀의 것이 되었다. 그의 영혼과 육체, 그의 과거와 미래, 그의 모든 것이 그녀에게 귀속되었다.
이 첫 경험 이후, 루소와 바랑스 부인, 그리고 클로드 아네의 기묘한 삼각 동거, 즉 메나주 아 트루아(ménage à trois)가 시작되었다. 아네는 이 새로운 관계를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는 루소를 경쟁자로 여기기보다는, 함께 주인을 섬기는 동료처럼 대했다. 바랑스 부인은 두 남자를 능숙하게 조율했다. 그녀는 낮에는 루소와 철학과 음악을 논했고, 아네와는 정원의 식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밤이 되면, 그녀는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왕국을 통치했다.
루소는 이 비정상적인 관계 속에서 질투와 안정감을 동시에 느끼는 법을 배워갔다. 그는 아네가 그녀와 함께 있는 밤이면 여전히 고통스러웠지만, 이제 그 고통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할 당연한 대가처럼 여겨졌다. 그는 심지어 아네에게서 식물학과 약초에 대한 지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라이벌에 대한 굴복인 동시에,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처절한 노력이었다.
이 기묘한 평화는 클로드 아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깨졌다. 그는 약초를 채집하러 갔다가 독버섯을 잘못 먹고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으로 루소는 마침내 그녀를 독차지하게 되었지만, 그는 승리감 대신 깊은 공허함과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는 아네의 존재가 자신들의 불온한 관계를 지탱해주던 하나의 균형추였음을 깨달았다. 이제 그녀와 단둘이 남게 되자, 그들의 관계를 감싸고 있던 모든 허구적인 명분(교육, 보호)들이 힘을 잃고, 그들 사이에 남은 것은 벌거벗은 욕망과 소유욕뿐이었다.
그녀는 아네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그 슬픔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는 곧 새로운 젊은 남자를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였다. 그녀의 왕국은 결코 한 명의 신하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곳이었다. 루소는 다시 한번 질투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이제 그녀를 떠날 수 없었다. 그녀에게 길들여진 그의 영혼은, 그녀 없는 자유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샤르메트(Les Charmettes)의 전원주택에서 그녀와 함께 보내던 시절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워 책을 읽고, 함께 정원을 가꾸며, 밤이면 그녀의 품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그 시절, 그는 자신의 불온한 계약이 영원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모든 계약에는 만료 기간이 있는 법. 그의 에덴동산에서의 삶은, 그녀의 변덕스러운 애정과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성장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 속에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그는 이제 곧 이 아늑하지만 질식할 듯한 자궁을 떠나, 더 넓고 잔혹한 세상으로, 파리라는 거대한 문명의 용광로 속으로 스스로를 던져야 할 운명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계약들을 맺고, 새로운 사상을 벼려내며, 마침내 인류의 역사를 뒤흔들 철학자로 거듭나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영혼 깊은 곳에는 언제나 '마망'의 그림자가, 어머니이자 연인이었던 그녀가 남긴 지울 수 없는 낙인이 뜨겁게 남아있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