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프루스트가 유폐를 선택한 코르크 방은 점차 그가 벗어나려 했던 세계의 가장 잔인한 형상으로 변모했다. 외부 소음을 차단했으나 기억의 내적 불협화음을 증폭시켰고 빛을 통제했으나 영혼의 가장 깊은 어둠을 가리는 마지막 베일마저 걷어냈다. 그의 위대한 문학적 기획 즉 과거라는 잃어버린 대륙을 언어의 지도 위에 복원하려는 장대한 프로젝트는 심각한 교착 상태에 봉착했다. 그의 ‘의지적 기억’이 발굴해낸 과거의 편린들은 생명의 온기가 모두 빠져나간 차갑고 창백한 유령에 불과했다.
그가 원고지 위에 옮겨놓은 콩브레는 살아있는 유기체가 아니라 유리관 속에 전시된 정교하지만 생명 없는 디오라마였다. 그는 자신이 복원하는 것이 ‘과거 그 자체’가 아니라 ‘과거에 대한 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아 숨 쉬던 과거의 참된 본질은 이성이라는 거친 그물로는 결코 낚아 올릴 수 없는 미끄러운 실체였다. 그의 기억은 과거를 부활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 번 죽이는 잔인한 부검의 과정이 되고 있었다.
이 지적 절망은 그의 육체를 무기력의 늪으로 끌어내렸다. 그의 코르크 방은 연금술사의 실험실이 아니라 실패한 창조주가 자신의 무능을 저주하는 고독한 감옥이 되었다. 그는 며칠이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식사를 거부했으며 원고지를 증오 어린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오후 그의 오랜 하녀 셀레스트 알바레가 김이 피어오르는 홍차 한 잔과 갓 구운 마들렌 과자를 은쟁반에 받쳐 들고 왔다. 마르셀은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그녀의 연민 어린 시선을 외면할 수 없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앞에는 린덴 꽃 향이 감도는 홍차와 조개껍데기 모양의 황금빛 마들렌 과자가 놓여 있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마들렌 한 조각을 집어 찻잔에 담갔다. 그리고 차에 흠뻑 젖어 부스러질 듯한 과자 조각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안으로 가져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눅눅하고 달콤한 반죽이 혀에 닿는 찰나 그의 전신을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관통했다. 그것은 단순한 미각적 쾌락이 아니라 그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어떤 종류의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기쁨’이었다. 그의 몸 안에서 무언가가 일어났다. 이 갑작스럽고 압도적인 쾌락의 파도 앞에서 그의 의식은 잠시 방향을 잃었다.
이 기쁨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는 이 감각의 정체를 규명하려 애썼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할수록 감각은 더 깊은 곳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는 모든 지적 노력을 포기하고 그 감각의 여운이 스스로 기억의 표면 위로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자신의 영혼을 고요한 호수처럼 만들고 그 맛이 일으키는 파문이 근원을 드러내기를 숨죽여 지켜보았다.
마침내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생각’의 형태가 아니라 총체적인 감각적 부활이었다. 처음에는 그의 후각 속에서 콩브레에 있던 늙은 레오니 고모의 침실 냄새가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이어서 시각적 이미지가 내면의 스크린 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주일 아침 미사에 가기 전 고모가 침대에서 그를 불러 자신의 린덴 차에 마들렌 과자를 적셔 먹여주던 장면. 고모의 주름지고 따뜻했던 손. 창밖으로 보이던 마을의 오래된 교회 첨탑.
기적이 일어났다. 하나의 감각적 기억이 도화선처럼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그의 유년 시절 세계 전체를 의식 속으로 소환해낸 것이다. 그것은 물속에 넣으면 압축되었던 형태가 순식간에 입체적인 꽃과 집으로 펼쳐지는 일본의 종이 공예품 같았다. 레오니 고모의 침실에서 시작된 기억은 집 전체로 그리고 콩브레 마을 전체로 뻗어나갔다. 스완 씨의 저택으로 이어지던 ‘메제글리즈 쪽 길’과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산사나무 꽃들의 달콤 쌉쌀한 향기. 게르망트 공작의 영지로 향하던 ‘게르망트 쪽 길’과 비본 강의 수련들. 그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살아있는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그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미소를 보았으며 그들의 존재가 발산하던 독특한 분위기를 다시 느꼈다.
그것은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과거의 ‘현존’이었다. 베르그송이 말한 순수한 ‘지속’으로서의 시간이 기계적인 시간을 파괴하고 그의 현재 속으로 난입해 들어온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코르크 방에 갇힌 병든 중년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동시에 콩브레의 햇살 아래 산사나무 꽃 향기를 맡는 행복한 어린 소년이었다.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감각적 체험 속에서 융합되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봉착했던 교착 상태를 단번에 돌파할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를 발견했다. 그의 위대한 책은 이성적인 연대기가 아니라 이처럼 우연하고 기적적인 ‘비의지적 기억’의 순간들을 중심으로 구축되어야만 했다. 그의 과업은 과거를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가 스스로 부활하는 그 신비로운 순간의 ‘조건’을 언어를 통해 창조하는 것이었다.
하나의 마들렌 과자 조각. 이 사소하고 덧없는 물질이 그의 영혼을 절망의 심연에서 구원의 확신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물질 세계와 정신 세계가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다는 스피노자적인 진리를 온몸으로 체감했다. 가장 비천한 감각 속에 가장 숭고한 정신적 계시가 씨앗처럼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의 코르크 방은 이제 더 이상 감옥이 아니었다. 시간과 공간의 법칙이 무효화되는 기적의 공간이 되었다. 침대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유롭게 오가는 시간 여행의 기계가 되었고 펜은 잃어버린 낙원을 언어의 영토 위에 다시 세울 창조주의 도구가 되었다.
이제 그는 진짜 길을 알고 있었다. 그 길은 그의 삶 전체를 감싸 안고 마침내 이 코르크 방 이 글쓰기의 현재 속에서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거대한 원형의 길이었다. 그는 다시 펜을 들었다. 그의 손에는 어떠한 망설임이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내면에서는 레오니 고모의 린덴 차와 마들렌 과자의 달콤하고 영원한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잃어버린 시간의 향기이자 되찾은 예술의 향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