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크 방의 탄생

by 남킹

어머니의 죽음이 마르셀 프루스트의 우주에서 사랑이라는 태양을 소멸시켰을 때 찾아온 것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모든 온기와 운동이 정지한 형이상학적인 절대 영도의 상태였다. 그의 존재는 외부 세계와의 모든 연결이 절단된 고립된 섬이 되었다. 그러나 그 고립은 평온이 아니라 모든 감각적 자극이 고문이 되는 병적인 과민함의 지옥이었다.

이전에 미적 쾌락의 원천이었던 파리의 소음은 이제 그의 신경계를 난자하는 견딜 수 없는 파편으로 변모했다. 그의 귀는 외부 세계의 무질서한 진동을 고통스럽게 뇌 속으로 쏘아 보내는 열린 상처 구멍과도 같았다. 빛 역시 그의 적이 되었다. 한 줄기 햇살은 망막을 찌르는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었으며 방 안의 먼지 입자들을 혐오스러운 존재로 부각시키는 잔인한 폭로의 광선이었다. 그의 가장 집요한 적은 공기 그 자체였다. 대기는 꽃가루와 먼지 매연 같은 보이지 않는 적들을 실어 나르는 치명적인 운반체였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는 미세한 침략자들이 폐부 속으로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의 슬픔은 구체적이고 굴욕적인 신체적 현상으로 육화되었다. 영혼의 고통은 그의 육체를 세계의 모든 자극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거대한 염증 덩어리로 만들었다. 그는 이제 이 세계 속에서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최종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존재를 완전히 소멸시키거나 아니면 이 세계 ‘안에’ 있으면서 동시에 ‘밖에’ 있을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오스만 대로 102번지의 침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기이한 문학적 실험실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상처 입은 유기체의 필사적이고 본능적인 몸부림이었다. 그는 자신의 방을 외부 세계의 모든 자극으로부터 보호해줄 완벽한 방음과 방진의 공간으로 개조하기로 결심했다. 그가 선택한 재료는 코르크였다. 이 선택은 실용적인 고려를 넘어선 심오한 상징적 함의를 지녔다. 코르크는 살아있는 참나무의 죽은 세포 조직으로 생명과 죽음의 경계에 존재하는 물질이다. 소리의 진동을 흡수하여 소멸시키는 침묵의 연금술을 행하며 열과 냉기를 차단하는 완벽한 단열재다. 마르셀은 이 죽은 나무껍질의 속성에서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다. 그 역시 살아있는 세계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킨 채 내면이라는 병 속에 봉인된 과거의 기억을 예술이라는 영원한 빈티지로 숙성시켜야 할 운명이었다.

공사는 끔찍한 시련이었다. 인부들의 망치질과 톱질 소리는 그가 견뎌내야 할 최후의 소음 공격이었다. 그는 귀를 솜으로 막고 침대 위에서 폭격을 견디는 병사처럼 몸을 웅크렸다. 마침내 모든 공사가 끝나고 하녀가 육중한 침실 문을 밖에서 닫았다. ‘철컥’ 하는 둔탁하고 최종적인 소리와 함께 그는 이 세계로부터 완전히 자발적으로 분리되었다. 그가 경험한 것은 단순한 조용함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실체적인 ‘침묵’ 그 자체였다. 이 침묵은 무게와 질감을 지녔고 심해의 수압처럼 그의 존재 전체를 짓눌렀다. 그는 자신의 혈관에서 피가 흐르는 소리 무덤 속에서 뛰는 것처럼 둔탁하게 고동치는 심장 소리를 생전 처음으로 들었다.

빛 또한 변모했다. 낮에도 두꺼운 커튼을 통과한 빛은 렘브란트의 그림처럼 부드럽고 우울한 황금빛 여명으로 방 안을 채웠다. 이 빛 속에서 사물들은 명확한 윤곽을 잃고 기억 속 풍경처럼 몽환적인 실루엣만을 드러냈다. 시간은 더 이상 태양의 움직임으로 측정되지 않고 오직 그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늘어나거나 압축되는 주관적인 ‘지속’이 되었다.

그의 코르크 방은 병든 육체를 보호하는 병실이자 세상의 번뇌로부터 벗어나는 은수자의 동굴이었다. 기억의 보물들을 간직한 파라오의 무덤이자 존재를 재구성해야 할 제2의 자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고통의 기억을 영원하고 보편적인 예술 작품으로 변성시켜야 할 연금술사의 실험실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보냈지만 그것은 수동적인 휴식이 아니었다. 외부로 향했던 모든 감각의 촉수를 자신의 내부 즉 기억의 심연으로 되돌리는 능동적인 집중의 상태였다.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과거 속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그의 기억은 연대기적으로 정리된 서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들이 뒤섞이고 압축되고 왜곡된 혼돈의 팔림프세스트였다. 그는 자신의 과업이 이 혼돈스러운 기억의 용암 속에서 의미의 네트워크를 발견하고 그것들을 하나의 거대하고 통일된 문학적 건축물로 직조해내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침대 옆 작은 책상 위로 잉크병과 펜 깨끗한 원고지 뭉치를 가져다 놓았다. 그는 펜을 들었다. 그의 손은 더 이상 병약하고 떨리는 개인의 손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의 파괴적인 힘에 맞서 기억을 구원해야 할 예술가의 손이었다. 그는 첫 문장을 썼다.

“오랫동안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왔다.”

이 지극히 평범한 문장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우주가 태동하고 있었다. 잠 못 이루는 밤들과 그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기억의 유령들. 그리고 그 기억들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 마침내 죽음을 넘어선 예술 속에서의 영원한 삶을 획득하게 될 한 영혼의 위대한 오디세이가 바로 이 코르크 방 이 침묵의 자궁 속에서 장엄한 서막을 올리고 있었다. 그는 이제 자기 자신이라는 가장 광대하고 미스터리한 신대륙을 탐험하는 최초의 위대한 항해사가 되었다. 그의 배는 침대였고 나침반은 기억이었으며 유일한 목적지는 시간 그 자체의 비밀스러운 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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