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감옥이 가장 완벽한 형태로 완성되었을 때 죄수와 간수는 역설적으로 동일한 절망의 기하학 속에 갇혔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알프레드 아고스티넬리의 영혼 주위에 쌓은 질투와 감시의 벽은 프루스트 자신을 끝없는 의심이라는 무간지옥 속에 영원히 유폐시켰다. 오스만 대로의 아파트는 두 개의 고독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마주 보며 소리 없이 붕괴해가는 거대한 묘실이 되었다.
아고스티넬리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의 육체는 아파트 안에 존재했지만 영혼은 서서히 그 육체로부터 이탈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알베르틴’이라는 허구의 존재를 잉태하기 위한 살아있는 숙주가 되었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프루스트가 밤늦도록 원고지 위에 잉크를 채워나갈 때 아고스티넬리는 자신의 피와 살이 그 검은 잉크 속으로 빨려 들어가 문학적 기호로 변환되는 것을 무감각하게 느꼈다. 그의 미소 침묵 거짓말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라 프루스트의 예술을 위해 제공되는 원재료에 불과했다.
이 존재론적 소멸의 상태에서 그가 유일하게 실존을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은 창밖의 하늘을 향할 때였다. 하늘은 프루스트의 지독하게 수평적인 내면세계와 대척점에 있는 수직적이고 무한한 자유의 공간이었다. 그는 항공술에 관한 기사들을 성서처럼 탐독했다. 비행기는 그에게 형이상학적인 탈출의 기계였다. 타인의 시선과 언어의 그물망에서 벗어나 순수한 개체로서의 자신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은밀한 꿈은 그의 시들어가는 영혼 속에 남겨진 마지막 생명의 씨앗이었다. 그는 프루스트 몰래 비행 학교에 등록할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의 순종적인 태도는 프루스트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한 완벽한 위장이었다.
탈출은 1913년 11월의 어느 늦은 밤 조용하게 이루어졌다. 그날 밤 프루스트는 평소보다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아고스티넬리는 최소한의 짐만 꾸렸다. 프루스트가 사준 값비싼 옷과 보석은 모두 남겨두었다. 그는 낡은 노동자의 옷과 약간의 돈 비행술 책 몇 권만 챙겼다. 그는 코르크 방의 문에 짧은 편지 한 장을 남겼다. “저는 떠납니다. 저를 찾지 마십시오.” 그리고 유령처럼 아파트를 빠져나와 텅 빈 파리 거리 속으로 사라졌다.
프루스트가 잠에서 깨어 벨을 눌렀을 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는 아고스티넬리의 방으로 향했다. 방은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생명의 온기가 완전히 제거된 죽음의 냉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그는 방문에 붙은 편지를 발견했다. 그것을 읽는 순간 그의 세계는 내파했다. 그의 소유물 창조물이 스스로의 의지로 그의 통제를 벗어났다는 사실은 그의 세계관의 근본을 뒤흔드는 우주론적 반란이었다. 그의 첫 반응은 완전한 패닉이었다. 기관지가 경련하며 닫혀버렸고 그는 불로뉴 숲에서 겪었던 질식의 공포를 다시 체험했다. 간신히 아드레날린 주사를 스스로에게 놓은 뒤 그의 정신이 돌아왔을 때 패닉은 광적인 행동으로 변모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사라진 연인’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수백 통의 전보를 아고스티넬리가 갈 만한 모든 곳으로 발송했다. 그 전보 내용은 애원과 협박 약속과 거짓말이 뒤섞인 광기의 서사시였다. 그는 용서를 빌고 더 많은 돈을 약속했으며 심지어 비행기를 사주겠다고까지 제안했다. 그는 오르페우스처럼 자신의 모든 자존심과 이성을 내던졌다. 단지 그를 되찾고 싶었다. 다시 자신의 시선 아래 통제 아래 두고 싶었다.
한편 남프랑스 앙티브의 작은 비행 학교에서 알프레드 아고스티넬리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는 파리에서의 삶을 악몽처럼 지워버리려 애썼다. 그는 자신의 성을 버리고 어머니의 결혼 전 성이었던 ‘마르셀 자이’라는 새 이름을 사용했다.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려는 필사적인 시도이자 그를 파괴했던 이름 ‘마르셀’을 전유하려는 무의식적인 복수이기도 했다. 그는 비행을 배웠다. 처음 조종간을 잡고 이륙했을 때 그는 어깨를 짓누르던 모든 과거의 무게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하늘로 솟아올라 아래로 펼쳐진 푸른 지중해와 붉은 마을을 보았다. 그는 자유로웠다.
그러나 그의 자유는 완전하지 않았다. 프루스트의 전보가 매일같이 그를 따라왔다. 망령의 속삭임처럼 그가 결코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전보를 읽지 않고 찢어버렸지만 그 안에 담긴 광적인 집착의 무게는 그의 새로운 날개를 보이지 않게 짓눌렀다.
그리고 1914년 5월 30일. 운명의 그날이 왔다. 앙티브의 하늘은 기만적일 정도로 맑고 푸르렀다. 아고스티넬리는 두 번째 단독 비행을 준비했다. 그는 이륙하여 바다 위를 선회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는 잠시 이카로스가 느꼈을 신적인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비극은 사소한 조작 실수에서 시작되었다. 너무 급격하게 고도를 낮추려던 순간 비행기의 엔진이 꺼져버렸다. 비행기는 더 이상 새가 아니라 중력에 사로잡힌 쇳덩어리였다. 나선형을 그리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의 시야에는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이 미친 듯이 뒤섞였다. 그리고 마지막 충격. 비행기가 수면에 부딪히는 순간 그의 의식 속에서 모든 것이 폭발하고 완전한 침묵과 어둠이 찾아왔다. 그의 자유를 향한 비상은 불과 몇 분 만에 끝났다. 그는 하늘이라는 절대적인 자유에서 추락하여 바다라는 원초적인 무의식의 심연 속으로 영원히 잠겨버렸다.
파리의 코르크 방에서 마르셀 프루스트는 전보 한 통을 받았다. 그가 보낸 수많은 전보에 대한 유일한 답신이었다. “알프레드 아고스티넬리,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 그는 전보를 읽고 또 읽었다. 그러나 ‘사망’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거대하고 최종적이어서 그의 지성이 결코 포획할 수 없는 개념이었다. 그는 울지 않았다. 그의 사랑은 끝났다. 그토록 알고 싶었던 타인의 의식은 영원히 접근 불가능한 영역으로 사라졌다. 그토록 소유하고 싶었던 육체는 이제 지중해의 차가운 물속에서 원소로 돌아가고 있을 터였다. 그의 질투는 이제 영원히 치유될 수 없게 되었다. 아고스티넬리의 부재는 그의 모든 의심을 영원한 진실로 확정시켜 버렸다.
그러나 그 거대한 상실과 고통의 폐허 속에서 하나의 차갑고 무서운 생각이 싹트고 있었다. 이제 알프레드는 죽었다. 현실의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성가신 의지와 예측 불가능한 자유는 완전히 소멸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알베르틴’은 온전히 그의 것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이제 현실의 제약 없이 자신의 기억과 상상력만으로 그녀를 완벽하게 창조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 패배한 사랑의 전쟁을 예술이라는 가상의 영토 위에서 완벽한 승리로 이끌 수 있게 된 것이다.
알프레드 아고스티넬리의 육체적 죽음은 알베르틴 시모네라는 문학적 존재의 진정한 탄생을 의미했다. 그의 상실은 그의 예술을 완성시킬 마지막 그리고 가장 잔인한 선물이 되었다. 코르크 방의 침묵 속에서 마르셀 프루스트는 천천히 펜을 들었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 대신 차가운 잉크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심장을 제물로 바쳐 가장 위대한 사랑의 비가를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라진 연인은 이제 그의 언어 속에서 영원히 살게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