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5년 늦여름, 니더작센 관구
북방의 사자, 덴마크의 왕 크리스티안 4세의 군대는 한 폭의 장대한 태피스트리처럼 독일 북부 평원을 가로질러 나아갔다. 2만여 명의 군세는 그가 평생에 걸쳐 쌓아 올린 부와 야망의 결정체였다.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 징집된 병사들, 독일에서 고용한 노련한 용병들, 그리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건너온 의용병들까지. 그들의 깃발은 바람에 나부끼며 다채로운 문장의 숲을 이루었고, 잘 닦인 갑옷과 창끝은 여름 햇살을 받아 은빛 강물처럼 흘러갔다.
크리스티안 4세는 자신의 군대 선두에서, 위풍당당한 흑마에 올라타 있었다. 그의 붉은 머리카락은 투구 아래서도 불꽃처럼 타오르는 듯했고, 그의 눈은 제국의 심장부를 꿰뚫을 듯한 야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보헤미아의 불꽃이 꺼지고, 팔츠의 사자가 무릎 꿇은 지금, 독일 개신교를 구원하고 북유럽의 패자로 우뚝 설 영웅은 바로 자신뿐이라고 믿었다.
그의 곁을 따르던 늙은 장군, 하인리히 홀크가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폐하, 군대의 위용은 실로 하늘을 찌를 듯하옵니다. 허나, 우리의 상대는 백산에서 승리한 틸리의 노련한 군대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발렌슈타인의 군대이옵니다. 신중을 기해야 하옵니다.”
크리스티안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군대의 행진 소리에도 묻히지 않을 만큼 컸다.
“신중함이라, 장군! 사자가 사냥에 나서는데 신중함이 가당키나 한가? 틸리는 늙은 여우일 뿐이고, 발렌슈타인은 고작 보헤미아의 땅 투기꾼이 아닌가. 그가 돈 없이 군대를 모았다고? 마법이라도 부린단 말인가! 그의 군대는 급료 없는 오합지졸일 뿐, 우리의 정예군 앞에서는 먼지처럼 흩어질 것이네.”
그의 자신감은 근거가 없지 않았다. 그의 등 뒤에는 잉글랜드와 네덜란드의 막대한 자금이 있었다. 그는 용병들에게 제때 급료를 지급할 수 있었고, 최신식 대포와 머스킷으로 군대를 무장시켰다. 그는 이 전쟁을 구시대의 기사들처럼 명예와 부로 치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발렌슈타인이 만들어낸 새로운 전쟁의 방식을, 그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크리스티안은 야심만만한 세 갈래 작전을 세웠다. 자신은 주력을 이끌고 베저(Weser) 강을 따라 남하하며 틸리의 가톨릭 동맹군을 격파한다. 그리고 자신의 가장 용맹한 칼날인 두 용병대장, ‘할버슈타트의 광인’ 크리스티안 폰 브라운슈바이크와 노련한 에른스트 폰 만스펠트가 동쪽에서 발렌슈타인의 군대를 묶어두고 격파한다는 계획이었다. 완벽한 계획처럼 보였다. 세 마리의 사자가 늙은 여우와 정체불명의 독수리를 사냥하는 형국이었다.
“진군하라!” 크리스티안의 외침이 평원을 가로질렀다. “독일의 자유와 참된 신앙을 위하여! 우리의 이름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북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고, 군대는 희망과 영광을 향해 남쪽으로, 전쟁의 심장부로 나아갔다.
같은 시각, 발렌슈타인의 본영, 할버슈타트 근교
발렌슈타인의 군영은 크리스티안 4세의 군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생명체였다. 그곳에는 화려한 깃발도, 울려 퍼지는 군악도 없었다. 그곳은 마치 거대한 유목민의 도시, 혹은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개미굴과 같았다. 수만 개의 낡은 천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로는 병사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상인, 대장장이, 창녀, 그리고 온갖 국적의 잡배들이 뒤섞여 거대한 혼돈의 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그 혼돈의 표면 아래에는, 발렌슈타인이라는 단 한 사람의 의지로 움직이는 냉혹하고 효율적인 질서가 있었다. 군영의 중심부, 가장 큰 장막 안에, 알브레히트 폰 발렌슈타인이 있었다.
그는 갑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검은 벨벳 옷을 입은 그의 모습은 장군이라기보다는 학자나 부유한 상인처럼 보였다. 그는 거대한 지도 앞에 서서, 핀으로 여러 지점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부관들이 조용히 서서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 장막 안에는 잉크 냄새와 타오르는 촛농 냄새, 그리고 그의 서재에서 가져온 낡은 가죽 책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는 전장을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사업을 경영하고 있었다.
“할버슈타트에서 걷은 이번 달 ‘콘트리부치온’은 얼마인가?” 발렌슈타인이 지도를 본 채로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감정이 배제된, 사실만을 요구하는 목소리였다.
재무관이 장부를 펼치며 보고했다.
“은화로 2만 탈러, 곡물 5천 자루, 그리고 소 3백 마리이옵니다, 각하. 도시의 저항이 거세어, 약속된 양의 70% 정도만 징수했나이다.”
발렌슈타인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뒤돌아서지 않았다.
“저항의 주모자는 누구인가?”
“시 의회 의장과 지역 주교입니다. 그들은 황제의 칙령 없이는 한 톨의 곡물도 내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사옵니다.”
“그들의 집을 불태워라. 그리고 가족들을 인질로 잡아, 부족한 30%를 채울 때까지 매일 한 명씩 교수형에 처하라고 전해라. 이것은 협상이 아니다. 계산이다. 그들의 목숨값과 도시의 세금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그들 스스로 계산하게 만들어라.”
그의 말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분노도 없었다. 마치 장부의 숫자를 맞추는 회계사와 같았다. 재무관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다음은 작전참모였다.
“각하,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이 베저 강을 따라 남하하고 있습니다. 그의 목표는 틸리 장군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동쪽에서는 만스펠트와 브라운슈바이크의 군대가 마그데부르크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발렌슈타인은 그제야 몸을 돌렸다. 그의 눈은 깊고 어두워, 그 속을 들여다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사자들이 날뛰는군. 크리스티안 왕은 틸리 장군에게 맡겨두어라. 늙은 여우는 사자를 피하는 법을 알지. 우리의 목표는 만스펠트다.”
“만스펠트 말입니까? 그는 가장 교활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자입니다. 차라리 브라운슈바이크의 ‘광인’을 먼저 치는 것이…”
“광인은 예측하기 쉽다. 그는 명예와 복수를 위해 정면으로 달려들겠지. 하지만 만스펠트는 쥐와 같다. 그는 생존을 위해 싸운다. 그런 자가 가장 위험하지. 그는 지금 마그데부르크를 거점으로 삼아, 동부 독일 전체를 자신의 약탈 구역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그것은 나의 사업에 방해가 된다.”
‘나의 사업’. 그는 전쟁을 그렇게 불렀다.
“우리는 엘베 강으로 간다. 데사우에 다리를 확보하고, 그곳을 우리의 성으로 만들 것이다. 쥐는 덫으로 잡아야지, 쫓아가서 잡는 것이 아니다. 만스펠트가 내 덫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오게 만들 것이다.”
그는 다시 지도를 돌아보았다. 그의 손가락이 데사우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그곳은 엘베 강을 건너는 유일한 다리가 있는 곳이었다.
장막 밖에서는 병사들이 급료 대신 배급받은 빵을 씹으며, 닳아빠진 주사위를 던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 전쟁의 명분은 중요하지 않았다. 덴마크 왕이든, 황제든, 그들은 자신들에게 식량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지휘관을 따를 뿐이었다. 그리고 발렌슈타인은 그들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그것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그의 군대는 충성심이 아니라, 체계적인 생존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유기체였다.
1626년 초, 함부르크에서 마그데부르크로 가는 길
야쿠프의 삶은 다시 한번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가 일하던 상점의 주인인 헨드릭 판 오스터펠트는 전형적인 칼뱅파 상인이었다. 그는 독실했고, 근면했으며, 돈 냄새를 맡는 데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그는 덴마크 왕의 남하를 유럽의 지정학적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보았다.
“전쟁은 물자를 소비하지, 야쿠프.” 어느 날 헨드릭이 그를 불렀다. “군대는 곡물과 화약, 그리고 강철을 먹고 움직인다네. 덴마크 군대가 남쪽으로 내려가면, 그 지역의 물가는 천정부지로 뛸 거야. 특히 소금과 철이 부족해지겠지.”
헨드릭은 지도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그가 가리킨 곳은 마그데부르크였다.
“마그데부르크는 엘베 강의 중심지이자, 개신교의 강력한 요새 도시일세. 만스펠트가 그곳을 거점으로 삼으려 하고 있어. 그곳에 우리의 소금과 철을 가져다 팔 수만 있다면, 열 배의 이익을 남길 수 있네.”
야쿠프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심장이 철렁했다.
“주인님, 그곳은 전장으로 변하고 있는 곳입니다. 발렌슈타인의 군대가 그 근처에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래서 자네가 필요한 걸세.” 헨드릭의 눈이 상인의 교활함으로 빛났다. “자네는 독일 내륙 사정에 밝고, 똑똑하지. 내가 작은 마차 행렬을 꾸릴 테니, 자네가 책임자가 되어 마그데부르크로 가게.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안전한 거래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자네의 임무야. 위험수당은 넉넉히 쳐주겠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함부르크의 안전한 삶에 안주하고 싶었지만, 그는 여전히 언제 발각될지 모르는 도망자 신세였다. 그리고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역사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서기의 본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는 결국 그 위험한 임무를 받아들였다.
소금과 철괴를 가득 실은 다섯 대의 마차가 함부르크를 떠났다. 야쿠프는 행렬의 맨 앞에서 말을 타고 길을 이끌었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풍경은 급격하게 변해갔다. 번성하던 마을들은 텅 비어 있었고, 밭은 경작되지 않은 채 황무지로 변해 있었다. 길가에는 불탄 농가와 버려진 가구들이 흉터처럼 널려 있었다.
그들은 곧 전쟁의 실체와 마주쳤다. 어느 마을 어귀에서, 그들은 일단의 기병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특정 군대의 제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발렌슈타인의 ‘징수관’들이었다.
“정지!” 기병대장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얼굴은 흉터로 가득했고, 눈은 차가웠다. “이 지역은 신성 로마 제국 황제 폐하의 이름 아래, 발렌슈타인 공작 각하의 관할 구역이다. 모든 통행자는 ‘콘트리부치온’을 납부해야 한다.”
야쿠프는 침착하게 마차에서 내렸다. 그는 함부르크 자유도시의 시민증과 헨드릭이 발급해준 통행증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합법적인 상인입니다. 우리는 마그데부르크로 가는 중입니다.”
“상인이라.” 기병대장이 비웃었다. “그렇다면 세금을 낼 돈이 충분하겠군. 당신들의 화물과 마차, 말의 가치를 평가하여, 그 20%를 기여금으로 징수하겠다.”
20퍼센트. 그것은 노상강도와 다를 바 없는 요구였다. 야쿠프와 함께 온 마부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이건 강도짓이야! 우리는 함부르크 시민이라고!”
기병대장은 말없이 허리에서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항의하던 마부의 발밑 흙바닥에 총을 쏘았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마부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다음 총알은 네놈의 머리에 박힐 것이다.” 기병대장이 차갑게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협상이 아니다. 계산이다. 목숨과 화물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지, 스스로 계산해 보도록.”
발렌슈타인의 말이, 그의 하수인의 입에서 똑같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야쿠프는 저항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결국 마차 한 대 분량의 소금과 상당한 액수의 은화를 그들에게 넘겨주고서야 길을 계속 갈 수 있었다.
그날 밤, 그들이 머문 마을의 촌장은 눈물을 흘리며 야쿠프에게 하소연했다.
“차라리 만스펠트의 군대가 지나가는 게 낫습니다. 그들은 닥치는 대로 빼앗고 불을 지르지만, 적어도 하룻밤의 광풍과 같습니다. 지나가면 그뿐이지요. 하지만 발렌슈타인의 군대는 다릅니다. 그들은 역병과 같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죽이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장부를 적어가며 빼앗아 갑니다. 씨앗으로 쓸 곡물까지도요. 그들은 우리를 서서히 굶겨 죽이고 있습니다. 황제의 이름으로 말입니다.”
야쿠프는 그의 말을 자신의 일지에 모두 기록했다. 이것은 새로운 종류의 전쟁이었다. 영토나 신앙을 위한 전쟁이 아니었다. 전쟁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주변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며 스스로를 유지하는 거대한 기생충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기생충의 심장은 발렌슈타인이었다.
1626년 4월, 데사우 다리
만스펠트는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는 발렌슈타인이 데사우의 엘베 강 다리에 요새를 구축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것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겁쟁이 녀석, 성을 쌓고 숨어 있으려는 게로군. 저 다리만 돌파하면 발렌슈타인의 심장부로 곧장 쳐들어갈 수 있다!’
그의 군대는 굶주려 있었고, 급료는 몇 달째 밀린 상태였다. 병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큰 승리와 함께 대대적인 약탈이 필요했다. 그는 자신의 용맹과 돌파력을 믿었다. 지난 수년간, 그는 수많은 전투에서 불리한 상황을 기습과 용맹으로 뒤집어 왔다.
1626년 4월 25일, 만스펠트의 군대 1만 2천여 명이 데사우 다리에 도착했다. 다리 건너편에는 발렌슈타인이 구축한 견고한 보루가 버티고 있었다. 참호가 파여 있었고, 목책이 세워져 있었으며, 그 뒤로는 수십 문의 대포와 수천 명의 머스킷 사수들이 조용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스펠트의 부관들이 신중론을 펼쳤다.
“장군, 저것은 요새입니다.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은 자살 행위입니다.”
그러나 만스펠트는 듣지 않았다.
“자살 행위가 아니다! 저것은 발렌슈타인의 오만이다! 우리가 저 얇은 나무 벽을 뚫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게지! 병사들에게 술을 배급하라! 용맹하게 싸우는 자에게는 다리 너머의 모든 것을 약탈할 권리를 주겠다고 약속하라!”
약탈의 약속에, 굶주린 용병들의 눈이 번뜩였다. 그들은 함성을 지르며 다리를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전략이 없는, 오직 본능에 충실한 맹렬한 돌격이었다.
다리 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좁은 다리 위로 수천 명의 병사들이 엉키면서, 그들은 스스로의 무게에 짓눌리고 넘어졌다.
바로 그 순간, 발렌슈타인의 보루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콰-쾅! 콰쾅!
수십 문의 대포가 일제히 포도탄을 발사했다. 수백 개의 작은 쇠구슬이 다리 위를 휩쓸며, 빽빽하게 들어찬 인간의 대열에 끔찍한 구멍을 뚫었다. 비명과 함께, 병사들의 몸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가며 강물로 떨어졌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포격이 잠시 멈추자, 이번에는 수천 명의 머스킷 사수들이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다. 발렌슈타인의 군대는 훈련받은 대로, 한 열이 쏘고 뒤로 물러나 장전하면, 다음 열이 앞으로 나와 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총탄의 비를 퍼부었다. 다리 위는 연기와 화약 냄새, 그리고 피 냄새로 가득 찼다.
만스펠트는 후방에서 이 광경을 보며 이성을 잃었다. 그는 자신의 병사들이 도살당하는 것을 보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
“전진하라! 멈추지 마라! 저 벽만 넘으면 된다! 겁쟁이처럼 굴지 마라!”
그의 독려에, 일부 용맹한 병사들은 시체를 밟고 넘어 다리를 건너 보루 앞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참호 속에 숨어 있던 장창병들의 빽빽한 창끝이었다.
전투는 몇 시간 만에 끝났다. 만스펠트의 군대는 4천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고 참패했다. 다리 아래 엘베 강은 피로 붉게 물들었고, 다리 위에는 시체가 산을 이루었다. 만스펠트는 남은 병력을 이끌고 혼란 속에서 간신히 퇴각했다. 그의 무적 신화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발렌슈타인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장군 앞에서, 자신의 낡은 전쟁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야쿠프는 그 전투가 벌어지고 며칠 뒤,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그는 아직 치워지지 않은 시체들이 강둑에 널려 있는 것을 보았다. 까마귀 떼가 시신을 쪼아 먹고 있었고, 강물에서는 끔찍한 악취가 진동했다. 그는 한 젊은 병사의 시신 옆에 떨어져 있는 편지를 발견했다. 고향의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사랑하는 마리, 이번 전투만 끝나면….’ 편지는 피에 젖어 더 이상 읽을 수 없었다.
야쿠프는 그 편지를 자신의 가방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 병사는 누구를 위해 싸우다 죽었는가? 신? 황제? 만스펠트? 아니, 그는 아마도 아내에게 돌아가기 위해 싸웠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그의 소박한 꿈을 집어삼켰다.
데사우의 패배는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의 원대한 계획에 첫 번째 균열을 만들었다. 그의 동쪽 날개가 부러진 것이다. 만스펠트는 패잔병을 이끌고 실레지아 방면으로 도망쳐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그곳에서 병을 얻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틸리의 늙은 여우와 발렌슈타인의 독수리는 온전히 그들의 주된 사냥감, 북방의 사자 크리스티안 4세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야쿠프는 자신의 일지에 데사우 전투의 참상을 기록하며 마지막 문장을 썼다.
‘사자 한 마리가 쓰러졌다. 그의 포효는 용맹했지만, 독수리의 발톱은 더 날카롭고 계산적이었다. 이제 남은 사자는 자신이 혼자가 되었음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독일 북부의 하늘에, 또 다른 폭풍우가 몰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