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서리 지나 시래기 널고 타작 마치면
까치밥 남겨두고 첫눈이 내린다
아이들은 토끼 발자국 따라 비탈에 올라
엉덩이에 비료포대 하나 깔고 온종일 신날 적에
마을엔 아무 일 없이 눈사람 여럿 생기고
엄마들 일찌감치 밥 먹자 부르는 소리
뉘엿뉘엿 눈발을 털고 들어와
언 손을 녹여 북엇국 한 사발 들고나가면
새끼를 다섯이나 낳은 복실이는 젖을 다 먹였는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입맛을 다신다
엄마는 눌은 장판 아랫목에 밥주발 하나 묻어놓고
고봉밥에 북엇국 막 구운 고등어 반토막
방안에는 놋숟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
문밖에는 계절이 쌓이는 소리
그릇마다 간이 넘치는 짠맛의 저녁
김장김치처럼 조금씩 꺼내 먹는 옛날의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