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어떤 시

고혈압 환자의 변명

by 남모



손톱을 물어뜯는다

절뚝이며 아둔한 몇 해를 살다 보니

어느새 고혈압 환자가 되어 있었다

인간이 부여한 의미들 중에

아직도 영속성을 지닌 것들이 있을까

서른 이후는 의심이 판을 쳤다

영원한 행복 사랑 기타 등등 때문에

해마다 터진 가슴을 기우는 여자들이 늘어나고

거리는 허무한 남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낡은 신파 같은 우지끈한 일생

손에 닿지 않는 것은 영영 슬픈 것이다

열 손가락 손톱을 다 물어뜯으면

뭉클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핏줄이 터지면 숨통이 트일까 싶어

마음 뒤편에 숨어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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