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부터 나는 폼나게 시를 쓰고
아내는 차분하게 아침을 짓고
창밖 감나무엔 까치가 내려앉았다
모든 것이 완전한 시인의 아침
눈물콧물 인생시 하나 나올까 싶어
파르르 기대가 솟는다
은총처럼 찰떡같은 언어들
오메 온다 오온다
마침내 원고지 위로 내려앉을 찰나
아내의 주방이 소란하다
곰탕을 끓였으니 밑반찬 간 좀 보세요
아뿔싸, 결정적 순간을 망치지 말라
시인이 시상을 좇아 시름하는데
센스도 참 야무지게 없지
그 찰떡새 푸드덕 다시 올까 안달인데
이번에는 옆집 부부싸움의 전말과
며칠 전 들어온 대봉감 후숙 이야기
에이, 아침이고 뭐고 안 먹어요
뾰로통 아내는 곰탕에 밥을 말아
깍두기인지 내 시인지 와자작 씹히고
아직 한 발 남았는지 곰탕 정말 안 먹어요?
거참, 당최 시를 쓸 수가 없어요 시를
가늘고 바르르한 숨조절 소리가
천둥 같은 푸념이 등 뒤로 울린다
정말 시 쓰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