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잔

by 남모



이 시대의 소시민에게 삶이란

아무도 선뜻 채워주지 않는 잔이었

매번 한 숟가락 아쉬운 끼니였다


월급날에야 목소리가 조금 커지고

한 잔 넘치게 따라주던 퇴근길

찔레꽃처럼 울던 후배를 달래며

성에 낀 얼굴로 따라 우는 술잔을 본다


저 작고 오목한 술잔 하나에는

어머니의 한숨과 누이들의 눈물과

벼랑 같은 세상의 절망이며 불면들이

소싯적의 짠내나는 슬픔과 섞여

말없이 녹아 있는 것일 테다


마침내 버릴 것 하나 없이 아깝다고

우리가 허투루 잊지 않도록

소주 한 잔은 거대한 삶의 우물이 되어

소태 같이 쓰기도 했다가 더러는 맹물이었다가

어느 날은 또 그렇게 달기도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