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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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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모 Nov 13. 2024

손가락빗



새벽 두 시의 서늘한 바람이 주변을 살피며 은밀하고 몽롱하게 수작을 걸어오는 것만 같아서 일부러 대문 밖까지 살금살금 마중을 나갔습니다. 저 멀리 예민해진 경계의 눈초리로 야옹하며 지나가는 고양이 한 마리 외에는 오가는 이 하나 없는 골목, 마침 가로등도 애잔한 주황색 불빛을 뿌리고 있기에 담배를 한 개비 입에 물었다가 문득 어떤 생각 때문에 다시 집어넣었습니다. 조용하고 얌전한 시간 그리고 도심에서 느끼는 오랜만의 호젓함을 굳이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고, 오늘 내내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은근히 몸 생각하는 엄살일 수도 있습니다. 머리카락을 손가락빗으로 쓸어 넘기며 생각은 생각대로, 아직 귀가하지 않은 귀뚜라미들은 또 지들대로 호사를 누리는 이 시간의 인적 없는 골목길이 참 안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 저기 파란 대문집의 할머니는 휴일이면 요즘도 옥상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있는 힘껏 팡팡 물기를 털어 빨래를 널고 계시지. 처음엔 마치 빨래를 위해 사시는 것 같았지. 참 기력도 좋으셔. 그리고 저 굳게 닫힌 철문집 안에는 가끔 술 취한 밤이면 울면서 신세한탄을 하는 중년이 하나 살지. 물론 그는 내 수면에 있어서 찌질한 악당과도 같았지만 언젠가 들려오던, 참으려고 애를 쓰며 그가 흘려낸 흐느낌으로 인해 나는 지금 그를 막연하게나마 심정적으로 이해하게 됐지. 저기 옆집 부부는 요즘 그 요란하던 말다툼이 많이 없어졌고 그 윗집에는 가끔씩 가출도 한다는 딸아이 친구가 살고 있고 그 윗집부터는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그냥 내가 살지. 가을밤 좁은 골목길에 묻어있는 사연이 참 많습니다. 고독해지기는 싫습니다. 더욱이 이렇게 가을 찬바람이 연애처럼 속살을 파고들어 그리운 이름 석 자 절로 떠오르게 하는, 이웃집 할머니와 서글픈 중년이 세상모르고 잠이 든 골목길 안에서 혼자 고독해지기는 더더욱 싫습니다. 한동안 그것이 멋의 완결판인 양 폼을 잡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이야 이 좋은 계절에 더군다나 이 유정한 시간에 그런 똥폼이야말로 서툰 낭만이고 사서 하는 청승이 아니겠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오늘 그냥 이렇게 몇 시간이고 좋을 것 같아서 한동안을 배 나온 장군처럼 늠름하게 서 있다가, 갑자기 오싹 추워져서는 허겁지겁 혼자 팔짱을 끼고 집으로 뛰어들어온 스스로가 참 어이없어서 피식 웃음이 납니다. 미처 골목길에 두고 온, 손가락빗 사이로 무수하던 생각들을 슬그머니 다시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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