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 잡초이고 싶지 않았다.
길바닥의 민들레
나의 인생도 아름답길 바랬다.
남들처럼 온실에서 햇살을 듬뿍 받고
사랑으로 향기롭게 피어낸
저 많은 꽃들처럼
내 인생도 따뜻하고
향기롭기를... 바랬다.
그런데 그냥 난 그 흔한 길거리의 민들레였다.
바람에 따라 아무렇게나 흩날려
차디찬 길바닥에 아등바등
살려고 틈을 비집고 뿌리내린
그 흔한 민들레였다.
밟혀도 아파도 살아보겠다며
자꾸만 고개를 들고일어나는
목숨만 끈질긴
그게 유일한 자랑거리인
잡초였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나도 꽃이라며
노란빛을 띠며 괜찮은 척 웃어 보이고
밟혀도 이 악물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사실 나는 남들이 아는 것처럼
그리 강하지도
끈질기지도 못하지만
그냥 살아있으니깐...
살고 싶었다.
언젠가 홀씨가 되어
훌훌 하늘을 날아오르는
그런 날을 꿈꾸며
오늘도 인생이라는 시멘트 바닥을
간절히 부여잡고
오늘을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