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관계성에 미친다
웹소설 작가로서 웹소설을 한 권, 한 권 읽고 또 한 편, 한 편 써 내려갈 때마다 통감하는 사실이 있다. 한국인은 관계성에 미친다. 폭군 아빠와 구박받는 딸, 아내가 이혼하려 했더니 그제야 후회하는 후회남, 1등과 2등. 설정만으로 둘의 관계를 짐작하게 하고, 그 안에서 나올 이야기를 충분히 누리는 것. 그게 웹소설의 매력이다. 그런데 이 같은 재미. 숏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덕분에 나는 계정을 생성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따라 하고 싶은 밈을 어렵지 않게 찾았다. 내가 선택한 밈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이 밈의 이름을 모른다. 누가 원본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독자님들께서 참고할 만한 영상과 대본을 첨부한다.
https://www.instagram.com/reel/DLFHThOyibD/
1번 사례)
옥상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각자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상황
A: 나는 대표 원장
B: 난 직원. 난 회식이 공짜지만, 넌 아니지.
A: 나는 대표 원(말 끊음)
B: 난 직원. 나는 아프면 쉴 수 있지만, 넌 안 돼
A: 나는 대표(말 끊음)
B: 난 직원. 나는 휴가 갈 수 있지만, 넌 안 돼.
A: 나는 대(말 끊음)
B: 난 직원. 나는 일 그만두어도 되지만, 넌 안 돼.
A: 아, 선생님. 저도 한마디만 할게요.
B: 원장님 한마디 하세요.
A: 나는
-영상 끝남-
https://www.instagram.com/reel/DQEPe9eE_9r/
2번 사례)
공원에서 언니와 동생이 서로 걸으면서 각자 할 말 하는 상황
A: 나는 언니. 난 너한테 심부름시킬 수 있지만, 넌 안 되지.
B: 난 동생.
A: 나는 언니. 내가 하는 말은 맞지만, 네가 하는 말은 다 틀리지.
B: 난 동(말 끊음)
A: 나는 언니. 내가 널 괴롭히는 건 되지만, 넌 안 되지.
B: 난 동생. 언니가 찍자고 해놓고서 왜 나 한마디도 못 하게 하는 건데. 나도 말하게 해달라고.
A: 알았어. 해 봐, 해 봐.
B: 난 ㄷ
-동생 말 이어지기 전에 영상 끝남-
1번과 2번 포맷 둘 다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 1번 구성을 좋아한다. 1번 대본의 변주로는 사장과 직원의 대화, 교사와 학생의 대화, 부모와 자식의 대화가 있다. 어느 쪽이든 사회적 권력 서열이 높은 쪽이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영상이 끝나는 점이 재밌다.
인스타그램에서 두 릴스를 보고, 반응을 남기면 릴스 피드에 해당 포맷과 비슷한 릴스가 줄줄이 뜨실 테니 예시를 더 가져오진 않겠다. 참고로 브런치 앱에서는 영상이 재생되지 않으며 PC로 보실 경우에만 영상이 재생된다.
나는 영상을 만들 때 2가지 버전의 영상 대본을 모두 기획했고, 2번 포맷을 먼저 사용했다. 2번 성적이 1번 성적보다 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유튜브 쇼츠에서 반만 만족스러운 성적을 얻었다. 해당 영상의 성적은 다음과 같다.
이 영상은 시청 지속 시간은 괜찮지만, 시청자 참여도가 60%를 못 넘어 조회수 6,000회 남짓에 그쳤다. 릴스나 틱톡 성적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대본을 짜던 중,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위의 대본을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추궁하는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다음은 해당 콘텐츠의 결과다.
릴스 성적만 가져왔지만, 틱톡에서도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었다. 참고로 유튜브에서도 시청 지속 시간은 높았지만, 이번에도 시청자 참여도가 60%를 못 넘어서 조회수가 높게 나오지 않았다.
유튜브 성적은 아쉬웠으나, 덕분에 숏폼 밈을 사용해 2차 창작을 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을 알게 됐다. 밈을 이용할 때는 원본의 색을 유지하면서 나만의 맛을 넣어야 한다는 거다. 여기서 말하는 나만의 색이란 계정의 페르소나와 맞는 대사와 상황이다.
사실, 이건 필자가 만든 영상을 첨부해야 사례가 와닿을 텐데 이제 막 SNS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어서 영상과 계정, 대본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통탄스럽다.
따라서 이 글은 반쪽짜리다. 언젠가 구독자 1만 명을 달성하면 당당하게 계정을 밝히고 게시글을 수정하겠다.
10월 31은 휴재다. 『먹고살려고 인플루언서 하려고요』는 11월 첫째 주 금요일부터 다시 연재된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구독자 100명이 코앞인 바 고작 영상 2개를 올린 결과를 독자님들께 보고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나름대로 세운 전략을 팔로워 100명 전후에 시도해 볼 건데, 그러려면 내게 2주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대된다. 과연 나는 다음 주 당신께 SNS 팔로워를 몇 명 모았다고 보고할 수 있을까? 다음 글이 업로드되기 전, 현재 내 SNS 팔로워가 몇 명인지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글을 보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