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모르면 숏폼 시청 지속률 박살 납니다
만약 당신이 이제 갓 성인이 된 친척 조카나 동생에게 딱 한 가지 충고해 줄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할까?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함부로 꺼내지 않기? 사생활 함부로 털어놓지 말기, 내가 가진 것 자랑하지 않기, 특히 돈 자랑하지 않기 등등.
내가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알려주고 싶은 게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수많은 조언 중에 ‘얼굴만 아는 사이라도, 인사는 하고 다녀라.’를 고르겠다. 인사만 잘해도 날 싫어하는 사람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당연한 충고가 숏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필자는 과거 숏폼 크리에이터에 도전했다가 대차게 말아먹은 전적이 있다. 영상 제작이야 아무리 하면서 배우는 거라지만, ‘안녕하세요.’ 이 한마디가 영상 재생 3초 만에 시청 지속률을 60%의 절벽으로 밀어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당황스럽다. 하지만 현재는 지나간 시간이 참 다행스럽다. 덕분에 구르고 굴러 이 글을 쓸 지식을 얻었으니까.
지금은 2025년 하반기. 네이버도 클립이라는 숏폼 앱을 만들었고, 전 국민의 메신저 카카오톡도 앱에 숏폼을 추가했다가 욕을 대차게 먹고 있다. 그만큼 숏폼은 일상에 깊이 들어온 지 오래다. 한때 내가 화면 너머의 누군가를 이토록 답답하게 여겼던 것처럼.
숏폼을 보다 보면 신기한 사람을 굉장히 많이 접할 수 있다. 2년 전. 특히 내 눈을 사로잡은 건 화려한 네일아트를 한 채 도시락을 싸거나 집밥을 하는 크리에이터였다. 손톱이 보통 길면 나도 이런 말 안 한다. 남의 손톱이 길든, 짧든 내 알 바가 무엇인가.
아니나 다를까 당시 발견한 숏폼 계정 댓글란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을 곧잘 찾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건, 이토록 긴 손톱을 붙이고 요리하는 여성 크리에이터가 드문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영상 제작에 효과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마 여기까지 읽은 누군가는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몇몇 숏폼은 시청 시작 시 3초 안에 실로폰이나 트라이앵글 혹은 이와 비슷한 높은음이 들린다는 걸. 이 별것 아닌 스킬은 경험상 숏폼이 재생된 지 5초 안에 빠져나가는 시청자를 줄여준다. 영상 내내 들리는 여러 효과음과 배경 음악도 시청자 이탈을 막는다. 완벽한 정적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만큼 사람을 지루하게 하는 일이 없다.
그렇다. 손톱을 붙이고 요리를 하면 손톱에 요리 도구나 재료가 부딪치며 ‘소리’를 낸다! 냄비에 긴 손톱이 닿았을 때 나는 소리를 상상해 봐라. 더 나아가 그릇을 토도독 두드리는 손톱 소리는 어떤가. 네일아트를 한 채 요리를 하면 영상이 한 층 다채로워진다. 덧붙여 댓글이 많이 달릴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영상의 댓글란에서는 네일아트가 불편한 사람과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언짢은 사람이 말싸움 중이었다. 숏폼에 달린 댓글이 많을수록 해당 영상은 긍정적인 평가를 얻는다. 그래서 2년 전 내 숏폼 피드에는 화려한 네일아트와 함께 요리하는 여성 크리에이터가 많이 노출됐었다.
그렇다면 숏폼 만들 때 쓸 수 있는 훅(Hook). 소리밖에 없을까? 아니. 소리만큼 중요한 상황과 소품이 있다. 영상 대본은 너무나 기본적인 거라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중요한 건 다음의 기술이 시청자가 대본이 전개될 때까지 기다리게 만드는 치트키라는 거다.
잠깐 짚고 가는 단어 설명
훅(Hook):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떠나지 못하게 붙잡아두는 요소. 1초의 지루함도 용납될 수 없는 숏폼에서는 시청자는 모르는 갖은 트릭이 발동된다.
영상에서 망치와 도자기 주전자를 든 여자가 나타났다고 치자. 이제 시청자는 여자가 망치로 주전자를 깨지 않을까 걱정하며 영상을 보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여자가 망치로 주전자를 깨길 바라며 아슬아슬한 기대감과 함께 시청을 지속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시청 지속률을 유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숏폼에서는 유저 이탈을 5초라도 뒤로 미루는 게 큰 힘이다.
망치와 주전자가 와닿지 않나? 그럼 한입 크기의 음식이나 테이크아웃된 음료를 손에 들고 영상이 끝날 때 먹는 사례는 어떨까? 찻잔에 차를 따르는 건?
아직도 어려울까? 그렇다면 영상 초반에 확실히 시선을 끌 기술을 알려주겠다. 여성의 경우 카메라를 보며 립스틱이나 립밤 바르면 초반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다. 착용한 팔찌나 반지, 목걸이를 고쳐서 착용하는 일도 효과가 좋다. 영상이 시작될 때 귀걸이를 귀에 끼는 척하다가 바닥에 떨어뜨리고 줍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같은 원리다.
덧붙여 요리 영상이 숏폼에서 인기 많은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가 하지도 않을 요리 영상을 숏폼에서 보는 건 주전자가 망치에 얻어맞아 깨지기를 기다리듯 요리가 완성되는 순간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알면 숏폼 구성 짜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그러나 존경하는 독자님. 냉정한 현실 하나를 알려드리겠다. 이 모든 훅과 원리를 안다해도 우리가 하루아침에 구독자 만 명을 찍을 수는 없다. 필자도 그렇다. 나는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똑같은 숏폼 12개를 올렸고 그중 채널 일관성을 해치는 영상 2개를 비공개로 돌렸다. 틱톡은 실험용 영상 하나를 포함해 13개를 올렸고 1개의 영상을 비공개로 돌렸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듯 SNS 키울 때 첫 팔로워 100명 모으는 게 제일 힘들다. 심지어 나는 무명작가로서 아주 뻔뻔하게 내 책 판매 링크를 계정에 달아버렸다. 모든 영상에 내 책 홍보를 넣었다. 덕분에 계정 키우기 초반인 지금 영상 제작 방향 잡기가 재밌어졌다. 힘들다는 뜻이다. 그래도 팔로워 100명이 코앞이다. 어디까지나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만.
<인스타그램>
<틱톡>
<소셜 미디어 계정의 알고리즘 보호를 위해 계정명을 블러 처리합니다. 나중에 1만 팔로워를 달성하면 공개하겠습니다>
또한, 내 유튜브 구독자는 다음과 같다.
업로드된 동영상 16개 중 6개는 숏폼에 올린 영상을 롱폼에 올린 거다. 내 기준으로는 중복 영상이라 카운트 안 하기로 했다. 그리고 동정하지 마라. 내가 지금까지 이런 입만 산 무명작가의 글을 읽었다니 시간이 아깝다 생각하지도 마라. 13번째 영상으로 다음 같은 성적을 얻었으니까.
유튜브 키워 보신 분들은 위 성적이 뛰어나다는 것을 모두 인정하실 거다. 심지어 이 영상은 업로드한 지 3일도 안 된 영상이다.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나? 아니다. 그리고 난 이 상황을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없다. 온전한 내 실력으로 만든 성적이 아닌 까닭이다. 나는 독이 든 성배를 얻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틱톡과 달리 채널 분석이 더딘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게 최후의 수단을 쓰게 만들었다. 아무리 유튜브 측에서 마련한 기능을 합법적으로 이용한 거라 해도 솔직히 영상 20개 만들기 전까지는 이 스킬을 쓰고 싶지 않았다.
다행인 건 내가 브런치에서 이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는 거다. 적어도 내가 망하면 이따위 짓은 하지 말라고 써서 사방팔방에 알릴 수 있는 것. 그게 나의 가장 큰 위안이다.
이 독이 든 성배의 정체, 행방, 결말, 교훈. 앞으로도 계속 브런치 북 『먹고살려고 인플루언서 하려고요』를 보시면 알 수 있다.
필자는 당신의 러닝메이트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