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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려고 인플루언서 하려고요

필자의 자기소개는 덤, 중요한 건 메시지

by 은나목

우리 집 근처에 보쌈을 참 잘하는 개인 가게가 있었다. 코로나 때 망했다. 그 집 무말랭이가 내 인생에서 먹은 무말랭이 중 가장 맛있었는데, 그 집이 고기도 참 잘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나는 살아남은 프랜차이즈 보쌈집에서 보쌈을 사 먹는다. 맛없다. 특히 무말랭이가.


이러니 요식업 사장님들이 개인 가게 내는 대신 프랜차이즈 계약하는 거구나 싶다. 광고와 유명세에서 먼 개인 사업장 대신 프랜차이즈는 본사에서 일단 광고를 해주니까. 여기 보쌈 판다고 사방팔방에 알려주기는 하는 거다.


지금은 2025년. 내수 경제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 폼생폼사의 선두주자 인스타그램을 봐라. 의사랑 변호사도 유행하는 음원을 배경으로 춤추는 세상이다.


내 필명은 은나목. 최근에 [날 싫어하는 남의 편]을 출간한 무명 웹소설 작가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웹소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서술하진 않겠다. 지금 중요한 건 자기소개가 아니라 먹고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거니까.


“이상하다. 아무리 하위 프로모션으로 출간했더라도 이 매출밖에 못 냈다고?”


자영업자 곡소리 높아질 때 웹소설 시장도 허물어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 사실, 매달 들어오는 인세 보고 위기감이야 진작 느꼈지만 난 그게 내가 책 출간을 ‘게을리해서’라고 여겼다.


현재 웹소설 시장이 얼마나 안 좋냐면, 내 첫 책을 내주었던 교보문고가 웹소설 출판을 접었다. 내 첫 웹툰을 내주었던 NHN도 웹소설 시장에서 철수했다. 심지어 NHN은 운영 중이던 웹툰 사이트. 코미코도 일본 빼고 다 접는다. 두 회사 모두 인지도 높은 기업인데도 그렇다.


밤에 자려고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앞이 캄캄한데, 그게 내 미래다. 망할.


하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 미래가 두렵고 답답한 게 어디 나 하나일까. 인건비와 재료비, 가게 월세에 시름하는 자영업자 사장님은 어쩔 것이며, 구조 조정당한 회사원은 어떨 것인가. 줄어든 일자리에 구직 기회조차 박탈당한 사회 초년생은? 60세가 넘어도 은퇴는커녕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노년층은 어쩌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나는 개인으로서 시도할 수 있는 해결책이 단 하나라고 결론지었다.


“인플루언서가 되어야겠어.”


웹소설 플랫폼에 사람이 없으면 내가 끌고 오면 되는 거다. 내 가게에 손님이 안 오면 광고를 뿌리는 게 당연하니까. 일단,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대중에게 알려야 기회라도 잡을 수 있다. 게다가 요즘은 영상 조회수에 따라 돈도 받을 수 있다.


SNS 키우기. 안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놈의 인플루언서. 개나 소나 시켜주는 건 아니더라.


“사실, 저는 이미 숏폼 계정 4개를 말아먹은 전적이 있습니다.”


무엇을 숨기랴. 2년 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인플루언서가 되려했던 내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나는 취미 유튜브를 2개쯤 말아먹었고, 인스타툰 계정도 초반에 때려치웠다. 틱톡 계정도 조회수 0의 태클에 지쳐 접은 과거가 있다. 하지만 내가 숏폼 만드는 실력이 없는 건 아니다.


브런치용 업로드1.jpg

<생성한 지 얼마 안 된 유튜브 채널의 알고리즘 보호를 위해 영상과 제목을 블러 처리합니다>


장담하는데 한 번이라도 숏폼을 제작해 본 사람은 100%가 넘는 평균 조회율에 집중할 것이며, 숏폼을 업로드해 본 경험이 없는 독자는 조회수에 집중할 거다. 그리고 후자야말로 필자의 브런치를 구독해야 할 사람들이다. 또한, 다시 시작한 내 인스타그램 릴스 성적은 다음과 같다.


인스타 스크린샷1.jpg



인스타 스크린샷2.jpg


“보시다시피 저는 영상 만들 때 기본은 하는 인간입니다.”


그리고 이런 실력을 지녔음에도 나는 과거 유튜브 채널 키우기에 실패했다. 하지만 내 퍼포먼스는 2년 전 실패했기에 다져진 실력이다. 그러므로 필자에게 성공 포르노를 기대하셨던 분들은 지금 이 공간을 나가도 좋다.


“저는 브런치에 SNS를 홍보하고 싶은 게 아니라, 업종코드 940100(작가)답게 활자로 경험담을 풀어내고자 하니까요.”


나는 강사가 아니라 웹소설 작가다. 또한 SNS 키우기에 성공하면 성공한 대로,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먹고살려고 인플루언서 하려고요』를 연재할 거다. 내가 한 삽질. 남까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이 길을 완주하고 말겠다는 포부로. 참고로 나는 영상을 창작하지, 기사나 커뮤니티 글을 재가공하지 않는다. 몇백만 뷰를 달성한 외국 영상 퍼와서 해설하지도 않는다(후자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해당 채널이 영상을 창작하는 채널보다 유튜브 키우기 더 쉽다).


난 언제나 내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고, 그러고 있다. 따라서 내가 앞으로 기술할 내용이 당신 밥벌이에 도움 된다면 기쁠 거다. 그걸 위해서 브런치를 연재할 때 독자님들이 지금 당장 숏폼으로 만들어도 되는 숏폼밈까지 공유할 거고.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SNS를 뒤지면서 모은 포맷. 혼자만 알기엔 아깝지 않나.


그렇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눈치챘으리라. 내가 브런치에서 구하는 건 팬이 아니라 러닝메이트다.


지금은 2025년. 이제는 본업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자기 개성을 드러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이다음 이야기는 ‘이걸 모르면 유튜브 조회수 0 나옵니다’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 등을 비롯한 영상 제작 준비물보다도 이게 먼저고, 먼저여야 한다.


물론, 이 글을 읽은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아무리 영상을 못 만들어도 조회수 1은 나오는 거 아니냐고. 몇 시간을 쏟아부은 영상이 조회수 0이 나온다니.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그러나 초보 크리에이터에게는 조회수 0의 악몽은 실제로 찾아올 수 있다. 나도 그랬다.

그러니까,


"여러분. 제 브런치 채널 구독하는 거 잊지 마세요. 언젠가 여러분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틱톡을 키울 때 반드시 도움 될 겁니다."


나는 감히 예상한다. 먹고살기 위해 우리가 모두 최소 마이크로 인플루언서(1만 이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하는 때가 오고 있다는 걸. ai로 인한 실업과 경제 위기가 바로 그 이유다.


"그러므로 존경하는 독자님. 시대의 변화에서 답을 찾기 위해 제 경험담을 마음껏 소비하시길."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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