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4번 말아먹은 인간이 선택한 숏폼 주제 (1)
언제부터 월 천이 옆집 개 이름이 됐냐. 하필 부업하기 좋다는 웹소설을 쓰면서 숏폼 만들기에 열을 올린 탓일까. 인스타부터 유튜브까지 피드에 자꾸 ‘딸깍 한 번으로 천만 원 버세요. 이거 안 하면 네가 멍청한 거.’라는 식의 인터넷 강의 광고가 뜬다. 사람 짜증 나게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웹소설과 숏폼. 둘 다 발 담은 인간으로서 나는 작가와 크리에이터. 두 직업 모두 절대 부업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어디까지나 숏폼을 다루는 글 모음이니 웹소설 작가를 직업으로 추천하지 않는 이유보다는 크리에이터로서 제 구실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나 이야기하겠다.
<ai로 생성한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로고. 사용한 ai: sora>
나는 동시대를 사는 이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내가 판매할 상품, 웹소설을 홍보할 수단으로 SNS를 선택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보다 유튜브부터 키우기로 했다. 당시 인스타그램은 릴스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기라서 릴스 피드에서는 셀럽들의 화려한 삶. 이를테면 명품과 오마카세, 핫플을 전시해 놓은 영상이 조회수가 높았다. 덕분에 인스타그램은 처음부터 내가 낄 자리가 아니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셀럽들 사이에 초라한 내 모습을 전시하고 싶지 않았다. 월 천을 부르짖는 세태에서 나의 평범함은 마치 죄악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유튜브로 도망쳤고, 대차게 말아먹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나의 실패기를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글을 읽으셔라.
내가 콘텐츠 창작을 연거푸 말아먹으며 깨달은 사실이 몇 가지 있다. SNS 키울 생각인 모두가 알아야 하는 진실이다. 그중 가장 큰 깨달음은 이거다.
단순히 영상 콘텐츠 생성이 어렵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크리에이터가 되기에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심지어 내가 비교적 시간 운용에 자유로운 프리랜서, 웹소설 작가여도 그렇다.
영상 하나를 만들려면 1. 기획을 해야 하고 2. 촬영을 해야 하며 3. 그 긴 영상을 재밌게 편집해야 한다. 4. 기깔 나는 썸네일도 제작해야 한다. 특히 썸네일을 제대로 못 뽑으면 3까지의 모든 노력이 말짱 도루묵이 된다.
물론, 내가 이렇게 말하면 또 누군가는 딴지를 걸 거다. 단순히 네가 요령이 부족해서 불평하는 거라고. 영상 콘텐츠 제작이란 0에서부터 1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유튜브에서 내 채널 니즈에 맞는 영상을 참고해서 만드는 거라면서 말이다.
그래. 나는 이미 그네들이 하려는 말을 알고 있다. 영상을 기획할 때 우선 유튜브 검색창에 영상 주제를 검색하고 제일 성적이 좋은 영상을 봐야 한다는 걸. 재생 바 위에 뜨는 해당 영상 시청 그래프를 보며 그래프가 높은 곳은 넣고, 낮은 곳은 빼라고 충고할 것을 나는 정확히 알고 있다. 물론, 썸네일도 조회수 가장 잘 나온 영상 베끼면 쉽다고 하겠지. 안다. 알고 있다고.
내가 들은 충고가 도덕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서 영상 제작은 여전히 어렵다. 노력의 결과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튜브 계정을 운영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와닿지 않는 사실이 있다. 내가 30시간을 들여 영상 하나를 만들어도 조회수가 100도 안 나올 수 있다는 현실이다. 사실, 조회수 100도 많이 쳐준 거다. 구독자 10명 미만인 시절에는 조회수 10도 안 나올 수 있다. 경험담이다.
유튜브에서 우리가 보는 영상은 알고리즘이라는 망에 정제되고 걸러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나의 영상이 시청자 한 명, 한 명에게 닿는 건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다. 그저 그런 영상은 진작 도태되어 알고리즘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게 바로 1인 미디어다. 더군다나 시청자층에 딱 맞는 썸네일 만들기는 어찌나 어려운지. 썸네일 클릭률 1%에 좌절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속된 말로 억울해 뒤지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영상의 주요 소재도 썸네일에 확실히 박았고, 제목도 짧게 지었으며 대비 색으로 강렬함을 높이기 위해 형광 노랑을 사용했는데도 내 첫 영상 썸네일은 클릭률이 1% 미만이었다.
그럼 무조건 유저에게 보여주기는 한다는 숏폼은 롱폼과 달랐을까? 숏폼은 짧으니까? 아니. 아니다. 숏폼 만드는 게 쉬울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
숏폼에서 유의미한 조회수를 뽑으려면 초당 컷 편집을 해야 한다. 현재 숏폼을 제작하는 내 경험을 토대로 충고하겠다. 반드시 기억해라. 2초 이상 같은 영상을 붙여쓰면 안 된다. 참고로 나는 1초마다 영상을 끊어서 잇는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숏폼이 롱폼 못지않게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뜻이다. 나는 요즘 하루라도 산책을 하지 않으면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프다. 하지만 그렇게 편집해야 사람들이 영상을 봐준다. 인스타그램의 릴스와 유튜브의 쇼츠가 한국에 상륙한 게 2021년이다. 숏폼 시청자의 인내심은 짧아졌으면 더 짧아졌지 결코, 너그럽지 않다.
그렇다면 이 어렵다는 콘텐츠 제작에 성공해 크리에이터가 되면 얼마나 벌까? 2024년 한국전파진흥협회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디지털 크리에이터의 연봉은 1346만 4,000원이라고 한다. 내 시간과 능력을 모두 쏟아부어 일하는데 최저 임금 안 나오면 노동청에 신고라도 할 수 있지, 이건 뭐 답도 없다.
하지만 먹고살기 팍팍한 요즘. 나를 비롯한 몇몇은 이 사실을 알면서 크리에이터가 되길 꿈꾼다. 평범한 사람이 나를 알리고, 내 상품을 알리는 데에는 크리에이터만 한 게 없으니까. 크리에이터에게 수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다.
잔인한 현실이다. 앞서 서술한 모든 고난을 헤쳐도 기다리는 게 결국, 인기의 끝이라니. 이런 걸 보면 인기못지 않게 중요한 게 SNS를 키우는 기술,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다행히 이제는 필자 같은 일반인도 영상을 직접 찍는 수고를 덜고 영상 제작, SNS 성장 기술을 숙련할 길이 열렸다. 따라서 다음 글의 제목은 ‘아직도 김햄찌를 모르세요?’다. 혹시나 해서 미리 언급하는데, 내가 김햄찌라는 게 아니라 ai 크리에이터를 소개하는 글이다. SNS 4번 말아먹은 나는 결국, ai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이미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