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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Feb 01. 2021

바람이 된, 어느 왕의 독백

Viva la Vida, 인생이여 영원하라!


나는 한 때,
세상을 다 가졌었지
그 모두는 내 앞에 무릎을 꿇었고
나는 그들을 내려다보았어

허나 내가 만든 거센 바람은

성난 혁명가들에 의해 내 머리를

은쟁반 위에 바쳐지게 했지

성베드로가 내 이름을

부르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어

내가 지나야 할 곳은

나만의 골짜기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지


어린아이가 내게 말하네
영광이란 바람이었을 뿐이에요
그 어떤 것이
바람이 아닐 수가 있지요?

나는 말하네
당신 손에 움켜 쥔
그 모래알을 아직도 모르오?
당신의 성은
소금과 모래로 된 기둥 위에
지어졌었다는 걸 여태 모르오? 

Now, the old King is dead !


이제, 옛 왕은 죽었다오

그리고 그 자리엔
새 왕이 들어와 앉았지

납을 금으로 바꾸는 이
재를 건져 불을 살려내는 이
예루살렘의 종소리와
로마기병대의 합창소리를 듣는 이
자신만의 검과 방패로
진실을 길어내는 이


내가 세상을 지배할 때
나는 모든 것을 가졌었네
그리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네

그리고 지금 나는
내가 쓸고 다니던 길 위에서 
혼자 잠들며 
비로소 평안하네
이제야 모든 별의 소리와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네

그렇게 옛 왕은 죽고
새 왕이 탄생했네

누더기를 걸친
가장 추레한 모습으로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물속으로 잠기는 태양, 물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  - Munch


위의 시는, 콜드플레이 <Viva la Vida> 라는 노래에서 영감을 받아 썼습니다. 들을 때마다 심장이 쿵쾅대던 노래였어요. 어느 날 가사를 보았고 이 노래가 더 좋아졌었지요. 

누구는 몰락한 프랑스왕 샤를 10세의 이야기라고, 또 누구는 나폴레옹의 쓸쓸한 노년을 담았다고 말하지만, 모두 다 해석일 뿐이듯 저 역시 저만의 해석으로 이 노래의 찬란한 숨과 환희를 만져봅니다.


모든 허망한 것들에 집착했던 시간들과, 그로 인해 보내야 했던 어리석었던 순간들.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의 가을에서 돌아보는 시간들을 노래한 것처럼 들렸거든요. 그것들로부터 이제는 자유로워진, 자유롭고자 하는, 모든 바람 같은 이들에게 보내는 한 편의 시처럼요.

2021년. 내 마음이라는 작은 등불을 켜고 걷는 모두의 발걸음 앞에 이 노래를 바칩니다.

새로이 솟아날 저마다의 태양을 기다리며.




Coldplay, < Viva la Vida > 

음원출처: https://tuney.kr/yP2P5m

팁- 최대한 크게 들으세요!



* 메인그림 : Edvard Munch, <Histor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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