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나는 전보다 나빠진 상황에 닥치면 전과 지금을 일일이 비교하며 더 깊게 마음을 상하곤 했었다. 그럴 때면 처음부터 내내 안 좋았을 때보다 더 깊게 낙담했다. 아마도 좋았던 상황을 떠나보낸 상실감에다가 과거와 현재의 대조 상황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더해져 더 타격이 컸던 것 같다. 애초에 상호관계를 이루지 못한 짝사랑보다 사랑을 주고받다가 배신을 당한 경우에 상처가 큰 것도 그래서인가 보다.
사진 찍는 것도 즐기지만 글을 쓰다가 쉴 때, 노트북 사진 파일을 열어 직접 찍은 사진을 한참 바라보는 것도 즐긴다. 그 당시 날씨와 내 마음 상태까지 되살아나며 잠시 그때로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이 주 전 찍은 벚꽃 사진을 노트북으로 보면서 지금 가도 저 풍경 그대로일까? 생각이 들었다. 아마 벚꽃 잎이 다 떨어졌거나 듬성듬성 붙어있거나 그늘에 자리한 몇 그루 정도에만 꽃잎이 남아있거나 할 것 같다. 그렇다고 저 사진 속 벚꽃이 가치가 없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문득 인연이 이어지지 못하고 끝난 경우를 생각할 때도, 찍어놓은 사진을 넘겨보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좋은 인연과의 아름다운 감정이 현재까지 이어져야만 유의미하다고 생각한, 내 생각의 각도를 조금 틀어보았다. 지금은 아니어도 그때는 그랬구나, 하며 과거에 찍은 사진을 보며 흐뭇해하듯이 지금은 인연이 끊겼지만 그때는 우리 서로를 참 아꼈지, 하며 아름답게 종결된 모습을 내 마음에 저장하는 거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를 마흔 중반까지 만나고 멀어졌다면 열일곱부터 마흔다섯까지의 세월을 담아서 과거 완료된 소중한 인연이라고 앨범에 넣어두어야겠다. 굳이 그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는지 아닌지에 초점을 맞추며 변했다. 잃었다. 세월이 허무하다 할 필요 없다. 서로에게 아름다웠던 시점까지로 과거 완료시켜서 밀봉해 두는 거다. 그렇게 과거완료 시점이 된 인연은 더 이상 안타깝지 않다. 그저 그 시기의 앨범 속 추억이다.
이제는 인생을 구간별로 나눠 포장해 보려고 한다. 구간별 이름표를 붙인 앨범 세트처럼 내 인생 구간을 나눠놓아 본다. 앨범 한 권을 일단락한 뒤 새로운 세계로 넘어오고 또 다른 세계로 넘어왔다. 인생의 1장, 2장, 3장이 앨범마다 꽉 채워졌다. 현재완료만이 성공적인 게 아니라 과거완료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찍어놓은 사진을 통해 배운다.
모든 사진은 다 과거완료 시점이다. 현재의 모습과는 달라도, 아니 달라서 더 가치 있고 아름답다. 흘러간 인연도 사랑도 다 과거완료 시점으로 아름답게 간직한다.
사진처럼 추억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