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있을 때는
그 마음에 이름을 붙일 수 없다.
그저 좋았고, 그저 함께 있고 싶었고,
그 감정이 왜 생겼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돌아보면 이상할 만큼 많은 것들이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조금은 불안했던 침묵도,
자주 미뤄졌던 약속도,
마음에 걸렸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들도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조용히 눌러 두었다.
사랑이 끝나고 나서야
그 감정들은 제자리를 찾는다.
그때의 서운함은 서운함이었고,
괜찮다고 말했던 순간들은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는 고백이었음을
뒤늦게야 알게 된다.
헤어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정확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왜 상처였는지,
왜 외로웠는지,
왜 그렇게 애썼는지에 대한 설명은
항상 이별 뒤에 완성된다.
그래서 사랑은 늘 늦다.
느낄 때는 말이 되지 않고,
끝난 뒤에야 문장이 된다.
우리는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늘 한 박자 늦게 깨닫는 연습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설명되지 않는 순간 속으로
또다시 기꺼이 들어가면서.
이번에는 조금 덜 아프게,
조금 더 솔직해지길 바라면서.
사랑은 늘 지나간 뒤에야 설명이 된다.
하지만 설명되지 않을 때의 그 어수선함이
우리가 다시 사랑을 믿게 만드는 이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