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면 보통 에너지가 든다고들 말한다.
설레고, 신경 쓰고, 맞추고, 설명하고.
그래서 어떤 만남은 다녀오고 나면 더 피곤해진다.
함께 있었는데도 혼자 있었던 것보다 지친 기분이 남는다.
그런데 너와의 만남은 조금 다르다.
굳이 밝지 않아도 되고,
기분을 설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고,
괜찮지 않은 날은 괜찮지 않아도 된다.
너를 만난 날은 이상하게도 집에 돌아와서 숨이 편하다.
하루를 또 하나 버텼다는 느낌이 아니라,
하루를 잘 내려놓았다는 느낌이 든다.
사랑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는 걸
그제야 알게 된다.
네 앞에서는 감정을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서운함을 키워서 보여주지 않아도 되고,
불안을 말로 포장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있는 그대로 앉아 있어도
이미 충분하다는 얼굴을 해주니까.
그래서 네가 좋다.
날 웃게 해서가 아니라,
웃지 않아도 괜찮게 해줘서.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랑,
오히려 나를 회복시키는 만남이라서.
아마 나는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사랑이 가장 사랑다웠던 순간은
가슴이 뛰던 때가 아니라,
아무것도 애쓰지 않아도 되었던
그 조용한 저녁들이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