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사람은 조금 솔직해진다.
추위를 핑계로 약해지고, 피곤함을 숨기지 못하고,
괜찮은 척 버티던 표정도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그래서 겨울은 관계를 꾸미기보다 드러내는 계절 같다.
이 계절에 함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무언가를 계속 증명하려는 사람보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 필요해진다.
추운 날에 만나는 약속은,
그 자체로 마음의 방향을 보여주니까.
겨울이라서 가능한 사람은
따뜻한 말을 많이 건네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말이 줄어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
각자의 하루가 조금 무너진 채로 만나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다.
침묵이 길어져도 관계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큰 신뢰다.
이 계절의 만남은 이상하게도 지치지 않는다.
함께 있으면 에너지를 써야 할 것 같던 관계들과 달리,
오히려 숨을 고를 수 있게 만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괜히 마음이 덜 헐거워져 있는 느낌.
그 정도면 충분하다.
사람은 모두 각자의 겨울을 가지고 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조용한 겨울도 있고,
겉으로 드러나는 혹독한 계절도 있다.
겨울이라서 가능한 사람은
그 겨울을 해결해주려 하지 않는다.
다만, 함께 서 있다.
그래서 겨울이 지나도
그 사람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추울 때도 떠나지 않았다는 기억은,
계절이 바뀌어도 관계를 단단하게 만든다.
겨울이라서 가능한 사랑이 있는 게 아니라,
겨울이어서야 비로소 가능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과의 시간은,
추운 계절을 견뎌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래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