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보내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누군지 아는 사람에게
이런 마음은
주소가 없어도 도착하니까요.
한때 당신은 제 하루의 중간쯤에 있었고
그곳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흔들었습니다.
우연히 마주친 인사는 늘 짧았고
그 짧음 뒤에
말하지 않은 문장들이
밤처럼 길게 남았습니다.
좋아한다는 말은
끝내 배우지 못한 외국어였고
대신
시선과 침묵으로 당신을 불렀습니다.
지나간 마음은
대개 조용히 식는다고들 하지만
저의 것은 말해지지 못한 채
온도을 유지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압니다.
당신을 갖지 못한 시간이
저를 텅 비우지 않았다는 것을.
오히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가르쳐주었습니다.
당신에게 닿지 못한 이 문장들은
지금 제 안에서만 접히지만
괜찮습니다.
이 편지는 끝이 아니라
한때 사랑했던 마음을
조심히 내려놓는 방식이니까요.
부치지 않겠습니다.
다만,
잘 접어 기억 속에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