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쓸 땐 분명 다 쓴 것으로 보이는 원고도 고치면 고칠수록 확실히 뭔가 더 나아진다는 게 신기하다. 분명 1차 원고도 퇴고를 몇 번 한 건데 말이다.
글도 글인데, 심지어 그림도 그렇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당연히 내 그림을 날 것 그대로 쓰지 않고 일러스트레이터가 손봐주신다. 그런데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그림도 피드백을 받고 고치면 고칠수록 더 나아진다. 전문가라도 한 번에 척척 작품을 완성하는 건 아니라는 걸 배운다.
다만 효율성의 문제인 듯하다. 확실히 좋긴 좋은데, 들인 노력에 비해 체감되는 향상은 수정하면 할수록 감소한다. 이젠 완벽을 추구하다 시기를 놓치는 거 아닌지 걱정이 된다. '완벽'이라는 건 없지 않나. 그저 완벽함에 다가가려는 노력만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로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고 공모전 마감까진 브런치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심사 위원이 내 브런치에 들어와 보지 않을까?'라는 상상만 하다가'심사 위원은 내 브런치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고 또한 심사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라는 걸 알게 되자 먼저 든 생각은 '내 가게를 좀 청소해야겠다'였다.
물론 그동안 탈락해도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연구했지 출판사나 심사 위원을 원망하는 말은 쓴 적 없다(심사 위원님 보고 계시죠?). 그러나 서운함은 여기저기 얼룩처럼 묻어있을 것이다.
처음엔 서운함을 얘기하는 글을 전부 찾아서 빡빡 지우려고 했으나, 몇 번 더 읽어 보곤 남겨놓기로 했다. 내 브런치인데 그 정도 서운함은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땐 내가 그랬구나 하고 남겨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만큼 다시 보고 이불킥 감의 글은 없는지 살펴본다. 특히 공모전 관련 글에서 너무 개별 당선 작품을 파고들진 않았는지 보고 고칠 것이다. 개별 작품을 하나하나 평가한 글은 쓴 적 없지만, 혹시나 본문에서 너무 지엽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는지 살펴보았다. 전반적인 흐름을 얘기하는 건 분석이지만, 각 작품에 관한 얘기는 실례가 될 것이므로. 공모전에 도전하는 수많은 작품 중 쉽게 써진 건 하나도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 공모전의 후기들을 다시 보니 역시 시대 흐름이라고 해야 할까 심사 위원이 좋아하는 어떤 당선 방향이 있다는 느낌은 받는다. 특히 몇몇 이슈는 요즘 상한가를 달리는 데다 워낙 자기 색채도 강하므로 더욱 눈에 띄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게 바로 유행이라는 건데,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정말 그렇다고 해서 자연 현상과도 같은 대세가 어떤 서운함의 대상이 될 수나 있는지조차 이젠 솔직히 헷갈린다.
당선된 작품들이 유행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작품도 한두 개가 아니고 어차피 뽑는 건 심사 위원이다.
#3
응모 전에 작품을 어느 정도까지 쓸지도 고민이다. 지금도 브런치북을 만들 정도의 분량이다. 다 완성되지 않아도 선정엔 문제없고, 오히려 너무 완성되어 있어도 '더 쓸 게 없어 보인다'라고 선정되지 않는 기묘한 공모전이니 다음과 같은 고민이 있다.
- 지금 브런치북을 계속 써서 내용을 늘려서 응모.
- 지금 브런치북은 일단 마무리하고 응모. 그리고 다른 주제로 10화를 쓰고 브런치북으로 만들어서 응모. 혹은 기존 다른 브런치북을 보강해서 응모.
하나의 브런치북을 공들여서 쓰는 게 좋을지, 일단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펼치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다. 브런치북 공모전은 약간 후자 쪽인 것도 같고.
아무튼, 공모전 마감은 10월 23일 (일) 24시까지. 생각보단 시간이 없다.
#4
추가로 민음사 동영상을 보니 심사는 23일 마감 후 진행하는 게 아니고, 지금 응모된 작품도 이미 출판사에서 읽어 보고 있는 모양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데 미처 생각을 못 했다.
어쩌면 일찍 응모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심사 위원도 사람이고 첫인상이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