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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May 23. 2019

실천할 수 없는 계획일수록 그럴싸하다

기획이 탄탄한 콘텐츠

이런 제목의 글을 쓰면 나는 또다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이미지로 각인될 것 같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그렇게 될 것 같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나는 착한 사람도 아니고(https://brunch.co.kr/@namsieon/183)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내가 하는 일의 시작은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이다. 이때에는 관계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게 된다. 클라이언트와의 업무적인 회의뿐만 아니라 사업계획서를 놓고 하는 회의, 콘텐츠 자문회의 등 이름은 달라도 미팅 때마다 회의를 한다. 


나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지만, 유능하게 봐주는 분들 덕분에 사업계획 심사관이나 콘텐츠 관련 업무 면접관으로도 종종 참여한다. 이때 콘텐츠 제작 꼭지에서 내가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사항은 계획이 거창 하냐의 여부다.


거창한 계획일수록 실천하지 못한다. 개인 관점에서도 그렇고 콘텐츠적 시각에서도 그렇다. 실천할 수 없는 계획일수록 그럴싸한 경우가 많다. 


모든 거창한 계획이 완료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가끔은 거창한 계획이 거창하게 완료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그럴싸한 계획일수록 현실성이 떨어진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계획을 듣는 중이다. 이렇게 저렇게 다 하겠단다. 블로그도 하고 페이스북도 하고 인스타그램도 오픈하고 유튜브도 촬영해서 여행 유튜버가 되겠단다. 글을 써서 여행 작가로 활동하면서 유튜브에 여행 영상을 올리겠다는 그럴싸한 플랜도 갖췄다. 1년 뒤에는 인플루언서가 되어서 팔로워 100만을 찍고 전국 팔도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물이 되겠단다. 


"그 모든 걸 다 할 수 있어요?"

"당연하죠!"

3개월 안에 스스로 포기한다는 쪽에 한 표다.


행동이 결여된 계획은 당연히 계획으로만 머문다. 콘텐츠 분야는 거창한 계획이 너무나도 많아서 다 나열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그래서 나는 그럴싸한 계획일수록 의심하고 보는 성격이 되어버렸다. 


계획을 세울 때에는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검토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라'는 망령이 초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유혹한다. 콘텐츠 주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뛰어들게 되면, 한 달 안에 소재가 고갈된다. 그러면 당연히 자신의 채널에는 거미줄이 쳐질 것이고, 그러면 (또) 당연히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치밀한 계획은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기 마련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계획일수록 심플해지는 법이다. 현실적으로 남들이 좋다는 이것저것을 모두 다 하기가 어렵다.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은 슬림하지만 날카롭게 구성된다. 뚱뚱하고 무겁고 범위가 넓은 계획일수록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콘텐츠 제작에서 계획 또는 기획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기획 작업은 겉으로 드러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중요성을 알아채기가 어렵다. 기획이 잘 된 콘텐츠는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한다. 기획에 실패한 콘텐츠는 행운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거의 대부분 인기를 끌지 못한다.


지금 이 글의 주제인 '계획' 또는 '기획'에 대한 내용은 즉흥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못해도 한 달 전부터 생각해오던 것들이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 계획이 치밀하고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다면, 어떤 일이 터져도 자신의 방향을 밀고 나갈 수 있다. 기획력을 갖춘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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