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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실남실 Mar 18. 2024

화살표와 흑백

화살표는 삼각형의 뾰족한 모서리와 기다란 직사각형으로 표상되어 단풍나무 한 귀퉁이를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뜨거운 기척에 뒤를 돌아보면 걸어오는 얼굴들마다 각자의 화살표를 달고 있다


한 무리 운동화 소리가 빠져나가면 이내 화살표에 관통당해 질러댈 괴성을 상상하며 미소를 짓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왠지 불만스럽게 느껴질 때 입구 바닥에는 무수히 많은 화살표들이 꺾인 채로 발견된다


때때로 화살표를 무시하며 빠르게 사라지는 하이힐 소리에 너는 고개를 돌린다


흑백의 리듬을 따라 귀를 식혀주는 시원하고 서늘한 복도의 끝, 이내 무수히 많은 문들 앞에서 잠시 망연자실해진 너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손바닥에 볼펜으로 화살표를 그리고 문고리를 잡는다


빛과 그림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벽지처럼 발라진 방 안, 딸깍 형광등이 켜지고 그녀가 블라인드를 완전히 여미는 순간 화살표의 추적은 말끔히 끝이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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