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든 홉슨의 <에코타 가족>
혜음이음이라는 출판사에서는 미국 원주민 문학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듯하다
비슷한 시기에 읽은 루이스 어드리크의 <정육점 주인들의 노래클럽>의 높은 완성도와 입담에 감동받아 그 여운 때문에 집어든 책이다. 작가 브랜든 홉슨 역시 체로키족의 핏줄이 흐르고 있다
백인들에 의해 자신들의 영토를 빼앗긴 원주민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 선조들이 겪었던 감정들과 유사하다 생각되지만 현실적으론 더 가혹하다. 우리가 독립을 이뤄내 단일 민족-국가란 환상을 견고히 하고 있지만, 그들은 어머니의 땅을 빼앗긴 채 강제이주를 당했고 볼품없는 한편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처지와 현실을 대리 체험해 보는 역할을 소설이 하고 있다.
브렌든 홉슨의 <에코타 가족>은 과거 선조들의 운명과 지금 현재, 상실의 그림자가 짙은 한 가족의 구성원들을 번갈아 보여주며 상당히 영상적인 구성을 택했다
문체가 캐릭터별로 다르게 구사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후반부에 가서는 이 문체적 특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힘이 너무 들어갔고, 얼핏 비슷비슷해지면서 독서의 활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캐릭터들은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이를테면 프랑스 고전작가 콜레트를 좋아하는 내향적인 딸 소냐와 재즈 음악을 좋아하는 10대 와이엇 등 흥미로운 설정이 구사되고, “어스름의 땅”에서의 에드가의 모험담은 지극히 현대적인 각색을 의도한 그런 디테일일 것이다
작가는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때는 나름 기교 있게 전하고는 있는데 '찰라'의 장에서는 언어의 경제를 잃고 상당히 도덕선생 같은 훈화조로 변모한다
그래서 소설의 결말은 예측가능한 형태로 느껴지는데 결말부를 보여주는 마지막 장들은 굳이 불편하게 설명적이라는 느낌을 받아서
중후반 이어지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정서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감대를 너무 성급하게 마무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도한 플롯과 정서적인 완성도가 다소 거리감이 느껴져서 캐릭터의 생생한 모습이 조금은 훼손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완결된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다소 물음표가 뜨지만 "새롭게, 하지만 진부하지 않게 쓰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하물며 작가적 신념과 삶이 소설의 주제와 결부되어 있다면 객관적인 완성도에 이르기는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소설과 접하며 지금 미국 원주민들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도모할 수 있다면 그런 게 독서의 역할이며 문학의 한 쓰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