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조직일수록 데이터 분석은 의사결정의 도구로 활용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패션 주얼리 미디어커머스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남타비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로 입사했지만, 지금은 그로스 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ㅎㅎ 그로스를 실현하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광고뿐만 아니라 콘텐츠, CRM, 데이터, 프로모션 등 다양한 분야를 컨트롤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의 프로덕트는 패션 주얼리입니다. 때문에, 프로덕트는 상품 MD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업 카테고리가 패션 쪽이다 보니, 상품 흥행의 일정 부분은 예술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부적으로, 잘 팔리는 상품은 70%가 예술적, 감성적, 직관적인 영역이며, 30%가 데이터, 논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적인 영역이 더 높다고 해서 상품 MD의 직관으로만 상품을 출시할 수는 없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상품 출시에 기복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특정 MD의 직관으로만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할 경우, 그 사람의 능력 범위와 컨디션에 따라 상품의 흥행 가능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직관에만 의존하여 상품을 출시하는 구조에서는 잘 팔리는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상품 MD팀과 저희 마케팅팀은 흥행의 30% 영역인 데이터를 활용하여 잘 팔리는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기획한다는 이야기가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전혀 거창하지 않으며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할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카페 24 호스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 사이트가 아니지만 충분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 기획을 시도하고 있고, 실제로 터지는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하면 쇼핑몰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터지는 상품을 기획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저희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한 방법이 있습니다. 저희도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단계라 확실하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저희가 효과를 봤던 방법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카페24 홈페이지에 저희 브랜드의 앱 사용 스토리 내용을 디벨롭하여 작성하는 것입니다. 카페24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이 간단한 버전이라면 이 글은 좀 더 상세한 버전입니다.
카페24 앱스토어에 소개된 스토리 원문
https://store.cafe24.com/story/56
쇼핑몰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터지는 상품 기획하는 방법
이번 글은 반말체로 작성했습니다ㅎ
소비자들 사이의 특정한 현상의 일부는 유행으로 번진다. 이렇게 번진 대부분의 유행은 1개월 이내의 짧은 기간만 유지되지만, 일부는 트렌드가 되어 3개월 이상 지속된다. 이런 트렌드는 소비자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준다.
트렌드는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시장이 이동하는 큰 변화부터 편리한 배달앱으로 직장인들이 점심을 시켜서 먹는 변화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다. 지금의 '민감'함은 과거와 큰 차이가 난다. 이제 대부분의 유행은 더욱 짧은 시간 지속되고, 다양한 세대를 관통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같은 세대 안에서도 유행이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 세대 이상을 관통하는 트렌드는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이제 10대와 20대를 함께 움직이는 트렌드, 30대와 40대를 함께 움직이는 트렌드를 만들기란 정말 쉽지 않다. 메가 트렌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유행이 마이크로 트렌드로까지 번지는 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유행의 시간이 짧고, 트렌드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면 더욱 트렌드에 올라타야 한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트렌드가 있다면 무조건 올라타는 것이 좋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노력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트렌드에 편승하여 이득을 취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자본이 되는 경우에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면 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우리는 편승만 잘해도 된다. 사실 편승하는 것도 쉽지 않다.
상품과 서비스도 유행과 트렌드가 존재한다. 이 유행이 일시적으로 소멸될 것인지, 트렌드로 번질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면 상품 기획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와 브랜드의 타깃층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는 같은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가진 소비자들도 각기 다른 유행과 트렌드로 나뉘기 때문이다.
*인구통계학적 특성: 연령, 수입, 성별, 직업, 교육, 가족 규모와 같은 사회경제적인 요인과 관련된 인구의 통계학
대부분 시즌은 명확히 구분되어 있기에 우리 타깃층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시즌과 트렌드에 편승하여 상품을 기획한다면 팔릴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예시) 우리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패션 주얼리 커머스이다. 여름 시즌을 준비하면서, 최근 소비자들이 모티브가 뚜렷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발견했다.
베스트 상품은 매일 또는 매주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베스트 상품 이외의 상품 판매 순위는 매일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상품을 기획할 때는 최근 들어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품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광고와 같은 외부 유입이 많은 상품들은 자체적으로 걸러서 살펴봐야 한다.
상품 기획에는 전 날, 전 주의 데이터를 분석하기보다 실시간 판매량을 파악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일단, 대부분의 쇼핑몰은 매일 판매 데이터를 뽑아서 깊게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무작정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는 노력은 무의미하게 끝날 수 있다. 방향성은 데이터 분석은 분석을 위한 분석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실시간 판매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은 분석 리소스를 줄이고, 데이터 분석의 방향성을 얻을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실시간 판매 데이터와 함께 봐야 할 지표는 주문율이다. 주문율은 상품 조회수 대비 주문 비율로, 노출에 상관없이 상품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실시간으로 각 상품별 판매량과 주문율을 확인하다 보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조회수가 비정상적으로 높고 주문율도 높은 상품을 발견하거나, 조회수는 높은데 주문율이 낮은 상품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조회수가 낮은데 주문율이 높은 상품도 눈에 띌 것이다.
상품 기획자는 실시간 판매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어떤 상품들의 주문율이 높아지는지 파악해야 한다. 주문율이 높은 상품들 중 공통점을 지닌 상품들이 있는지, 특정 상품이 지속적으로 주문율이 높은지 등을 파악하고 정리해야 한다. 이렇게 정리한 내용은 상품 기획에 필요한 데이터 분석의 물꼬를 터주고, 방향성을 제시한다.
[예시로 살펴보자]
지금 여러분은 30대 여성을 대상으로 오피스룩을 판매하는 쇼핑몰에서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실시간 판매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데이터를 확인하다 보니, 요즘 들어 밝은 색상의 블라우스들의 주문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밝은 색상의 블라우스들을 모아 살펴보았더니 V넥 스타일의 블라우스가 높은 주문율을 보였다. 특히, 플라워 패턴이 들어간 블라우스가 눈에 띄게 주문율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플라워 패턴이 들어간 V넥 블라우스 상품들의 지난 3달간 판매 데이터를 뽑아서 분석하고 싶어 졌다.
실시간 판매 데이터로는 맥락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밝은 색 블라우스가 잘 팔리네? 그럼 어떤 스타일이 잘 팔릴까? V넥이 잘 팔리는구나. 그럼 최근 3개월 간 밝은 색의 V넥 블라우스 상품들의 판매 추이를 살펴보자.
실시간 판매 데이터를 확인하는 건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다. 새로운 상품을 기획할 때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면 좋을지 꼭지를 트는 역할만 하면 된다. 정확한 분석은 이후 판매 데이터를 통한 인사이트를 얻을 때 고려하자.
우리 회사는 카페24 호스팅을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카페24에서 제공하고 있는 SERA라는 앱을 사용하여 실시간 판매 데이터를 확인한다. 카페24 데이터와 연동되어 정확도도 높고 직관적으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경영진, 상품 MD, 마케팅팀은 필수적으로 SERA를 설치하여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SERA를 활용할 수 없는 경우라면, 차선책으로 대시보드를 만들어 볼 수 있다. 판매 데이터를 통해 지난 7일 간 판매된 상품들의 조회수, 판매량, 주문율을 구해서 시각화하는 대시보드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엑셀,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대시보드를 만드는 방법들은 인터넷에 많이 나와있으니 참고하여 제작해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대시보드를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어떤 데이터를 파악해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어떤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대시보드를 만들기 전에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될 상품들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실시간 판매 데이터를 확인하면 상품 기획에 도움이 되는 상품들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발견한 상품과 특징은 데이터 분석의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예시) 우리는 여름 상품을 준비하던 5월에 여름 모티브가 확실한 상품들의 주문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여름 모티브의 상품들 중 제품이나 썸네일에 바다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들의 주문율이 특히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여름 시즌 상품들 중 바다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들과 그렇지 않은 상품들의 작년 판매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있다면 분석 자체는 어렵지 않다.
V넥 블라우스 상품들의 지난 3개월 간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고 싶어 졌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먼저 일자별로 판매량을 정리해 보자. 일자별로 판매량을 파악하는 시계열 그래프를 본다면 어느 시점부터 판매량이 올라가는지 파악하기 쉬울 것이다. 추가로, U넥 블라우스와 비교해 볼 수도 있다. 동일한 일자별로 V넥 블라우스 상품들과 U넥 블라우스 상품들을 비교해 보면 같은 점과 다른 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만 분석해도 괜찮다.
분석해 보니 V넥 블라우스는 5월부터 점점 판매량이 높아지더니 8월에 최고 판매량을 찍고 9월부터는 거의 팔리지 않는 추이를 보인다. 이런 분석 결과를 보면 상품 기획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쉽게는, V넥 블라우스는 여름 시즌에 판매량이 몰리기 때문에 새로운 V넥 블라우스 상품은 여름을 겨냥한 더 시원한 소재의 청량한 색상으로 기획해 볼 수 있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정확히 궁금한 것과 답을 알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데이터 분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의 간단한 함수만으로도 판매 데이터는 충분히 분석할 수 있다. 데이터를 분석하기 전에 알고자 하는 질문을 만들자.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데이터를 보면서 찾아보자.
데이터를 보며 세상의 변화를 발견하고, 데이터를 보며 고객의 사고를 이해한다. 하지만, 데이터만으로는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다.
-츠타야 서점의 마스다 무네아키-
1) 시즌과 트렌드를 파악하면서 실시간 판매 데이터를 확인하기
2) 갑자기 판매량과 주문율이 높아지는 상품들을 정리하여 상품 기획에 필요한 질문을 도출하기
3) 데이터를 분석하여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
터지는 상품에 대한 인사이트는 이미 자사몰에 쌓이고 있을 수도 있다.
저희는 이렇게 적용했습니다.
저희는 작년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여 바다 이미지를 제품 모티브나 썸네일에 활용한 여름 시즌 상품들의 판매량이 높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모티브가 뚜렷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하여 바다 모티브의 심플하지만 스토리를 담아낼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여 출시했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상품 컷을 촬영하여 썸네일에 활용했고, 상세페이지 내에도 바다 이미지를 많이 노출시켰습니다.
특별하게 어려운 프로세스가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쇼핑몰은 이런 프로세스 조차 거치지 않고 상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기반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는 것은 어렵기만 한 일이 아닙니다. 제가 위에 공유한 방법처럼 간단한 프로세스를 거치면서도 터질만한 상품을 출시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터지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업이 지속되며,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히어로가 회사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굉장한 히어로가 등장하여 회사의 성장을 견인한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일 것입니다. 저는 사업의 규모가 크든 작든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성장의 핵심이라고 믿습니다.
저희도 아직 시스템을 갖추려고 협업하고 노력하는 시기에 있으며, 성장과 정체의 기로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상품을 기획하는 시스템부터 상품을 출시하고 광고를 돌리며, 후속 관리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렵고 힘든 작업이지만, 회사 입장에서 피할 수 없는 최우선 순위 업무입니다. 저희도 단순하게 한 영역씩 시스템을 잡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대체 불가능한 One of One이 되고 싶지만, 동시에 누가 와도 동일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희 팀에서 카페24를 통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같은 환경에 놓인 다양한 회사와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남기려고 합니다.
[카페24 회원 등급 만들기]
https://brunch.co.kr/@namtabi/9
[카페24 API 활용기]
https://brunch.co.kr/@hozoon1027/2
마케터로서 스타트업에서 벌어지는 성장과정과 다양한 실험들을 글로 남깁니다.
오늘도 밥값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마케터 남타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