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감동육아
며칠간을 폭우와 격무를 견뎌내며 애타게 기다렸던 3일간의 연휴, 연휴의 아침을 침대에서 실컷 뒹굴거리는 상상을 하며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그것은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며 열심히 일해온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끼니마다 남편이 차려주는 밥상을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하게 받아먹고, 피로를 풀어야 한다며 내내 뒹굴거리며 연휴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나만 생각했던 이기적인 행동은 결국 연휴 마지막 날 남편의 짜증을 불러오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있는 엄마가 끼니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고 쏘아붙이는 것!!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인정하고 사과를 하거나 고마움을 표현했다면 그냥 지나쳤을 일을 순간 화가 난 나도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습니다. 왜 엄마만 끼니를 신경 써야 하느냐고, 며칠 쉬는데 그 꼴도 못 보는 거냐고, 그것 조금 해주면서 생색을 내는 거냐며 막말을 쏟아내며 언쟁이 오갔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고, 큰 아이가 부모의 눈치도 살피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지만 할 말을 다해야 속이 편할 것 같아 다하고 말았습니다. 길지 않은 부부의 언쟁이었지만 집안의 공기는 무거웠습니다. 30분쯤 시간이 흘렀을까... 큰 아이가 편지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같이 봐야 하는 편지라는 말과 함께,, 남편보다 내가 먼저 편지를 열었습니다.
이제는 화해하세요.
먼저 사과하세요.
당신도 그러고 싶잖아요.
그 뒤를 따라오는 속삭임
내가 정말 미안해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아이가 보고 있음을 알면서도 언성을 높였다는 창피함과 함께 부모도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며 사과할 용기를 내보라는 내용에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 왔습니다. 아이의 편지를 남편에게 내밀었고 다 읽어갈 무렵 남편에게로 가서 "내가 정말 미안했어" 하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남편도 내 손을 잡고 피식 웃었고, 편지를 다시 읽어 내려갔습니다.
제대로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어색함을 풀어보세요.
그리고 함께했던 좋은 추억들을
같아 떠올려 보세요.
실은 그랬습니다. 내가 주말도 없이 일할 때 남편도 집안일은 물론 아이들을 혼자서 케어하느라 바빴습니다. 모처럼의 휴일 동안 남편도 얼마나 쉬고 싶었을지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를 배려하지 못했던 나의 잘못이 더 컸음을 아이로 인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편지와 함께 봉투에 들어있던 선물. 부모의 싸움이 뜨거운 날씨 때문이라 생각했던 걸까요, ㅎㅎㅎ 자신의 용돈 거금 만원과 함께 "빙수 사 먹을래요?"를 제안한 아이. 결국 우리의 싸움은 이렇게 종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아이들 앞에서 화해로 마무리 했습니다.
모든 것이 잘 마무리되었지만, 이상하게 눈물이 났습니다. 창피함도 아니었고, 화해에 대한 기쁨의 감정이라고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뜨거운 감정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솟구쳤습니다. 그 감정에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이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일하는 엄마 때문에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미안함과 엄마의 공백에도 아주 잘 자라고 있는 고마움 말입니다.
어떤 감정은 시간과 정성에 의해 느릿느릿 키워진다.
두 사람이 마련한 은밀한 텃밭에
두 사람만의 씨앗을 심은 뒤
물을 주고 거름을 뿌릴 때
튼실한 감정이 찬찬히 성장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형성되는 감정만큼 느릿느릿 키워지는 게 있을까요. 2년이라는 육아휴직 동안 저는 꽤나 두려웠습니다. 그동안 쌓아왔고, 앞으로 쌓아야 할 커리어의 시간이 멈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식에게 쏟아낸 나의 시간과 정성은 그 어느 것에도 비교할 수 없는 달콤한 열매를 선물함을 아이를 통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