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감동육아
어버이날. 아이들로부터 받은 선물입니다.
값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두 아이가 손수 만든 선물이기에 저에게는 의미가 깊습니다. 어버이날이 돌아오는 한참 전부터, 두 아이가 다이소를 들락날락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떤 날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엄마는 들어 오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안에서 무얼 하는지 안 보고도 대충 알 것 같았지만, 막상 아이들의 선물을 손에 쥐니 또 울컥-:)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멋진 마음을 선물하고 싶어서 단단히 준비했다던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대로 선물을 준비 했습니다. 아니, 주어진 능력을 오버해서 최선을 다해 준비한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보석과도 같은 아이들의 귀한 마음을 오늘도 기록으로 담아봅니다.
어버이날을 일주일 앞두고, 유튜브 영상에 의존하며 카네이션을 접는 작은 아이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꽃잎이 많은 복잡하고 어려운 카네이션을 접으며, 뜻대로 되지 않은지 책상을 쳐대며 성질을 부리는 아이의 모습도 종종 목격했지만, 개입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만 보았습니다. 아이의 수고로움을 알기에, 선물 상자에 예쁘게 자리한 카네이션을 본 순간 뭉클했습니다.
어버이날 아침, 외출준비를 하는 저의 눈치를 살피는 아이들. 엄마의 준비상황을 살피고 눈짓을 주고 받던 아이가 두 손 가득 선물을 가지고 나옵니다. 서둘러 쇼파에 앉아 아이들이 건네주는 선물을 기쁨으로 받았습니다.
선물 상자에 담긴 품목을 하나하나 들어올리며 “넘 예쁘다~~, 완젼 감동이다~~”를 연발하는 내게 남편이 한소리 합니다. "너네 엄마 또 시작했다. 무슨 감동을 그렇게 잘 받냐, 리액션이 아주 대단하다~~” 고 놀려댔지만, 이렇게 멋진 선물을 받고 감동의 말을 내뱉지 못하는 남편이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큰 아이가 준비한 감사장과 메달입니다. 상 이름은 "최고의 엄마, 아빠상". 나이 어린 자기를 존중해 주어 감사하다는 아이의 말은 엄마인 나를 돌아보게 하였고, 편지 말미에 남은 생도 잘 부탁한다는 말에는 폭소가 터졌습니다. 유머와 교훈을 동시에 주는 큰 아이의 감사 상장이 저는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건 작은 아이가 만든 쿠폰입니다. 설거지하기, 청소하기, 방청소하기, 안마해 드리기는 작은 아이가 평소에도 종종 해주는 효도 목록이기도 합니다. 작은 손이 어찌나 꼼꼼하고 야물던지 집안일을 기똥차게 잘 한다지요. 쿠폰을 받고는 마냥 좋아했는데, 늦은 밤 아이가 발행한 쿠폰을 한장한장 들여다 보면서 마음이 찡~~ 했습니다. 쿠폰 내용에 맞게 정성들여 그림을 그리고, 알록달록 오색 무지개와 하트를 그려넣는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바코드까지 그려 넣었네요, ㅎㅎㅎ)
엄마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선물은 역시 큰 아이가 준비한 편지입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 모양으로 편지지를 만들고, 그 안에 커피 스틱과 한장 한장 넘기는 편지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취향을 반영하여 엄마 것은 <바닐라라떼>, 아빠 것은 <돌체라떼>입니다.
올해, 학교에서 미덕의 가치를 배우는 아이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편지를 써 주었습니다. 정말 아이의 세심한 배려에 눈물이 나고 말았습니다. 12년동안 엄마를 본 결과, 예나 지금이나 넘치는 사랑을 준다며 시작한 편지에는 저의 10가지의 미덕이 적혀 있었습니다. 왠지 아이에게 엄마로서 심판을 받는 느낌이었는데 사랑, 초연, 상냥함, 존중, 배려, 감사, 기뻐함, 근면, 끈기, 열정의 미덕까지. 부족한 엄마를 너무 예쁘게 봐주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에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엄마, 이번에 처음으로 미덕 편지를 써보려구요.
제가 12년동안 엄마를 본 결과, 엄마는 예나
지금이나 저에게 넘치는 사랑을 주세요.
이 때 엄마는 사랑의 미덕을 발휘하세요.
또, 엄마는 초연의 미덕을 발휘하셔서
지은이와 저가 싸울 때도 차분히 말리시고
동생이 짜증낼 때도 화를 잘 안내시고
동생에게 친절하게 말하시잖아요.
저는 이 때 엄마가 대단하시다고 느껴요.
또, 엄마는 상냥함의 미덕을 발휘해
친절하게 말해주시고 제가 엄마보다 30살정도
더 나이가 적은데 엄마는 저를 존중해 주시고
배려하셔서 전 정말 엄마가 좋아요.
엄마는 소소한 것, 정말 작은 것에도
감사하시고 기뻐하세요. 이때는 엄마가
감사와 기뻐함의 미덕을 발휘하세요.
또, 엄마는 근면과 끈기와 열정의 미덕을
발휘해 일을 정말 열심히 하세요.
이렇게 제가 10개의 미덕들을 말씀드렸지만
당연히 엄마는 이것들 말고도 많은 미덕들을
발휘하시죠. 엄마 정말정말 사랑하고
제 남은 생도 부탁드려요.
보물1호 이가은, <2022 어버이날 편지>
늘 이야기 하지만, 우리 집에는 내리사랑보다 더한 치사랑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전해주는 치사랑을 매일 받으며 직장에서의 힘든 일을 다 잊곤 합니다. 이렇게 멋진 아이들과 매일을 살 수 있다는 것, 참 감사한 일입니다.
점점 엄마가 좋아하는 일들을 같이 하는 아이들을 통해 생각합니다. 저를 닮아가는 아이들이 진심으로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존재자체가 사랑인 너희들이야말로 내겐 이미 선물이라고.